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불멸의 역사‘우뚝’
선사시대 5천년 숨결 깃든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선사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저 큰 돌을 운반했을까?
수백 톤이 넘는 거석 앞에 서면 먼저 그 크기에 압도당하게 된다. 청동기시대의 무덤인 고인돌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졌음직한 의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한적한 산기슭이나 너른 밭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를 하고 있는 고인돌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도 당연할 것이 전세계의 고인돌 중 절반 가까이가 우리나라에 분포해 있다. 전세계의 고인돌은 총 7만여개. 이중 3만개가 우리나라에 있다.
한반도에만 이토록 고인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고인돌을 세운 이는 또 누굴까? 원시의 문화를 찾아가는 데는 어김없이 수수께끼 같은 질문이 따라 붙는다.
고인돌은 거석기념물의 하나이다. 피라미드·오벨리스크 등 이집트나 아프리카 대륙의 각종 석조물과 영국의 스톤헨지·프랑스 카르낙의 열석 등이 모두 거석문화의 산물이다.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양식인 고인돌은 사적 제137호로 지정돼 있다. 특히 지난 2000년에는 유고창지석묘군·화순효산리·대신리지석묘군·강화지석묘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고인돌의 특징은 지역에 따라 시기와 형태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인돌 양식은 전 세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고인돌이 가장 밀집된 곳은 동북아시아이며, 그 중 우리나라가 그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약 3만개에 가까운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고창·화순·강화고인돌유적은 밀집분포도 및 형식의 다양성으로 고인돌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유적이 되고 있다.
고인돌은 선사시대 문화상을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구조·정치체계는 물론 당시인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사시대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고창고인돌유적은 전라북도 고창군 죽림리와 도산리일대에 매산마을을 중심으로 동서로 약 1,764m 범위에 4백42개가 분포하고 있다. 10톤 미만에서 3백톤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으며 탁자식·바둑판식·지상석곽형 등 다양한 형식의 고인돌이 공존하고 있다. 3백톤이라니. 인간의 힘으로 3백만톤을 옮기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돌 하나에 매달려야 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뜩해진다.
화순고인돌유적은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일대의 계곡을 따라 약 10㎞에 걸쳐 5백여개의 고인돌이 군집을 이루어 집중분포하고 있으며 최근에 발견되어 보존상태가 좋다. 또한 고인돌의 축조과정을 보여주는 채석장이 발견되어 당시의 석재를 다루는 기술·축조와 운반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강화고인돌유적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부근리·삼거리·오상리 등의 지역에 고려산 기슭을 따라 1백20개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 이곳에는 길이 7.1m·높이 2.6m의 우리나라 최대의 북방식 고인돌이 있으며 우리나라 고인돌의 평균고도보다 높은 해발 1백m~2백m까지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 강화도는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 유물이 발견된 적이 있어서 일찍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강화도 곳곳에 남아 있는 지석묘와 단군이 쌓았다는 참성단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청동기 시대 이후에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살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지석묘는 청동기 시대 대표적 묘제의 하나로서, 북방식과 남방식이 있는데 강화도에는 북방식과 남방식 지석묘가 같이 분포되어 있다. 그 중 강화도의 북방식 지석묘는 우리나라 서북부 지방인 황해도?평안도 지방과 만주 요동 일대에까지 연결되고 있어 이들과 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또, 현재 조사된 북방식 지석묘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학술적으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강화도에는 현재 1백20여기에 이르는 많은 지석묘가 알려져 있는데, 보통 강화 지석묘라고 하면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에 있는 지석묘를 말하고 있다. 이 지석묘는 높이 2.6m·덮개 돌의 길이 6.5m·너비 5.2m로서 현재 남한에 있는 북방식 지석묘 가운데 가장 크고 보존 상태도 가장 좋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세계적인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어느 한 가지 특징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광대한 분량으로 다양한 특징들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고인돌은 주변의 자연 지세에 걸맞는 골짜기 방향이나 강·해안선을 따라서 만들어져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이어오는 자연 숭배 사상과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처럼 고인돌은 결국 불멸에 대한 관념을 반영하는 거대한 상징물인지 모른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반만년 전부터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지도... 정향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