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 | 2008/08/02 12:56

“진 면목 찾아 자리이타 동사섭 실천 통해 인간상 구현”
정토회 8월 20일까지 ‘제5기 백일 출가’ 참가자 모집

수직으로 떨어지는 낙숫물 앞에서 정토 행자들이 화두를 든 채 마음 자리를 살피고 있다

정식 행자는 아니지만 3개월 간 사찰에 머물며 준행자로 생활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수행을 통해 진아를 찾는 출가 프로그램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정토회가 실시하고 있는 ‘백일출가’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 ‘백일출가’는 오롯이 나를 바라보고 심즉시불(心卽是彿)을 깨달아 진여(眞如)를 찾는 구도 여정이다.

9월 1일 입재할 5기 행자를 모집하고 있는 ‘백일출가’는 1993년 3월, 첫 결사에 들어간 이래, 현재 제6차 천일결사를 진행중인 정토회가 2006년 10월에 문을 연 재가자를 위한 수행 프로그램이다. ‘백일출가’는 처음에는 정토회 실무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출가 프로그램을 일반 재가자들에게 확대 운영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까지 73명이 수료했으며, 5기에는 2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백일출가’는 물질만능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겪는 갈등과 불안을 극복하고 진아(眞我)를 찾아 떠나는 구도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1백일 동안 문경 수련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정토회의 대표적 수련법인 깨달음의 장·나눔의 장·일체의 장을 경험하게 된다. 또 발우공양·환경·실천·운력 등을 통해 대안적 삶을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참가자들은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아침 예불을 모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에는 불교교리강좌를 비롯해 금강경·반야심경·육조단경 등 경전 공부를 하게 된다. 또, 실천적 불교사상·부처님의 일생 등 불교대학의 교과과정은 물론 참선·위빠사나 등의 실참과 농사·일 수행 등의 엄격한 일과를 극복해야 한다.

하루일과가 끝난 후에는 묘당·묘덕·유수스님 등 담당 법사와 다양한 주제로 문답과 토론회를 실시해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참가자들끼리 다양한 의견을 공유해 소통의 폭을 넓혀 나가는 시간도 마련된다.
입재식 직후 첫 과정으로 1만 배 용맹정진기도가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스스로를 낮추는 ‘하의(下意)’, 자비심으로 다른 이를 대하는 ‘자심(慈心)’, 윗사람에 대한 ‘공경(恭敬)’, 사물의 차례와 순서를 아는 ‘지차제(之次第), 수행이외의 다른 일들을 말하지 않는 ‘불설여사(不說餘事)’ 등 출가 행자로서 1백일 간 지켜야할 청규를 스스로 깨우쳐나가야 한다.

백일출가 상임법사이자 정토회 대표 유수 스님은 “ 갈등과 반목을 화합으로 승화하고, 이기의 삼독심은 이타의 보살행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부처님의 대자대비 사상을 사회에 회향하는 것이 ‘백일출가’의 기본 목적”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1백일 동안 에너지를 자신에게 집중하면 깨달음의 이치에 닿아 세상에 이로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불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토회 최동호 행자반장은 “‘백일출가’는 “본래면목을 찾아 자리이타와 동체대비를 실천에 나가는 인간상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수행공동체의 핵심이 자율성에 있는 만큼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따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백일출가는 대승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법을 따르면서 일과 수행의 통일이라는 새로운 대안적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7월 30일 제5기 ‘백일출가’ 간담회장을 찾은 4기 백일출가자 김영롱씨(25세, 여)는 “만화가가 되겠다던 자신의 꿈을 접고 이화여대 산업디자인과를 다니면서 방황과 번민의 나날을 보내다 ‘백일출가’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꿈과 희망을 되찾았다”며 예비행자들에게 ‘백일출가’를 적극 추천해 관심을 끌었다.

최승현 기자 trollss@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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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출가’가 궁금해요 TIP 정토회 행자원 제공

- 스님처럼 머리를 깎아야 하나요?
아니오. 머리는 밀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출가 수행자에 걸맞게 머리 모양은 단정한 것이 좋습니다.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출가자들은 정해진 일과표에 따라 규칙적으로 생활합니다. 오전 4시에 일어나 하루를 맞이하고, 매일 예불/발우공양/정진/학습/일 수행 등을 통해 일상 속에서 수행하는 법을 몸에 익히게 됩니다.

-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나요?
네, 그렇습니다. 종교에 관계없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 달라진 나의 모습을 만나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든지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20~30대 젊은이부터 삶에 쉼표를 찍고 싶은 40~50대 까지 연령층도 참가동기도 다양합니다.

- 고등학생도 참가할 수 있나요?
아니오. 백일출가는 만 20세 이상부터 참가할 수 있습니다.

- 백일 동안 집에 갈 수 없고, 연락도 할 수 없나요?
네. 집에 갈 수 없고 손전화와 인터넷 사용도 금지됩니다. 이는 자기 내면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 만배를 한다던데요?
네. 입재 후 삼일 동안 만배 정진을 통해 출가 수행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갖춥니다.

- 문경 정토 수련원은 어떤 곳인가요?
정토회의 전문 수련 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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