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록〉과 〈벽암록〉에 보면 운문선사의 호떡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스님이 운문선사에게 질문을 했다.

“어떤 것이 부처를 초월하고 조사를 초월하는 말씀입니까?(如何是超佛越祖之談)”

운문선사는 대답했다.

“호떡(?餠)”

운문호병(雲門?餠)의 화두이다. 부처와 조사도 뛰어넘을 수 있는 한 말씀인 일전어(一轉語)를 설해달라는 대답이 ‘호떡’ 한 마디다.

선사들의 선문답은 긴 말이 필요 없다. 한 마디로 축약되고 상징된 말로서 나타낸다. 그 나머지 몫은 묻는 사람의 깜냥이다. ‘그 뜻이 무엇일까?(是甚?)’ 일구월심 밤낮으로 생각하고 생각하면 운문선사가 ‘호떡’이라고 대답한 뜻을 스스로 깨달아 무릎을 치면서 마음으로 계합(契合)하는 것이다. 이것은 선지식이 제자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기 위하여 만든 고도의 교화 프로그램이다.

선어록에 보면 선문답의 소재로 쌀, 보리, 무우, 삼, 호떡 등과 같이 농경사회에서 의식주(衣食住) 및 일상생활과 관계가 있는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청원선사의 여릉미가(廬陵米價, 여릉의 쌀값)’, ‘조주선사의 진주대라복두(鎭州大蘿蔔頭, 진주의 큰 무우)’, ‘동산선사의 마삼근(麻三斤, 삼 세 근)’ 등이다.

〈무문관〉에 남전선사에게 조주스님이 “어떤 것이 도입니까?” 하고 묻는 질문에 남전선사가 “평상심이 곧 도다(平常心是道)”라고 대답했다. 이 화두 역시 불법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상사와 평상시의 마음에서 실천됨을 설하는 가르침이다.

어찌 불법이 멀리 있겠는가. 유가에서도 “도는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하였다. 요즘 신문 TV 등을 보면 대학생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고물가, 전세값 폭등 등 온통 빵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불현듯 운문선사의 화두인 ‘호떡’이 떠올랐다.

현재 이 시대 우리 민초(民草)들의 화두는 빵이다. 호떡이다. 한때는 민주화, 통일, 여성 인권 등이 화두가 되었지만, IMF을 겪은 지금은 오로지 빵, 복지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하여 온갖 복지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내가 말하면 복지정책이고, 상대방이 말하면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내년에 총선이 있고 이어서 대선이 있으니, 복지와 교육정책으로 승패가 결판이 날 것 같다.

우리 불교 교단과 불자들도 깨달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것 같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의 사회화는 무슨 뜻인가? 우리는 중생이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현실 사회를 바르게 인식하고 있는가? 우리 불교가 이 시대를 살면서 중생과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역사의식이 있는가?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국민들의 아우성을 듣고 함께 공감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서민을 외면하면 정권을 창출할 수 없다. 중생의 고통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관세음보살님도 영험이 없다. 사람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종교는 도태되고 만다. 중생 속으로 들어가 함께 소통해야 한다.

실업자는 거리에서 방황하고, 급등하는 물가에 서민들의 한숨소리는 크다. 대학생이 등록금 대출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취업이 안 되어 결혼을 못 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촛불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학생을 보면 안타깝다. 정치인들은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한 대립과 갈등뿐이다. 우리 불자들은 그들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지 생각해 볼 일이다.

조사께서는 “잠이 오르면 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이 불법이다.”고 설하셨다. 중생의 배가 고프면 호떡을 입에 물려주고, 고통을 받고 있으면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