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훈 | 2007/07/21 12:00

‘웅어’설화 모티프 한 장편동화 ‘웅어가 된 아이’ 눈길
부처님 생애 母子간 대화로 푼 ‘정말 멋져 누가?’도


《웅어가 된 아이》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전해 내려오는 ‘웅어’에 얽힌 설화를 모티프로 해서 창작된 장편동화이다. 저자인 김경옥 씨는 오랜 기간 동안 행주산성 일대를 탐색하면서 이야기의 무대를 살펴보고, 웅어에 관련된 각종 설화를 채록했을 뿐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꼼꼼히 조사하고 분석해서 그동안 입으로만 전해오던 웅어이야기를 한 편의 흥미롭고도 감동적인 장편동화로 창작해냈다.

웅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에서 살다가 봄이 되면 민물로 올라와 갈대밭에 알을 낳는 물고기라 한다. 옛날에는 임금님께 진상할 정도로 귀하게 취급돼 일반 백성들은 함부로 잡을 수 조차 없었다고. 《웅어가 된 아이》는 바로 이런 웅어를 매개로 벌어지는 꼽추소년 행남이와 양반집 옥련 아씨의 사랑을 담고 있다.

병에 걸린 옥련 아씨를 살리기 위해 바쳐진 웅어, 그것도 무지개 뜨는 날 잡은 무지갯빛 웅어, 이를 아무도 모르게 잡아다 옥련의 병을 낫게 한 행남이의 용기 있는 행동은 일련의 핍진한 서사 속에서 흥미롭게 전개된다. 특히 이 작품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 인물로 만경사 스님이 등장하는 대목은 이 동화의 가장 철학적이면서도 교훈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스님은 행남이에게 불교의 생명주의 사상을 가르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이를 살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높이 사며 용기 있게 행동하라고 말한다. 이런 스님의 태도는 언뜻 보기엔 이율배반적으로 보이지만, 이미 행남이와 옥련 아씨의 운명을 간파해낸 혜안이 담겨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다시피, 《법구경》에선 자신을 활활 연소시키고 말 갈애(渴愛)를 경계하라고 설하고 있다. 하지만 부처님은 한번도 사랑 자체를 부정한 적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업에 따라 종종 인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행남이의 살생 역시 그러하다.

“나를 살려주지 않으면 너희 후대의 자연은 파괴되고 말거야”라고 경고하는 무지갯빛 웅어를 앞에 두고 번민하면서도 결국 사랑을 위한 살생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진정한 사랑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란다, 그러나 고통이 두려워 남을 사랑하는 일을 피하지는 말거라”는 스님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낸 행남이의 결단이었던 것이다.

즉 이 작품이 표출하고 있는 생태의식은 행남이와 옥련 아씨의 애틋한 사랑을 밑그림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무지갯빛 웅어를 죽게 한 대가가 행남이와 옥련 아씨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것은 또한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으로 이어져 새로운 생명의식의 표출로 드러난다.

다시 말해 결말에서 우리는 행남이와 옥련 아씨의 사랑이 한 쌍의 무지갯빛 웅어로 부활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되고 이들의 사랑의 힘이 결국 인간과 자연을 되살리는 새로운 생명의 힘으로 재탄생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청개구리 / 8천 5백원.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를 일방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이 아닌, 자녀와 엄마의 살뜰한 대화 속에 녹여낸 독특한 느낌의 어린이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바로 《엄마가 들려주는 부처님 이야기- 정말 멋져, 누가?》가 그것. 책의 저자인 박선영 씨는 현재 월간 여성불교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히고 싶은 욕심에 동화를 쓰기 시작해 올해 불교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또한 책 속에 삽입된 그림은 그녀의 남편이자 만화가인 강병호 씨가 함께 작업해 실제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제법 설득력 있게 아이들에게 어필할 만한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책은 시종 엄마(저자)와 아들(이현)의 대화로 전개된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모자간의 일상적인 대화에서부터 부처님의 생애를 얼개로 한 기본적인 불교용어 및 사상·각종 불교설화 등이 흥미롭게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낭독하며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철저히 구어체로 완성된 문장은 쉽고도 진솔해서 ‘안녕하세요, 부처님’ ‘부처님은 멋쟁이’ ‘부처님 사랑해요’ 총 3부를 다 읽고 나면 모자간의 친밀감도 한층 증대될 것이다.
민족사 / 9천 8백원.

장세훈 기자 xsatin@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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