- 2024.10.03 03:34 발행
“가야산호랑이 성철스님 그립습니다”
스승에게 바치는 11명 제자들의 감동 회고록
장세훈 | 2006/05/29 11:57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 등 육필 진정성 가득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한국불교계의 큰스승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종교인 성철스님이 열반한 지 올해로 12년이 흘렀지만 스님을 추억하고 사모하는 후세인들의 목소리는 결코 줄어들고 있지 않다.
언제나 맑고 형형한 기운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신심이 절로 일게 하고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꼿꼿한 성정으로 제자들의 마음 속에 응어리진 체증같은 미망을 일소케 했던 성철 큰스님.
여기 성철스님을 그리는 회고록 한 권을 소개한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성철스님의 법제자인 현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을 비롯해 전 조계종 전계대화상 일타·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스님·화승그룹 현승훈 회장 등 스님과 직접적인 연을 쌓았던 제자들이 직접 스님을 회고하며 글을 썼다는 사실이다.
성철스님에 관한 책은 지금껏 수없이 많이 소개됐지만 스님의 진면목을 가장 가까운 제자들로부터 정리해 담아낸 책은 드물다. 그런 점에서도 이 책 《가야산 호랑이를 만나다》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책 첫머리에 담긴 조계종 제11대 종정 법전스님의 스승을 향한 그리움의 사연은 이른바 눈물겨운 진정성의 성찬이다.
법전스님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성철스님을 만나 선(禪)에 눈을 뜨기까지의 과정을 한 순간도 놓칠세라 촘촘하게 기록하고 있다.
성철스님의 직속 법제자이자 현 성철스님문도회의 회주를 맞고 있는 법전스님에게 있어 성철스님은 단순히 스승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속가의 때를 벗고 깨달음의 세계로 곧장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 영롱한 빛이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한국불교의 앞날을 걱정해야한다는 책무감을 일깨운 든든한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성철스님의 깨침에 대한 일목요연한 논리는 나에게 뇌성벽력과도 같은 가르침이었다. 지금이야 일반 신도들까지 입에 올리는 불교사상이지만 그 시절 성철스님의 이러한 법문은 가히 천둥소리에 비견할 만한 놀라운 것이었다. 선어록 속에 잠들어 있던 돈오돈수 사상을 근 8백년 만에 끄집어내어 대중들에게 펼쳐 보였으니, 참 도인의 혜안에 어찌 놀람이 없을손가!”
(본문 중에서)
한국불교 중흥의 사명을 안고 1947년 성철스님을 비롯해 청담·향곡·자운스님 등이 주동해 일어난 선(禪)결사운동 ‘봉암사 결사’는 특히 법전스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스님은 당시의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면서도 하루하루의 밀도 높은 수행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연신 강조하고 있다.
성철스님은 그야말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였다. 제자들의 멱살을 잡아끌어 계곡물에 집어넣는 한이 있어도 깨달음의 세계로 곧장 인도하고 싶어했다.
참선과 자성의 중요성을 연신 강조하면서도 언제든 열린 마음과 자세로 제자들의 공부를 확인하고 지도했던 것이다. 성철스님과 더불어 한국불교계의 기라성 같은 인물인 청담·향곡·성수·종수스님 등도 성철스님을 항시 경외했다고 한다.
30여 년 전 부친의 49재를 치르며 성철스님과 인연을 맺었다는 화승그룹 현승훈 회장은 스님을 ‘영원히 꺼지지 않는 깨침의 등불’로 간직하고 있었다.
성철스님을 통해 삶의 지평을 얻었다는 현 회장은 처음 스님을 만나기 위해 백련암을 찾아가 3천배를 올렸던 기억과 당시의 벅찬 감동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대불정 능엄신주 60독과 5백배를 하루 일과로 삼고 있다. 또한 스님의 사상과 청빈한 생활을 본받고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이렇듯 11명의 제자들이 기억하는 성철스님의 모습은 한결같은 면이 있다. 스님은 언제나 말과 행동에 걸림이 없었고 스스로 청빈하고 무욕한 삶을 실천해 수행자의 자세를 확립했다. 깨닫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차등없이 골고루 엄하면서도 따듯한 가르침을 선사했고 무엇보다 참선·절 등 다양한 수행법을 골고루 활용하길 독려했다.
