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중 | 2009/04/02 16:30

평소 환원의사 밝혀…“기부하니 속 시원”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은 꿈을 간직해 온 스님이 그 꿈을 후학들이 이루길 바라며 전 재산을 대학에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소재 고암사 염청스님(법화종․73세)은 3월 31일 울산과학기술대(UNIST․총장 조무제)에 현금 및 부동산을 포함해 10억 원 상당을 학교발전기금으로 전달했다.

전 재산을 국가에 환원하길 희망했던 스님은 본인 고향에 울산과기대가 올해 개교하자 뜻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에 전 재산을 기부했다. 울산과기대는 스님의 뜻을 받아 기부금 전액을 우수학생 선발과 우수인력 양성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스님은 저서 ‘홀로핀 연꽃’에서 “이 몸은 억만 중생을 제도하다가 이 목숨 다 할때는 모든 것을 국가에 헌납하고 부처님처럼 자손만대로 이름 석자 남기고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힐 만큼 재산 환원에 굳은 신념을 갖고 있었다.

스님이 울산과기대에 기부를 결심한 것은 고향에 소재한 대학이기 보다는 평소 과학기술 분야에 남다른 조예가 있었기 때문. 스님은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공사로 인해 지역 인근 초등학교가 공사로 인해 발생한 매연으로 수업에 차질을 빚자 ‘공해방지용 매연 정화 장치’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해발 700미터에 위치한 고암사에 지내는 스님은 겨울이면 내리는 폭설로 외부세계와 소통이 어려워지자 1990년대부터 소형접시 비행기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제작비와 까다로운 특허 출원으로 직접 제작이 어려워지자 스님은 1997년 미국에서 열린 ‘경비행기 전시회’에 참석해 경비행기 구입에 나섰다. 경비행기 구입을 위해 현지에서 자격증까지 취득하는 등 천신만고 끝에 경비행기를 구입했지만 판매회사 및 배송 실수로 인해 스님은 미국에서 구입한 경비행기를 손에 넣지 못했다.

젊은 날 노숙자 생활도 경험한 스님은“결심한 대로 기부를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고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밝혔다.

경비행기 제작은 포기했냐고 묻자 스님은 “무슨 소리, 비행기 설계도도 가지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며 큰 소리로 웃었다.

김치중 기자 bomin@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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