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 2006/09/16 11:27

직지사 전경

# 황악산에 깃든 천불의 미소

백두대간이 태백산·소백산을 거쳐 내려오면서 그 기세를 낮추기 시작한 곳이 바로 높디 높아 새들도 피해간다는 추풍령이다. 이 추풍령을 지나면서 다시 산세가 높아지고 험해지는데 이는 바로 남한의 정중앙에 위치한 해발 1111m의 황악산(黃嶽山)이 있기 때문이다.

황악산 최상봉인 비로봉에 오르면 북쪽으로 충청도 서쪽으로 전라도 동남쪽으로 경상도 등 3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곧 다가올 10월이 되면 우리나라 온 산하가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간다. 황악산도 예외는 아니다.

황악산 역시 전국 단풍 명산에 포함된다. 황악산 단풍은 10월 중순이 절정기로 아름다운 단풍과 기암이 조화를 이뤄 이루 말할 수 없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황악산은 단풍뿐만 아니라 봄에는 진달래·벚꽃·산 목련이 유명하고 겨울에는 설화(雪花)가 볼만하다.

황악산에는 비로봉을 비롯해서 선유봉·천룡봉·운수봉·백운봉·절경대 등 봉우리가 즐비하고 능여계곡·내원계곡·운수계곡 등 3대 계곡이 있다. 특히 능여대사가 황악산 계곡의 원천을 찾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멱원대(覓源臺)와 능여천·법수천은 약수로 유명하다.

황악산은 예부터 강화도 마니산과 함께 ‘생기처(生氣處)’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를 폭포수처럼 뿜어낸다는, 그래서 다친 산 짐승이 생명을 다시 충전하는 영험한 산으로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황악산하면 곧 직지사, 직지사하면 황악산일 정도로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직지사와 황악산은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시공 천년 천불의 미소가 황악산에 머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직지사는 경북 김천에서 황악산 쪽으로 12Km 쯤 오르면 보인다.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東國第一伽藍黃嶽山門’이라고 쓰인 산문은 황악산을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지켜온 직지사의 자긍심을 엿볼 수 있다. 울창한 송림 사이에 자리잡은 직지사 절터는 길상지지(吉祥之地)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직지사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절 안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자랑할 우리 민족 유산들이라는 점이다.

# 한국불교의 상징적 사찰

신라 눌지왕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직지사는 황악산 준봉 속에서 천년 고찰로 명맥을 이어왔다. 직지사가 자리한 김천은 금릉의 명산인 황악산과 덕유산이 발원하는 물이 합쳐져서 감천(甘泉)이 되고 감천이 김천시를 동북진하여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비범한 땅이다. 그래서 그런지 직지사는 1600여 년 동안 한국 불교의 상징적인 사찰이 돼왔다. 직지사는 나라가 임진왜란으로 위기에 처하자 사명대사를 탄생시켰다.

30세의 나이에 주지가 된 사명대사는 잘 알다시피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구국제민’의 선봉에 서서 큰 공을 세웠다. 그 공로로 직지사를 ‘조선 8대가람’의 위치로 올려놓았다. 당시 직지사는 3백여 암자를 거느렸다고 하니 그 사세를 짐작할

황악산 직지사라는 편액이 걸린 일주문

수가 있다. 또 근세에 이르러서는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생활이 곧 참선이 돼야한다”는 가르침을 줬던 관응·녹원 큰스님 등이 수행교육 포교에 커다란 획을 그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정신문화에 기여하는 도량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직지사라는 이름에는 몇 가지가 유래가 있다. 아도화상이 황악산을 손으로 가리켜서(直指) 세운 절이라는 설과, 고려 능여화상이 직지사를 중창할 때 자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당신의 손으로 측지해서 생긴 이름이라는 이야기 등이 세인들의 입을 타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도 ‘직지인심’이라는 불교 본연의 사상을 상징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직지인심’은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르킨다는 선종의 개조(開祖) 달마의 가르침으로 마음을 중시하는 불교의 본지(本旨)를 극명하게 나타낸다.

“눈을 외계로 돌리지 말고 자기 마음을 곧바로 잡을 것, 생각하거나 분석하지 말고 파악하라. 인간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불성을 깨달아 자기 자신이 본래 부처였음을 알면 그대로 부처가 된다. 모든 중생은 불성을 가지고 있어 교리를 공부하거나 계행을 떠나서 직접 마음을 교화하고 수행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 사찰 자체가 ‘역사’

직지사는 한국 불교 1천6백년 역사와 같이 해왔다. 역사도 유구하지만 아름다운 경내는 뭇 사찰 중에서도 손꼽힌다.

직지사 사적에 따르면 천묵대사가 본사를 중수하면서 금자대장경(金字大藏經)을 서사(書寫)해 신라조정에 헌상했다. 직지사의 찬란했던 대가람의 사세를 알 수 있는 일이다. 청정한 소나무 숲과 5백년 넘은 측백나무가 서있는 경내에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의연하다.

경내 입구 자하문은 태조 19년(936) 능여대사가 창건한 고려 초 건물로 임진왜란 등 병화를 면하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건물이다.

신라 눌지왕 25년 초창된 범종각은 왜군이 병기제품을 만들기 위해 약탈해 갔으며 지금의 것은 효종 8년(1657년) 태감·덕념 두 화상이 1천2백 근의 구리와 백여 근의 금을 섞어 주조했다.

고려 후기와 조선 초기 건축 양식을 모두 보여주는 건물로 알려진 직지사 대웅전은 창건 당시 ‘대웅대광명전’이라 사적기에 있어 석가모니불과 비로자나불을 동시 봉안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임란 때 소실되어 알 길이 없다.

현재 대웅전에 있는 후불탱화인 영상회상도· 약사불회도·아미타불회도 등 3점이 보물 제670호로 지정돼있으며 선인·관세음보살·문수동자상 등으로 꾸민 내부 채색벽화가 매우 아름답다.

대웅전 앞에는 보물 제606호 삼층석탑이 서있다. 신라 말 9세기경 석탑으로 문경 산북면 서중리 도천사 터에 쓰러져 있던 것을 1974년 이곳으로 옮겼다.

특히 능여조사에 의해 세워진 비로전은 천불전을 모시고 있어 천불전이라고 한다. 과거·현재·미래의 삼천불 중 현겁의 천불을 모신 이곳은 많은 이야기를 안고 있으며 모습이 제각각이다. 경주 특산 옥돌로 만들어졌으며 사방의 모든 부처를 모셔놓아 그 모양이 장엄하기 이를 데가 없다.

천불전내 비로자나부처님 뒤로 서있는 동자상은 참배자가 법당에 들어가 참배할 때 첫 눈길이 동자상에 닿으면 옥동자를 낳는다는 전설이 있어 많은 불자들이 찾는다.

이밖에 응진전·관음전·약사전·만덕전·명월당 등 일일이 헤아리기 힘든 당우들이 즐비하다. 직지사는 일찍이 이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한 인연을 맺게 된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길주 여행칼럼리스트


찾아 가는 길

경부선 열차→김천역 하차→김천역, 버스터미널→11번, 111번 직지사행 버스 →직지사
서울→경부고속도로→추풍령 IC(3시간)→4번 국도(김천 방면)→지방도 903번→직지사
부산→경부고속도로→추풍령 IC(3시간)→4번 국도(영동 방면→지방도 903번→직지사
※ 연락처 054) 434-6174(직지사 종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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