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7월 3일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통합적 사회복지실천을 위한 불교적 영성과 복지’라는 주제로 2012년 불교사회복지포럼을 개최했다.

포럼 발표에 앞서 좌장인 보각스님(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 지적했던 것처럼 주제가 다소 애매한 점이 부각됐다.

이는 영성(靈性)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따른 의문이다.

영성이란 신령스런 성품이란 뜻이며, 일반적으로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이미 우리사회에 고착되어 쓰이는 용어이다. 신과 인간의 관계를 내포하는 개념으로 정착됐다.

카톨릭에서는 영성체(성찬)라고 해서 미사에서 빵고 포도주를 나눠주는 것이 예수의 피와 살을 나누어 구원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불교에는 영성이란 말이 없는가? 권경임(복지영성연구소) 대표가 지적했던 것처럼 불경에도 수없이 많은 영성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고 그 내용상으로 불성, 자성, 여래장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의 본성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는 영성이 이런 뜻을 제대로 표현해 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불성이나 여래장의 대체용어로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불성이라는 말로 통일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영성은 영어 Spirituality(정신적인, 영성, 신성, 영적권위)의 우리말 번역이다. 번역할 때 가장 적당한 종교적 말을 찾다가 보니 불경의 영성을 가져다 썼을 수 있다. 아니면 영성이라는 말이 불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속에도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이말을 차용했을 수도 있다.

이것은 비단 영성만은 아닐 것이다. 카톨릭의 천주도 불경에서 찾았고, 기독교의 장로나 예배 또한 불경에서 찾아 쓰기 시작했다. 하나님이라는 말은 우리민족이 예부터 써오던 하느님에서 가져갔다.

이러한 말들은 지금 거의 고유명사로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 요즘은 카톨릭에서 자비라는 말도 많이 쓰고 있는데 이는 사랑이라는 번역어의 한계를 자비로 대체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우리사회에 이미 다른 용도로 정착된 용어들을 이제와서 본래 불교용어였다고 다시 가져다 써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미 자비나 불성처럼 불교용어로 정착된 것을 타종교가 가져다 쓴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불교에서 잘 쓰지 않는 천주니, 예배니, 장로니, 영성이니 하는 말들을 정착된 용어대신 다시 가져다 쓰자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영성이라는 말이 불교용어였으니까 쓰는데 아무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성은 불성이나 자성 여래장처럼 이미 쓰이고 있는 불교 용어와 같은 뜻이라고 해서 가져다 써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복지에 영성이 도입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서구에서 발원된 영성복지는 복지의 한계에 종교적 구원을 접합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기독교 사회에서 영성복지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서 구원을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복지후진국인 우리나라에 선진 복지가 도입되면서 영성복지도 함께 들어왔다. 우리나라 복지를 선도한 기독교로서는 서구의 영성복지를 도입했고 불교는 나중에 영성복지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불교복지에서 영성의 의미 때문에 많은 논란이 야기됐다. 90년 초부터 논의됐으니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리고 한국종교인 평화회의(KCRP) 워크샵에서 영성 공통사용문제가 제기됐고, 불교복지재단도 이번에 공식적인 논의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재단 관계자는 이번 포럼에서 불교적 영성이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에 대해 “공식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히고 “공식적인 논의를 통해 그동안 내적으로만 논의되던 영성이란 용어를 그대로 써야할지 아니면 불교적인 용어로 대체해 써야할지 대중들의 판단을 요하고 있다”고 말해 이번 논란이 불교복지재단의 의도적인 조치에 따른 것임이 알려졌다.

이렇게 볼 때 다른 의미로 정착된 영성이란 용어를 가져다 쓰는 것은 잘못이며 적당한 불교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복지재단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없는 단점도 있는 만큼 좀더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