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량 32,504장, 오석돌판에 각자(刻字)
1차 285억원 투입, 석조원형 전시관 건립

우리나라에 현존하고 있는 고려팔만대장경 목판본은 국보 제32호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대장경은 불교성전을 집대성한 경장(경장, 율장, 논장의 삼장)으로써 불교핵심 사상이 담겨 있는 법보(法寶)이다.

고려 대장경은 5백11종, 6천8백5권, 경판 수 8만1천1백37매, 5천2백만자의 방대한 성전이다. 이러한 고려대장경이 천년의 세월을 넘어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에서 석판본(석장경)으로 재탄생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조성되는 대작불사로, 조성기간도 5년~10년을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석장경은 중국(운거사소장), 미얀마(쿠도도 파고다) 등 2곳 밖에 없다. 하지만 두 나라의 석장경보다 (재)고려대장경진흥원 유지재단이 주도해 방대한 물량과 최첨단 기술로써 석장경을 조성하고 있어, 향후 국가보물로 지정되는 건 시간문제이다.

석장경 조성불사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신상길 이사장은 “고려대장경 석판본 및 성보전시관 건립불사는 한국불교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우순풍조 국태민안이 이뤄지고 남북이 평화롭게 통일 할 수 있도록 그 원력을 담겠다”면서 “상주시 불교신도회와 시민들이 한결같이 대장경 불사에 원력을 담아내고 있어 조만간 이곳이 불국정토의 법보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전국사설사암단체총연합회 총재 각성스님은 “고려대장경 석판본 조성은 한국불교역사를 새롭게 각인 시키는 등 지역경제 성장동력과 고부가관광상품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성전 역할도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장경 석판본 불사는 지난 2008년 1월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스님과 조계종원로의원 월탄스님 등 학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철저한 고증과 검토를 거쳐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석판대장경 조성불사는 고려대장경 연구소에서 제작한 표준 한자체(금불글씨)를 석판에 음각으로 부조되며, 기본으로 석판 총수량 32,504장(가로 78.5cm, 세로 200cm, 두께 5cm)과 총연장 길이 26km, 지름 40m, 높이 25m, 벽면 6m의 장엄한 규모로 석조원형 전시관을 건립해 그 내부 중앙에 석조좌불 3위를 봉안하고 내부벽면에 대장경석판을 3단으로 진열할 계획이다.

특히 경내에는 국내 사찰에서 보기 드문 대웅보전, 대광보전, 영산전, 12층 석탑과 국보급 범종, 팔상성도 돌병풍으로 가람을 배치하는 등 새로운 건축양식을 도입한다. 1차로 285억원이 투입되며, 오석돌판에 각자(刻字)한다. 석판경판을 쌓으면 6502m로 백두산(2777m)보다 두배 높고 무게는 4875톤으로 4톤 트럭 1218대에 나눠 옮길 수 있다.

상주시불교신도회 주최로 지난 8월 27일 (재)고려대장경진흥원 유지재단 석판제작소에서 석판본 경판각자 시연 및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계종원로의원 월탄스님은 “고려대장경은 유네스코 기록 세계유산을 넘어 살아있는 지혜의 보고이다”면서 “석판고려대장경은 천고에 길이 빛날 세계유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석판본 쌓으면 6502m, 백두산 보다 두 배 높아
무게 4875톤, 4톤 트럭 1218대에 나눠 옮겨야
스님·학계인사 등 철저한 검토와 고증거쳐 진행

사)전국사설사암단체총연합회 윤기순 이사장은 “한국불교 교육과 포교의 중심 도량으로 문화체험 공간을 구축해 역사문화 유적을 중심으로 하는 박물관 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며 “고려대장경 석판본 조성불사가 지역관광 활성화, 녹색예술 공간, 역사 문화적 가치복원의 재발견, 국민참여의 미래지향적 비즈니스 창출과 지역경제 성장의 극대화를 위해 정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석판본(석장경) 작업순서는 먼저 재료준비--> 초안작성--> 견본제작--> 경문 새기기--> 세척 및 건조--> 글자 다듬기--> 세척 및 건조--> 글자 다듬기--> 세척 및 건조--> 금물 칠하기--> 건조--> 전시 순으로 진행된다.

석판경 한 장 금분량은 약 810g으로 한 자당 0.5g이 든다. 석판경 한 장 무게는 212kg, 글자 수는 약 1,610자로 원판 5면 분량이다. 글자 한 칸 크기는 가로 3.5cm x 세로 2.7cm이다. 전시관 1동 전시량은 석판 442장으로, 제작 소요시간은 약 8개월(1일 2장씩)이다.

신 이사장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석판본 불사를 결정하기까지 별 어려움이 없다. 아들내외가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해 언제든지 옳은 일이었다는 것을 곁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큰 아들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원력을 세운 것에 대해 설사, 집안재정에 어려움이 닥쳐와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가족의 불심이 대단하다. 석판본 제작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승무산 줄기에 채석장이 있다. 붉은 화강암을 채취하는 신 이사장은 채석장에 부처님을 봉안하는 등 신행생활에도 여념이 없다.

든든한 아내는 남편의 대작불사에 흔쾌히 동참을 했고, 불법을 함께 공부하는 도반이자 후원자이기도 하다. 향후 5~10년이 흐른 뒤 승무산 일대는 불국정토가 될 것이다. 신 이사장의 대원력이 꽃피는 날 하늘 선인들은 기쁨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설사, 현생에 지나친다 해도 대작불사를 이어갈 아내와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주시불교신도회와 경향 각지의 스님들께서 신 이사장의 원대한 발원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 불상에 수희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수립됐고, 이제 차근차근 한 걸음씩 원대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유마거사의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그 뜻을 인생이막에 들어 깨달았다는 신 이사장은 이 땅에 불은이 충만하길 기원한다.

평생일군 자신의 채석장에 부처님 나라를 꿈꾸는 그에게 견고하고 단단한 돌이라도 신심과 원력으로 무장된 그 마음 앞에는 녹아내릴 수밖에 없다. 만 중생들이 승무산에 들어와 부처님을 찬탄하고 공경 예배하는 꿈을 자주 꾼다는 신 이사장은 호법신장이 옹호해 주는 것 같다며 연신 웃는다.

시골 초등학교 교장처럼 맹자왈 공자왈을 논할 법한 얼굴이지만 대화 속에 구수한 된장 냄새가 우러나오는 것 같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안 해 봤다는 신 이사장의 말을 듣고보니 이내 수긍이 간다. 승무산 너머로 저녁놀이 진다. 화엄만다라를 펼치는 시방세계의 장엄이 이곳에서도 이내 꽃을 피울 거 같다.

고려팔만대장경은 고종23년(1236년) 38년(1251년)까지 16년간에 걸쳐 외적(몽골, 원나라 등)을 부처님의 힘으로 물리치기 위해 무장인 최우가 강화도에 대장도감을 설치, 조판을 해 강화도성 서문 밖의 대장경판당에 수장했다. 고려 충숙왕 5년(1318년) 강화 선원사로 옮겨 보관했고, 조선초기에 서울 사대문밖의 지천사로 잠시 옮겼다가 태조 7년(1398년) 경남 가야산 합천 해인사로 옮겨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다. 

이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