독자여러분들도 책 속의 11제자들처럼 시대의 사표 성철스님을 바로 곁에 둔 듯한 충만감을 이 책 《가야산 호랑이를 만나다》를 통해 만끽해보길 바란다. 도서출판 아름다운 인연 / 9천 8백원
장세훈 기자 xsatin@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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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한국불교계의 큰스승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종교인 성철스님이 열반한 지 올해로 12년이 흘렀지만 스님을 추억하고 사모하는 후세인들의 목소리는 결코 줄어들고 있지 않다.
언제나 맑고 형형한 기운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신심이 절로 일게 하고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꼿꼿한 성정으로 제자들의 마음 속에 응어리진 체증같은 미망을 일소케 했던 성철 큰스님.
여기 성철스님을 그리는 회고록 한 권을 소개한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성철스님의 법제자인 현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을 비롯해 전 조계종 전계대화상 일타·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스님·화승그룹 현승훈 회장 등 스님과 직접적인 연을 쌓았던 제자들이 직접 스님을 회고하며 글을 썼다는 사실이다.
성철스님에 관한 책은 지금껏 수없이 많이 소개됐지만 스님의 진면목을 가장 가까운 제자들로부터 정리해 담아낸 책은 드물다. 그런 점에서도 이 책 《가야산 호랑이를 만나다》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책 첫머리에 담긴 조계종 제11대 종정 법전스님의 스승을 향한 그리움의 사연은 이른바 눈물겨운 진정성의 성찬이다.
법전스님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성철스님을 만나 선(禪)에 눈을 뜨기까지의 과정을 한 순간도 놓칠세라 촘촘하게 기록하고 있다.
성철스님의 직속 법제자이자 현 성철스님문도회의 회주를 맞고 있는 법전스님에게 있어 성철스님은 단순히 스승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속가의 때를 벗고 깨달음의 세계로 곧장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 영롱한 빛이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한국불교의 앞날을 걱정해야한다는 책무감을 일깨운 든든한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성철스님의 깨침에 대한 일목요연한 논리는 나에게 뇌성벽력과도 같은 가르침이었다. 지금이야 일반 신도들까지 입에 올리는 불교사상이지만 그 시절 성철스님의 이러한 법문은 가히 천둥소리에 비견할 만한 놀라운 것이었다. 선어록 속에 잠들어 있던 돈오돈수 사상을 근 8백년 만에 끄집어내어 대중들에게 펼쳐 보였으니, 참 도인의 혜안에 어찌 놀람이 없을손가!”
(본문 중에서)
한국불교 중흥의 사명을 안고 1947년 성철스님을 비롯해 청담·향곡·자운스님 등이 주동해 일어난 선(禪)결사운동 ‘봉암사 결사’는 특히 법전스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스님은 당시의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면서도 하루하루의 밀도 높은 수행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연신 강조하고 있다.
성철스님은 그야말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였다. 제자들의 멱살을 잡아끌어 계곡물에 집어넣는 한이 있어도 깨달음의 세계로 곧장 인도하고 싶어했다.
참선과 자성의 중요성을 연신 강조하면서도 언제든 열린 마음과 자세로 제자들의 공부를 확인하고 지도했던 것이다. 성철스님과 더불어 한국불교계의 기라성 같은 인물인 청담·향곡·성수·종수스님 등도 성철스님을 항시 경외했다고 한다.
30여 년 전 부친의 49재를 치르며 성철스님과 인연을 맺었다는 화승그룹 현승훈 회장은 스님을 ‘영원히 꺼지지 않는 깨침의 등불’로 간직하고 있었다.
성철스님을 통해 삶의 지평을 얻었다는 현 회장은 처음 스님을 만나기 위해 백련암을 찾아가 3천배를 올렸던 기억과 당시의 벅찬 감동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대불정 능엄신주 60독과 5백배를 하루 일과로 삼고 있다. 또한 스님의 사상과 청빈한 생활을 본받고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이렇듯 11명의 제자들이 기억하는 성철스님의 모습은 한결같은 면이 있다. 스님은 언제나 말과 행동에 걸림이 없었고 스스로 청빈하고 무욕한 삶을 실천해 수행자의 자세를 확립했다. 깨닫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차등없이 골고루 엄하면서도 따듯한 가르침을 선사했고 무엇보다 참선·절 등 다양한 수행법을 골고루 활용하길 독려했다.
독자여러분들도 책 속의 11제자들처럼 시대의 사표 성철스님을 바로 곁에 둔 듯한 충만감을 이 책 《가야산 호랑이를 만나다》를 통해 만끽해보길 바란다. 도서출판 아름다운 인연 / 9천 8백원
장세훈 기자 xsatin@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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