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훈 | 2007/03/31 12:38

암울한 군부독재시절 ‘솔개’로 예술적 초극

보슬비가 내리는 어스름 지는 오후에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가수 이태원의 ‘솔개’라는 곡을 듣는다. 시적인 가사와 은은한 선율에 절로 마음이 차분해져 눈을 지그시 감으면, 머릿속엔 정말 ‘솔개’라고 해도 좋을 아련한 새 한 마리가 손에 잡힐 듯 날아다니는 환영이 보인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명곡 ‘솔개’는 불자가수 이태원 씨에겐 대중적 인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솔개’를 위시로 한 ‘고니’ 등 일련의 새를 소재로 한 곡들을 통해 70년대에서 80년대로 이어지는 막막한 사회현실을 예술적으로 초극하고 싶었다. 이런 그의 염원은 ‘솔개’의 성공을 필두로 얼마간 실현될 수 있었고, 방송 등 대중 앞에 잘 나서길 싫어하는 그의 타고난 아웃사이더적 기질과 맞아떨어져 그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형성하게 했다.
그는 그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히트곡에 대한 욕심 같은 건 전혀 없다. 그는 오로지 음악의 질적인 측면에만 심혈을 기울여 왔다. 한 곡 한 곡 음미할 만한 가사와 후대에도 불릴 수 있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그는 방송가의 화려함 대신 가객으로서의 삶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는 요즘도 라이브카페에서 종종 노래한다. 단 몇 십 명의 관객들 앞에서 부르는 노래이건만 그의 표정은 항상 밝다. 그를 알아보는 팬들 한 명 한 명이 그에겐 은인이나 다름없다. 어느 자리에서건 성심 성의껏 노래로 음성공양을 하고 겸손하게 관객들과 소통함으로써 그의 공연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단박에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에게 불교는 모교다. 독실한 어머니를 따라 서울 진관사 근처의 작은 암자들을 주로 찾았다는 그. 하지만 본격적인 가수생활 후 아주 잠깐 동안 기독교로 외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애초 불자로 살 팔자였는지, 기독교 교리에 조금도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또한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때문에라도 그는 다시 사찰로 돌아왔다. 그는 지금도 틈나는 대로 혼자 조용히 절을 찾는다.
대한불자가수회와의 인연은 일단 김흥국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에서 비롯한다. 김 회장과는 이씨가 지난 1985년 연예인축구단 ‘회오리’ 단장을 맡을 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둘은 서로 좋아하는 축구를 하며 가까워지고, 불자가수회를 통해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솔직히 털어놓건대, 이씨는 불자가수회 활동에 그동안 소홀했던 것도 사실. 사람들 앞에 나서길 꺼려하는 그의 천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몸이 크게 아팠던 요인도 있다. 그는 실제로 98년도에는 위암수술, 99년도에는 급작스레 풍을 맞아 왼쪽 상반신이 마비돼 뇌수술을 받기도 한 것이다. 이후 건강문제를 극복한 이씨는 굳이 불자가수회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지인들과 함께 자주 양로원 및 복지시설 등지에서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대한불자가수회 (02)713-2905
장세훈 기자 xsatin@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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