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중 | 2011/03/01 23:03

상좌 및 관련 인사 강도높게 비판

"'깜'도 아닌데 길상사 차지 안돼"

내부고발 성격…사태 파문 커질듯

 

20년간 법정스님 유발상좌로 지근에서 스님을 모셨던 오명철 동아일보 문화전문기자가 스님 입적 1주기를 맞아 입을 열었다. 그는 3월 1일 동아일보 홈페이지에 게재된 ‘길상사는 무소유의 사찰…법정 장사 그만 집어치워라’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법정스님 입적 전 후 길상사 내부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http://news.donga.com/Culture/New/3/07/20110301/35224913/1)

 

그는 글을 통해 법정스님 입적 전 후 길상사 및 상좌들의 행보를 근거를 통해 조명했다. 이에 따라 덕현스님의 돌연 주지직 사퇴 등과 관련한 길상사 현실이 공개돼 향후 이 글과 관련한 파문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좌들과 승속갈등으로 입 연다”

그는 이 같은 글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에 대해 “스님 입적 후 길상사에는 발걸음도 하지 않았다. 상좌들이 눈에 밟힐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뭔가 말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길상사에 상좌들의 내분과 승속(僧俗)의 갈등이 ‘내연(內燃)’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글을 시작했다.

 

법정스님 "내가 상좌 잘못 뒀다"

2007년 법정스님은 병원에서 “3~6개월밖에 못 사신다”는 진단을 받는다. 오른쪽 폐 뒤쪽에서 9cm가량의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상좌들은 설왕설래 끝에 스님을 폐암치료병원인 텍사스 휴스턴 MD 앤더슨병원으로 모신다. 11월 27일 미국으로 건너간 스님은 병원 인근에 조그만 집 한 채를 전세 내 100일 동안 방사선 항암치료를 받았다. 오 기자는 “체중이 40kg까지 빠진 스님을 이런저런 사정으로 상좌 일곱 중 어느 누구도 스님 곁을 지키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지금부터. 오씨는 “한 상좌가 은사 스님 유고에 대비, 길상사 창건주 승계와 저작권 확보에 나섰다”며 “급기야 한 상좌가 미국으로 건너가 병석의 스님에게 ‘이러다 큰일 납니다. 창건주 승계서를 써주십시오’라고 매달렸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는 ‘상좌가 부르는 대로 받아 쓴 스님은 펜을 바닥에 집어 던졌고, 그가 병실을 나가자 ‘내가 상좌를 잘못 뒀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적시했다.

 

2008년 건강을 회복한 법정스님은 3월 18일 길상사를 방문한다. 당시 법정스님은 덕조 등 세 상좌들과 함께 개축 중인 명상수련원을 둘러보며 “호화롭지 않고, 지나치지 않게 하라”고 누누이 당부한다. 법정스님은 그 해 11월 자신의 마지막 저서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발간한다.

 

2009년 2월 법정스님은 길상사에서 열린 동안거 해제법회 설법을 마치고 “10년 전 이 절을 만들 때 가난한 절을 내세웠으나 내가 이 자리에서 법문을 하고 나면 그 끝에 으레 불사를 내세워 돈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때마다 저는 몹시 곤혹스러웠다”고 밝힌다.

 

길상사 불사 충격 병환 ↑

법정스님은 이날 미국 치료비가 길상사를 통해 조달된 것을 알았다. 스님은 그 후 길상사 소식지르 통해 “.재작년 겨울 신병을 치료하는데 제가 지닌 돈만으로는 모자라 부득이 사중(寺中·길상사)에서 치료비의 일부를 빌려 썼습니다. 그때 진 빚을 해제 사흘 후인 2월 12일 몇 사람이 입회한 자리에서 갚았습니다. 빚을 갚고 나니 이제는 아주 홀가분합니다. 그동안 내 치료비로 인해서 사중에 많은 신세를 지게 된 것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고 전했다.

 

길상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당시 법정스님은 이 당시 많은 충격을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해제법회 직후인 2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척추로 전이됐기 때문.

