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지역 회원들과 낙도 봉사

힘들 때마다 사찰 찾아 기도해

명장(名匠)은 기술이 뛰어나 이름난 장인을 뜻하는 말이다. 흔히 사람들은 전통 문화재와 관련한 명장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명장은 산업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존재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자동자 정비 부문 1호 명장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가진 박병일 명장(사진·54)은 ‘명장’이라는 꿈을 가슴에 품고 외길 인생을 살아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14살 어린 나이에 자동차 정비공 보조로 시작해 현재는 자동차 정비업계의 독보적인 위치까지 올랐다. 그만큼 쉽지 않은 가시밭길 걸어왔다는 의미다.

박 명장의 고향은 서울 인왕산 산동네. 유려한 풍취의 산과 계곡이, 그 자연을 닮아 순박한 마을주민들이 그의 유년기 인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빈한한 가정 살림 때문에 미술을 계속할 수 없었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면서 전통 기와장이었던 아버지의 일감은 점차 줄어갔고 가세는 기울었다. 결국 그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버스회사 정비공장 견습공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의 인생 역정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특유의 성실함과 끈질김으로 2년 만에 견습에서 정식 정비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자동차 정비기능사를 비롯해 자동차 검사 1급을 비롯해 중기정비 1급· 중기검사 1급·교사면허까지 취득했다.

1989년 도급업을 접고 카센터를 시작하면서도 그는 그만의 노하우를 축적해 갔다.
또한 2002년에는 대한민국 자동차 정비 명장(정비업계 1호)에 선정된다. 하지만 박 명장은 “이 모든 게 부처님 가피와 부모님의 은덕 때문”이라고 회자했다.

“1980년 초반 청량리 인근 좌판에서 한 할머니가 조그마한 불상을 놓고 팔길래 바로 내방으로 모셔왔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기도 드렸습니다. 같이 살던 정비공들은 의아하게 봤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죠. 어려서부터 집안이 불교인 탓도 있지만 저는 사찰이 참 좋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제가 좌절하지 않게 한 버팀목은 바로 불교였습니다.”

지금도 그는 틈나는 대로 관음성지를 자주 찾는다. 특히 집과 가까운 강화 보문사는 1년에 10여 차례이상 시간을 내 방문한다. 최근에는 남해 보리암과 여수 향일암에도 다녀왔다. 특히 다녀오고 얼마 안 있어서 향일암이 화재가 난 것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단다. 일감이 많고 힘든 와중에도 사찰을 찾는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저는 조직된 신행활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불자로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합니다. 더욱 열심히 일하고 직원과 가족을 잘 돌보고, 남에게 봉사하는 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실제 그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직원들을 선발해 야간에 대학을 보내주고 있다. 전 직원이 자격증 1~2개씩은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05년부터는 인천 지역 낙도를 돌면서 독거노인들과 소외계층을 위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이 주축이 돼 시작했던 것이 현재는 한국 마이스터 연합회 회원 4백 80명 49개 직능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미용·미장·보일러·농기계 등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살려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이제는 기술명장이 아닌 인간명장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받은 부처님의 가피와 공덕을 수외이웃에게도 나눠줄 것입니다. 또한 어렵게 터득한 기능을 후학에게 전수하는 일에도 매진할 것입니다. 기능인이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기능인 회관을 만들 계획입니다.”

사람들은 항상 꿈을 품고 살아간다. 꿈은 인생이라는 험난한 길을 달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엔진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병일 명장의 삶은 희망이라는 엔진을 가슴에 품고 달리는 자동차와 닮았다. ‘Dreams Come True’라는 이름을 가진. 

신중일 기자 bono98@jub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