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일 | 2007/09/17 11:28

적장 살리타에게 활시위를 겨누고 있는 김윤후 스님(KBS 화면).

살리타 사살·노비문서 태워 충주 사수…몽골 두 차례 격파

13세기 유라시아 대부분을 제패한 최강의 몽골군마저 간담을 서늘케 한 장수가 있었다. 40여년 간의 고려의 대몽항쟁기에 그는 2번이나 몽골군을 패퇴시켰다.

고려의 구국 영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장수는 용인지역의 스님이었던 김윤후 스님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김윤후 스님. 스님의 행적을 역사적으로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가 방영돼 눈길을 끈다.

KBS 1TV의 역사 다큐멘터리프로인 ‘한국사전’은 지난 15일 ‘몽골을 두 번 격파하다-고려 영웅 김윤후’편을 방영했다. 한국사전은 이날 방송에서 대몽항쟁기의 전투 상황을 통해 김윤후 스님의 행적을 조명했다.

김윤후(金允侯,생몰연대 미상)스님은 본래 용인 소재 백현원(白峴院)의 승려였다. 그가 역사에 기록을 남기는 것은 몽골의 2차 침입 때인 1232(고종 19)년이다. 당시 침입 총사령관은 최강 몽골군의 중심인물이었던 살리타 장군이었다.

누가 봐도 전세는 고려가 불리한 상황. 하지만 김윤후 스님은 처인부곡민을 이끌고 매복작전을 감행해 처인성을 공격 중인 적장 살리타를 사살하기에 이른다. 이때가 1232년 12월 16일에 일어난 일이다. 이후 김윤후는 상장군을 제수받았지만 이를 고사하다 결국 섭랑장(攝朗將)이라는 무반직을 받았다. 부곡이었던 처인부곡도 현으로 승격됐다.

최강 몽골군의 수장을 화살로 쏴 죽인 일화는 후대에 전승돼 회자되기에 이른다. ‘한국사전’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조헌의 격문에서 그 기록을 찾았다.

조헌의 문집인 《중봉집》에는 ‘김윤후는 화살 하나로 돼지를 맞혀 죽여 황성에서 몽병을 물리쳤으니 (金允侯一箭豕退蒙兵於黃城)’기술돼 호국정신을 고취시키고 있다. 즉, 고려시대 승장이었던 김윤후 스님의 호국정신이 조선시대로 이어져있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김윤후 스님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1252년. 고려 조정이 강화도에서 개경으로 출륙 환도하라는 몽골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자, 몽골은 황족인 에쿠(也窟)가 직접 지휘하는 최정예병을 고려에 투입했다. 당시 몽골군은 고려 정벌을 끝내겠다는 각오로 전략적 요충지인 충주까지 밀어 닥쳤다.

당시 충주에는 김윤후 스님이 방호별감으로 있었다. 끝까지 항전하는 김윤후 스님과 몽골군의 싸움은 70여일을 넘겼다. 그 사이 성안의 양식이 떨어지고 투항을 원하는 백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비규환 속에서 김윤후 스님은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노비문서를 불태워버리고 노획한 소와 말을 모두 나눠주고 항쟁의지를 고취시켰다. 이는 신분제 사회였던 고려시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결국 몽골군은 충주에서 패퇴하게 된다.

몽골을 고려에서 결정적인 군사적 패배로 철수시킨 사례는 대몽항쟁 기간 동안 처인성과 충주산성 전투 단 두 차례 뿐이었다고 다큐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혁혁한 공을 세운 김윤후 스님이 역사적 조명을 받지 못한 이유는 어디있었을까? 이날 방송에서 한국사전은 이에 대해 “몽골 침략으로 인해 고려의 전 국토는 초토화 됐고, 고려는 몽골의 부마국으로 추락해 몽골이 세운 원(元)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약 1세기 동안 원의 간섭을 받게 된다”며 “이 기간 동안 몽골에 대한 항전은 곧 반역과 모반의 역사가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더욱이 고려 멸망 후 세워진 조선은 유교를 받아들여 승려 출신인 김윤후는 건국이념 상 드러낼 수 없는 인물이 되고 말았다”고 해석했다.

비록 지금은 역사에 잊혀진 인물인 김윤후 스님. 그는 대혼란 속에서 조국을 두 번 지킨 고려시대 최고 승장이었다.
신중일 기자 bono98@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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