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중 | 2009/10/16 12:41

27일까지 전국 사찰서 ‘행복· 자비' 법문
“불교로 새 삶 찾아” 聞·思·修 실천 강조

인간성을 압살하는 물질문명과 국가제도를 거부한 히피(hippie)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지를 여행하다 라마 예셰와 라마 조파 린포체 명상 강좌를 듣고 불교에 귀의한 톱텐 가쵸 스님(66)이 2000년 방문 후 9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10월 13일 인사동 불교영어박물관을 시작으로 27일까지 부산 홍법사, 청도 운문사, 울산 해남사, 서울 불광사 등에서 법문을 펼칠 스님을 만나 그의 인생과 철학관을 들었다.

 

"가장 행복했던 때는 내가 나 자신은 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던 때였고, 가장 불행하던 때는 내가 자기 연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불교는 내 삶을 설명했고, 내 삶은 불교가 진실임을 증명했다" <행복과 평화에 이르는 길> 중
 

호주출신 의사이자 히피로 관습적인 삶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를 염원했던 에이드리언 펠트만(속명)은 왜 불교에 귀의했을까? 밥딜런, 비틀즈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20대 후반 아프가니스탄 등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 마리화나를 피우며(본인은 술보다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토론을 즐긴 그는 불교에 귀의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고정관념과 기성세대, 심지어 부모의 가치관까지 부인한 히피로 살았죠. 종교적으로 보면 나는 기독교와 유대교에 염증을 냈습니다. 나를 가르친 선생과 나를 길러준 부모들이 교회적 가치로 행복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의사로서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었죠. 물질만능의 사회, 미쳐가는 사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했습니다. 이 모든 나의 마음작동에 대해 해답을 준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불교였습니다. 불교는 나의 모든 방황과 고민에 답을 줬죠”
 

그는 1975년 네팔 코판사원에서 사미계를, 1977년 다람살라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그에게 사미계와 비구계를 준 스님은 각각 라마 예셰와 라마 조파 린포체로 서양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파한 티베트 스님들이다. 그는 이들의 가르침을 받아 스님이 된 ‘서양인 1세대 스님’이다.

 

“내 스승들은 서구인들에게 불교를 가르친 티베트 1세대 스님들이죠. 당시 스승 도반들은 서양인들은 단순하고 이기적이라 불교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스승에게 충고했죠. 하지만 스승은 우리의 언어(히피)로 우리와 소통했습니다. 스승은 내가 언제 어디서든 질문을 하면 그때마다 알맞은 대답을 해줬습니다. 그는 위대한 소통자였습니다 ”

 

불교가 진리이기 때문에 귀의했다는 가쵸스님.  티베트 불교 승려가 된 뒤 고향인 호주 멜버른 타라회관 상임법사, 프랑스 툴루즈 지방에 세워진 날란다 사원 주지 소임을 맡아 서양인 티베트 승가를 이끌었다. 미국, 대만, 홍콩, 일본 불교회관에서도 법문을 펼쳤다.

 

스님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호주 캥거루 섬에서 홀로 안거하며 3년간의 결사를 마쳤고, 올해 3월부터 몽골 울란바토르 불교회관에서 상임법사 소임을 맡고 있다.

 

“세계 방방곡곡을 다 돌아다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몽골입니다. 1999년 은사스님이 저에게 불교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선교사들의 공격적인 선교로 인해 몽골인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며 불교센터를 건립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 4년간 몽고에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불교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약하고 불교교리를 공부할 공간도 없는 그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아있습니다”

 

평소 행복한 삶을 강조한 가쵸스님. 그는 행복을 “불행이 없고 평화로운 마음이 바로 행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원하는 것, 탐하는 것, 싫어서 멀어지는 마음이 없어야 행복해 질 수 있다”며 “고요하고 평화로운 것이 행복인데 행복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 다만 가려져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행복을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스님은 “명상수행을 통해 마음 본성을 알아차려야 한다”며 ‘자비개발’을 주문했다.

 

 “자비는 살아있는 모든 중생에게 내는 거죠. 우리는 나와 다른 대상을, 친구, 적, 낯선 사람으로 판단해 봅니다. 집착, 화, 무지가 원인이죠. 진정한 자비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이 평등하다는 이성적 탐구가 필요합니다”

 

스님은 더불어 “시작을 알 수 없는 삶은 숙생을 거듭합니다. 지금의 어머니, 과거의 어머니, 미래의 어머니 등 우린 숱한 어머니를 만납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듯 행복은 어머니의 마음을 다른 존재가 행복해지길 바래야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비심이죠. 모든 중생의 고통을 함께 할 수 있는 어머니와 같은 자비심이 있어야 모든 중생과 함께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가쵸스님은 결론으로 “잘 듣고 경청(聞)하는 단계를 지나 분석하는 지혜(思)를 거쳐 명상수행을 통해 공성을 이해(修)의 단계에 이러야 수행자로서 행복을 말할 수 있죠. 나 같은 사람은 몇 대에 걸쳐 이뤄야 하지만 전생에 수행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단박에 이룰 수 있을 겁니다”고 겸손해 했다.

 

최근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티베트 등 남방불교 유행과 관련 가쵸스님은 “티베트, 몽골불교 등을 관찰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불교 전통을 벌이면 안된다”며 “한국불교는 서양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문화와 정신이 올곧이 살아있다. 수행방법이 틀릴 뿐 크게 보면 다 같은 불교”라고 평가했다.

 

이어 스님은 “불교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큰 스님들이 있다는 것만해도 한국 젊은이들은 행복하다”며 “불자로서 성장할 첩경은 스승을 모시고 수행하는 것인데 한국사람들은 아직도 유교적 관념이 남아 있어 서양인들에 비해 스승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이번 초청인사로 자리를 함께한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한국불교의 세계화와 발전을 위해 가쵸스님을 초청한 것”이라며 “가쵸스님 방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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