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훈 | 2007/11/19 15:04

제자인 대봉스님과 무심스님.

전 세계 20여 개국서 1백 70명 방한… 성지순례·안거체험도

달라이 라마·틱낫한·마하 고사난다와 함께 세계 4대 생불로 추앙될 만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숭산당 행원 대종사(1927∼2004). 스님은 스승 고봉선사의 유지인 ‘세계일화(世界一花)’의 뜻을 받들어 1960년대 말 일본을 거쳐, 1972년에는 미국에 홍법원 개설을 기점으로 약 30년 동안 홍콩·유럽·남아프리카·호주 등 전 세계 약 35개국에 80여 개 선원을 설립해 전 세계에 한국불교를 널리 알리고 그 위상을 드높이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특히 스님은 특유의 개방적 태도와 명쾌한 가르침으로 많은 외국인들을 감화시켜 벽안(碧眼)의 제자들도 그 수를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 달 말 숭산스님의 열반 3주기를 맞아 외국인 제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바로 은사 숭산스님의 3주기 행사 전반을 외국인 제자들이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우봉선원 주지 대관스님과 함께 이번 추모제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준비한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주지 무심스님은 “이번 전시회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며 “첫째로 한국의 일반 재가불자들에게 한국불교계에 숭산스님처럼 큰 선지식이 있었으며 많은 외국인 제자들의 눈을 뜨게 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은사인 숭산스님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 싶어하는 제자들의 지극한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하고픈 취지”라고 밝혔다.

행사는 크게 둘로 진행된다. 하나는 숭산스님의 유품 및 관련 영상물·저서·사진 등을 볼 수 있는 ‘기념전’으로, 20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서울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진행된다.

특히 이번 기념전에는 법어집을 비롯한 각종 저서물이 번역본까지 모두 공개되며, 미국·독일·프랑스 등 전 세계 각처의 제자들의 사진을 작은 픽셀로 합성해 멀리서 보면 숭산스님의 진영을 형상화한 작품〈옆 사진 참조〉 및 해외에 개설된 여러 외국선원의 사진등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또 현장에서는 스님의 육성법문이 흘러나오며, 스님 법문 중 유명법문 몇 점을 추려 CD로 제작해 20일 개막식 당일 참가자 3천여 명에 법공양으로 선착순 전달될 예정이다.

기일인 음력 18일이 되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삼각산 화계사 대적광전에서는 ‘3주기 추모다례재’가 선보인다. 이날 다례재에는 조계종 전계대화상인 성수스님의 법문도 이어진다.

한편 일련의 열반 3주기 관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 약 21개국서 1백 70여 명의 외국인 제자들이 지난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이들은 20·21일 양일 간 불국사·석굴암·동화사 등을 성지 순례한 뒤, 23일부터 26일까지 약 3∼4일간 계룡산 무상사서 머물며 동안거 체험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이들 중 선사로는 미 프로비던스 선원의 성향스님과 대광스님, 프랑스의 우봉스님·홍콩의 대관스님 등이 있으며, 지도법사로는 헝가리서 한국사찰을 짓고 있는 청안스님을 비롯해 미국 출신의 계문스님·쥬디 로이트만·안제이 슈텍 등이 있다.

숭산스님의 외국인 맏상좌인 계룡산 무상사 조실 대봉스님은 “숭산스님 열반 후 주위서 외국인 제자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정작 우리들은 아무런 두러움이 없었다”며 “숭산스님은 평소 항상 ‘오직 모를 뿐’인 마음을 강조하며 제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독려해왔기에 스승이 떠난 뒤에도 그 가르침만은 고스란히 이어져 수행의 앞길을 밝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xsatin@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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