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 | 2007/08/11 10:16

재소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과 상처의 혈흔이 슴배인 책이 출간됐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한인들의 서러움과 회한을 담은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Ⅰ·Ⅱ〉는 중앙아시아의 황무지에 내팽겨진 까레이스끼의 고단한 삶의 행로이며 동시에 고난을 희망으로 극복해 온 고려인들의 생생한 증언이다.
도서출판 화남에서 발표한 이 책은 5백 98개의 노래 악보와 가사, 그리고 재소 고려인의 역사를 담은 사진 70여점이 수록돼 있다.

좥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Ⅰ·Ⅱ좦는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을 맞아 최초로 펴낸 해외 민족문화 유산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기획과 감수를 맡은 김준태 시인은 말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곡들은 구전으로만 전해져 온 것들로써 채보와 편곡을 맡은 한 야코브 씨의 채보작업과 조국을 그리워하는 노래·망향가·사랑가·이별가 등 강제 이주로 말미암은 슬픔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 대다수지만 애환을 희망으로 이끄는 노동요적 성격이 짙어 흥겨운 가락들이 돋보인다.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한인들에게 새로운 정착지의 상황은 막막했다. 한인들은 굶주림·궁핍 그리고 죽음과 싸워야 하는 힘든 생활을 했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토굴이나 창고·마굿간 등을 개조하거나 갈대로 움막집을 짓고 겨울을 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풍토의 한계에 굴하지 않았다. 한인 특유의 근면과 성실로 중앙아시아에서 벼농사에 성공했다. 중앙아시아에 버려진 한인이 벼농사에 성공하여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강제이주된 중앙아시아 풍토의 척박함 속에서도 고통을 희망으로 경작해 냈다. 그런 그들의 삶은 책에 실린 노래 가사와 사진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영원히 그립고 그리운 우스베끼쓰딴/ 쓰라린 내마음 여기다 두고서 아깝고 아까운 한고향 리별이네/ 하날조차 눈물나린 내고향 우스베끼쓰딴/ 어이하랴 어이하랴 그리운 내마음길/ 내 어린 원동변강 연안 바닷가/ 리별하고 이곳에 와 가정 이르고/ 또다시 또다시 한고향 리별이네” - ‘또다시 고향리별이네’ 中

디아스포라의 삶은 음악으로 기록돼왔다. 멀게는 흑인 시대 노동가나 필드 홀러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재즈의 근원인 블루스 역시 이주민들의 고난의 역사와 맥을 함께 해 왔다.

한편 이 책의 출판을 기념하기 위한 출판기념회 및 공연(이 책에 수록된 대표적 노래를 구소련 고려인 가수들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각 민족을 대표하는 정상급 가수들이 우리말로 노래하는 공연)이 한국문학평화포럼과 카자흐스탄의 공동주최로 10월 27일 카자흐스탄 알마틔 오페라극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최승현 기자 trollss@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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