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일 | 2007/03/19 10:54

목포대 역사문화학부 최연식 교수.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여러 종류의 승려전기가 기술됐지만 《삼국유사》를 제외하고는 온전하게 전해지는 승려전기집은 거의 없다.
중국의 고승전들에 비견할 수 있는 신라의 《고승전》과 고려시대의 《해동고승전》은 완전히 소실됐거나 일부분만 전해지고 있다.
텍스트가 미비하다보니 한국에서의 승려 전기 기술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저간의 현실. 이런 가운데 고려시대 승려 전기에 대한 서술양상에 대한 연구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목포대 역사문화학부 최연식 교수는 지난 10일 한국사상사학회 월례세미나에서 ‘고려시대승려 전기 서술 양상의 검토’를 주제발표하고 《수이전(殊異傳)》 《해동고승전》 《삼국유사》에 나타난 아도와 원광스님의 전기 서술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최 교수는 아도와 원광스님의 경우 11세기 이전 찬술된 《수이전》과 13세기에 저술된 《해동고승전》 《삼국유사》에 모두 전해 지고 있는 점에 착안해 이들의 사료에 서술방식과 양상들을 비교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서로 다른 원광과 아도스님의 전기들은 서로 중복되는 내용도 적지 않지만 동시에 각각의 특색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제한된 자료지만 두 사람의 전기 자료를 통해 한국 고승전기의 기본적인 특징들이 어느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 교수가 제시한 3종의 텍스트의 서술 방식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여준다. 《수이전》의 경우, 설화집으로서 재미있고 신비한 이야기를 전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 서술에 토대가 된 자료도 구술로 전해지는 설화적 이야기들이며 중국의《고승전》이나 《속고승전》과 같은 텍스트는 참고 되지않았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수이전》의 서술방식은 보통사람과는 크게 다른 아도와 원광스님의 행적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다”며 “이런 서술방식은 당나라 후기에 유행하던 전기문학(傳奇文學)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또 “구체적 행적보다는 설화적인 내용에 중점을 뒀던 《송고승전(宋高僧傳)》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어 《해동고승전》은 본격적인 승려들의 전기집으로서 승려들의 행적을 종합적으로 서술하려는 의도로 편찬됐고, 일연스님이 저술한 《삼국유사》는 특별히 주목할 만한 승려들의 전기만을 수록하고 있다고 봤다.

《해동고승전》은 당시에 전해지고 있는 자료를 총망라하고 있으며 이는 승려의 전기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고 최 교수는 분석했다. 하지만 각각의 자료들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검토해 승려의 구체적 행적을 그리는 데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함께 거론됐다.

《해동고승전》의 서술방식이 승려들의 행적을 통해 한국불교사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동승려들의 위대함을 현창해 한국불교의 우수성을 드러내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삼국유사》는 많은 자료를 섭렵해 체계적인 역사 서술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최 교수는 주장한다. 실제로 《삼국유사》는 앞서 발간된《해동고승전》의 오류를 지적하거나 기술되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술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삼국유사》는 승려 개인의 신이한 능력보다는 그들이 불교사에 담당한 역할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는 불교의 관점에서 삼국의 역사를 체계화하려고 한 일연스님의 편찬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발표에는 국민대 박용진 강사의 ‘의천의 화엄일승사상과 불교사적 의의’와 일본 도류대학 변영호 연구원의 ‘중화주의와 잠재조선주의의 상극’도 각각 발표됐다.
신중일 기자 bono98@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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