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한식 표방 세계화 가능성

일반인 위한 상품화 추진필요

지난해 8월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인천세계도시축전 부대시설 ‘투모로우 시티’ 개관식에 참석한 세계적인 요리사이자 레스토랑 컨설턴트 작가인 켄 홈(61)은 “산나물로 만든 사찰음식을 먹으면서 세계적 명품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의미 심장한 이야기를 던졌다.

또한 켄 홈은 “한국 음식은 장류문화 때문인지 대부분 짠 편이다. 이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라며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한국의 절 음식은 세계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 특히 버섯 등 산나물로 만든 채식요리를 산에서 직접 채취해 만드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켄 홈은 30여년 전 ‘퓨전’(fusion) 요리란 말을 처음 사용한 인물로 요리경력이 50년인 베테랑 쉐프다.

올해 들어 한국엔 한식 세계화 열풍이 강하다. 5월초 정부는 피겨 퀸 김연아 선수를 한식 홍보대사로 위촉하는가 하면, 서울시와 UN본부는 10월18~29일 2주간 UN본부에서 한식축제(Korean Food Festival)를 개최키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켄 홈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한식 세계화의 대안은 한국 전통 음식 원형인 ‘사찰음식’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찰음식이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를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는 무공해 채식이라는데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특히 선진국 중심으로 식단에 건강을 위주로 한 문화가 급속히 번지고 있는 현상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이 미국에만 110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우리도 남부럽지 않은 채식문화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찰음식이어서 식문화 수출용으론 제격이라고 음식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찰음식 전문서적을 편찬하기도 했던 이여영 사찰음식 전문가는 “제한된 조건에서 조리되지만 사찰음식의 종류는 적지 않다. 김치만 해도 백김치 보쌈김치 고수김치 고들빼기김치 갓김치 죽순김치 콩잎김치 우엉김치 깻잎김치 가죽김치 상추불뚝김치 등 다채롭다”며 “해인사의 가지지짐과 머위탕, 통도사 두릅무침, 대흥사 동치미 등 사찰별로 특화된 음식이 발달했으며, 자연 재료에 스님들 창의력이 보태져 독특한 음식문화를 만들어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차별화된 음식”이라고 자긍심을 내비쳤다.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최근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도 전에 없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세계화 전초전 역할을 하는데 청신호다. 최근 2~3년간 사찰전문음식점이 여러 군데 새로 문을 열었고 연구소까지 생겼다. 또한 수원 봉녕사에선 지난해 국내 첫 사찰음식축제인 ‘대한민국 사찰음식 대향연’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한식 세계화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직접 참석해 “한식의 세계화는 음식을 통해 한국에 대한 새롭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줄 때 가능하다”면서 “사찰이라는 전통문화공간에서 채식 위주의 건강 음식을 통해 한국의 멋과 맛을 세계에 알리는 데 사찰음식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한외교사절과 외국인 유학생 등을 초대해 사찰음식을 시연해 보이기도 했던 수원 봉녕사 주지 묘엄 스님도 “좋은 음식과 문화를 세계인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며 “사찰음식은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기본에 충실한 음식이다. 사찰음식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관련 재단을 설립할 계획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사찰음식 세계화 작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경기관광공사는 한(韓)스타일 대중화 신호탄으로서 한국사찰음식의 어제와 오늘의 가치를 다시보고, 내일의 가능성을 미리 보는 사찰음식 문화체험행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경기도 사찰음식의 관광자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 2010년도에는 경기도 관광상품 개발에 참고해 사찰음식과 템플스테이에 대한 표준화와 세계화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가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6개년 계획으로 시작한 사찰음식 실태조사도 대중화는 물론 세계화를 추진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월말 1년차 결과물인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사찰음식-대전·충청편〉을 발간해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조계종 문화부 관계자는 “조사결과 사찰음식 중 사라지거나 일반음식화, 인스턴트화, 퓨전화되는 경우도 많았다”며 “2년차인 올해는 대구·경북지역 1000여개 사찰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50여 사찰을 방문 조사할 예정이며 앞으로 결과물들이 축적되면 사찰음식의 대중화나 세계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불교문화콘텐츠 추진위는 앞으로 사찰음식 사업화 등의 연구개발에도 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여느때보다 사찰음식 대중화 및 세계화에 대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 사찰음식과 교수인 홍승 스님도 “참살이(웰빙)와 다이어트 등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흐름을 볼 때 사찰음식은 국내외적으로 경쟁력 있는 문화브랜드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전통 사찰음식 조리 전수자 보호 육성, 일반인이 사찰음식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나 교육 확대, 일반인을 위한 상품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주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