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4월 12일 “사찰법 및 사찰법 시행령”을 제정 공포하고 17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사찰법과 사찰법 시행령의 주요 내용은 △예비 등록제 △지역 관할 교구본사로 사찰 등록 △창건주 승계 원칙 및 절차 △중창주제도 도입 △산내암자 . 포교소 관리 방안 마련 △미등록사설사암 징계제도 명문화 △공찰 공동화 방지책 마련 등이다.

이는 조계종 종단사찰의 전반적인 관리에 대한 법제화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조계종 사찰의 미등록과 사설사암에 대한 세간의 이야기들은 많았지만 종단내적으로 묵시적인 승인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명망있는 스님으로서 사설사암하나 갖지 못한 분이 없고, 사설사암 없는 것이 청렴의 잣대가 아니라 무능력의 잣대로 평가되는 웃지 못할 일들이 일어났다.

심지어는 사설사암을 갖는 것이 스님들의 노후대책으로 평가하는 분위기 까지 있었다. 이러한 승단내의 분위기는 물질중심의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아닐 수 없다. 얼마나 종단적인 스님들의 복지가 부실하면 이러한 현상이 일반화 됐을까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사설사암이 보편화 되는 것을 놔두어서는 안된다.

어쩌면 지금 종단사찰의 법적 관리가 늦은 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새로운 시작이 지금까지의 잘못을 바로잡는 단초가 될 것이고, 언젠가는 바로잡힐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갑작스런 조계종의 시행령 제정 공포로 많은 곳에서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이는 시행령 공포 이전에 사찰등록이 왜 안되고 있으며, 왜 미등록 상태로 유지되는지, 그리고 더 많은 사설 사암들이 생겨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만일 스님들이 노후가 염려스러워 사설사암을 갖고자 한다면 이는 스님들의 복지가 이를 따르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하고 스님들이 노후를 염려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복지를 확충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종단의 집행부가 숨겨진 스님들의 재산을 드러내고 종단에 귀속시키는 것만 신경쓴다면 이번 시행령 제정 공포는 결코 미래가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시행령의 제정 공포가 올바른 방향이고, 이를 정말 종단의 미래를 위해 정착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굳다면 시행령을 들어 미등록 사찰들, 사설 사암들을 규제하고 빼앗는데에 먼저 나서서는 안될 것이다.

먼저 종단이 나서서 미등록 사찰이 된 이유를 조사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의 시행령이 제대로 정착되느냐 안되느냐는 미등록 사찰을 가진 스님들이 삼보정재이니 사찰에 등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느냐, 아니면 종단이 우리의 재산을 빼앗으려고 한다는 생각을 갖느냐에 달려있다.

행여 미등록 사찰의 스님들이 종단을 믿지 못하여 못 내놓겠다고 한다면 종단이 스님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고 시행령을 밀어붙여 미등록 사찰을 등록시키는데만 진력한다면 오랜만에 제정된 좋은 취지의 사찰법 시행령이 표류하게 될 지도 모른다.

부처님의 삼보정재가 하나로 모여 올바른 부처님의 법을 펴는데 쓰일 수 있다면 어떤 스님도 사찰 등록을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아무쪼록 사찰법 시행력 공포를 계기로 종단의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라며, 사부대중이 종단에 대한 무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