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훈 | 2006/09/18 11:33

조계종총무원 제작비 일부지원
불자배우 고두심 씨 등 열연

주인공 '나'역의 배우 김정현 씨, 혈서로 쓴 ‘원면살생願免殺生 귀의불은歸依佛恩’란 글귀가 선명하다.(사진제공=KBS)

한국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김동리의 〈등신불〉이 드라마로 제작돼 눈길을 끈다.
1980년 〈을화〉를 시작으로 지난 26년 간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주요 작품 2백 90여 편을 드라마로 제작해온 KBS TV문학관이 최근 김동리의 〈등신불〉을 제작완료하고 지난 15일 공식 시사회를 거쳐, 추석 명절기간인 내달 6일 밤 10시에 KBS 1TV를 통해 방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계종총무원(원장 지관)도 제작비 일부를 지원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등신불〉은 일제시대 학병으로 끌려간 주인공 ‘나’(극중 내레이션)가 중국 남경 땅에 배치된 후 부대를 탈출해 어느 절(정원사)에 숨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그곳에서 원혜대사의 가르침을 받아 불도를 닦던 중 어느 날 등신불을 보게 된다. 이후 ‘나’는 원혜대사로부터 등신불에 얽힌 기막힌 사연을 전해 들으며 놀라움과 충격을 받는다. 이 등신불은 옛날 만적이란 스님이 자신의 몸을 불살라 부처님께 바친(소신공양) 그대로 금물을 입힌 것이다.
만적은 당나라때 사람으로 어린 시절 부친을 여의자 재가한 어머니 장씨를 따라 사씨 집으로 온다. 그 의부에게는 여옥이라는 장성한 딸과 아들 사신이 있었는데, 특히 여옥은 만적과 각별한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어머니 장씨가 사씨 집안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눈치챈 여옥과 사신은 가출을 하고, 그들과 우애가 깊던 만적도 인간사에 회의를 품고 출가를 한다.
스님이 된 만적은 우연히 길가에서 나병환자가 된 여옥과 사신을 보게 되고 어머니의 죄를 탕감받기 위해 자신의 몸을 소신공양한다. 그날 밤 내린 빗물에 여옥 남매는 나병이 낫고 만적은 성불하여 정원사의 ‘금불각’에 안치된다.
이렇듯 〈등신불〉은 학병에서 탈출한 ‘나’의 이야기 속에 천년 전 등신불이 된 ‘만적선사’의 전설적 이야기를 집어넣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비극적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이 결국 불교적 휴머니티를 통해 비극을 승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동리 원작 〈등신불〉의 연출에는 SBS 드라마 ‘야인시대’ ‘장길산’ 등을 연출한 장형일 씨가 맡았으며, 주인공 ‘나’역에는 탤런트 김정현 씨가, ‘만적스님’ 역에는 성민 씨가, 만적모(母) 장씨 역에 불자배우 고두심 씨 등이 참여했다.
연출을 맡은 장형일 씨는 지난 1980년대 초 TV문학관에서도 〈등신불〉을 연출한 이력이 있어 더욱 이번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또한 드라마 홍보와 관련해 제작팀은 KBS ‘HDTV문학관’ 홈페이지에 예고편 및 관련 스틸사진과 작품 및 등장인물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원면살생願免殺生 귀의불은歸依佛恩’. 작품 속에서 주인공 ‘나’가 학병을 탈출해 도주하던 중 도움을 청했던 불교학자 진기수가 자신을 믿지 않자 혈서로 써서 보여준 글귀다. 이로써 ‘나’는 정원사에 숨을 수 있게 되고 원혜스님의 도움으로 전쟁의 참화 속에서 입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그나마 씻을 수 있게 됐다.
불법 안에서 이렇듯 한 생명은 목숨을 부지하게 되고 구원도 받게 된다. 먼 친척들부터 온가족이 한데 모이는 추석 명절 저녁 안방에서 부처님의 위없는 법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설레는 일이 아닐까.

열연이 돋보인 만적 모 장씨 역의 불자배우 고두심 씨

만적 역의 배우 성민 씨

원혜대사 역의 중견배우 김인태 씨

작품 배경이 된 중국 정원사 전경(이번 드라마는 중국현지 올로케이션으로 제작돼 눈길을 끈다)

장세훈 기자 xsatin@jubul.co.kr
910호 9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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