 

오씨는 “2009년 3월 9년간 주지소임을 맡았던 덕조스님이 주지직에서 물러나고 넷째 상좌 덕현스님이 주지로 취임했다”며 “2009년 5월 강원도에 기거하던 스님이 한때 위험한 고비를 만났지만 무사히 넘겼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이후 스님과 연락이 끊겼다. 상좌와 지인들을 통해 전해들은 바로는 스님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민간요법 등으로 투병생활을 계속하신다고 했다”고 밝혔다.

 

2010년 1월 법정스님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다. 법정스님은 입적 보름 전인 2월 4일 ‘남기는 말’과 ‘상좌들 보아라’등 2장의 유서를 작성, 서명한다.

 

저작권 놓고 상좌-신도 갈등

오씨는 법정스님이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정리한다며 스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금지시킨 것과 관련 “사후 인세(印稅)로 인한 갈등과 분란의 싹을 자르겠다는 뜻"이라며 모 시인과 분당보살이라는 인물을 지적했다.

 

그는 “스님은 당초 저작권 관리를 시인과 ‘분당 보살’에게 위탁하려 했고, 주위 사람들은 이를 강력 반대했다. 아무튼 시인과 보살은 스님의 말년 2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이다. 스님은 시인의 책 만드는 열정과 솜씨를 높게 평가했고, 그가 스님께 바친 정성도 남달랐다. 하지만 그는 지나치게 스님을 ‘독점’하고자 했고 이로 인해 상좌 및 다른 신도들과 갈등을 빚었다”고 회고했다.

 

‘무리수’덕조스님 주지 사퇴

맏상좌 덕조스님에게 남긴 유언과 관련 그는 또 “2009년 봄과 가을 시인이 엮은 스님의 법문집 서문에는 덕조 등의 이름은 빠지고, 덕인 덕현 덕진 세 상좌와 시인의 이름만 올라 있다. 누구보다 스님을 잘 모셨고, 사랑도 듬뿍 받은 덕조가 맏상좌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덕조에 이어 길상사 주지직을 승계한 덕현까지 스님 1주기를 앞두고 길상사를 떠나버렸다. 이 또한 스님의 업(業)일 것”이라며 상좌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미국 투병 당시 한 상좌가 스님으로부터 ‘건강상 이유로 창건주 권한을 덕조에게 인계한다’는 문건을 받아왔지만 송광사서 인정하지 않고 스님과의 직접 면담을 요구했다. 다급해진 덕조스님이 무리수를 둬 (주지직)에서 교체됐다”며 “사태의 전말을 알게 된 스님은 2009년 8월 27일 길상사 창건주를 ‘법정’에서 ‘송광사’로 변경하고, 사설사암에서 ‘공찰’로 전환토록 했다”고 상기했다.

 

“제발 더는 스님 팔아 장사말라”

그는 초대 주지로 헌신했던 청학스님 등을 거론하며 "스님이 이 절(길상사)과 인연을 맺는 바람에 청학 스님 등 승속(僧俗)의 ‘좋은 인연’들을 잃게 됐고, 상좌들도 ‘욕심’을 내게 됐다. 길상사는 법적으로 누구의 것이든,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무소유’의 사찰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깜’이 아닌데 단지 법정 스님의 문도라고 해서 길상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님 입적 후 팔려나간 저서들과 관련 “출판사들이 무리해서 책을 더 찍어내고,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앞 다퉈 스님에 대한 신간을 냈다. ‘글 빚을 남기기 싫으니 책을 절판하라’는 스님의 유지는 출판업자들의 이해가 갈려 지난해 말에야 이행됐다”며 “마구잡이로 찍어낸 서책은 재고가 50만 권이나 됐다고 한다. 유묵전이 열렸고, 기념관 건립과 장학사업, 다큐멘터리 제작 등이 추진됐다. 1주기를 맞아 대 여섯 권의 신간이 더 나왔다. 다 부질없는 일이다. 제발 더는 법정 스님을 팔아 장사하지 말았으면 싶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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