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선 | 2012/09/24 17:06

중국 사천성 나한사에 봉안한 오백나한. 무상선사는 455위에 올라있다. 우측에서 두번째가 무상선사이다.

일물부중(一物不中)과 삼구용심
(三句用心) 그리고 평상심(平常心)

선종이 남북종으로 나뉘고 남종이 돈오의 선사상을 확립해서 선종의 주류가 된 데는 마조도일이라는 걸물의 역할이 제일 컸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세상이라는 뜻의 강호(江湖)라는 낱말은 강서의 마조도일과 호남의 남악회양 두 선사의 활약지 이름에서 나온 말이다. 그만큼 마조의 역할이 컸고 마조가 있게 된 데는 남악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그런데, 마조를 지도한 또 다른 인물인 무상의 역할 또한 지대해서 여러 자료에서 마조를 무상의 제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조의 행화에 관한 자료에서 그의 선사상은 ‘평상심이 곧 도(平常心是道)’라는 말로 대표되며 그렇기 때문에 ‘도는 닦을 일이 없다(道不用修)’고 한다. 이는 무상의 선사상인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3구용심’을 강하게 받아들인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본 연구에서는 무상의 선사상인 삼구용심과 회양의 일물부중 그리고 두 사람의 선사상이 녹아들어 아주 새로운 사상으로 거듭난 마조의 평상심이 어떠한 관련을 지닌 것인가를 깊이 살펴보고자 한다.

육조대사 혜능의 ‘나무도 없고, 대도 없으며, 한 물건도 없고, 물들 것도 없다(無樹 非臺 無一物 常淸淨)’는 법문에 의해 확립된 돈오의 선법은 6조의 제자인 남악회양에 의해서 더욱 공고해진다.

한 물건이라해도 맞지 않다

회양은 혜능을 찾아가 8년의 수행 끝에 ‘설사 한 물건이라 해도 맞지 않다(一物不中)’고 하여 무시, 무처의 선을 인가 받는 것이다. 회양이 혜능을 찾아가서 인사를 하니 혜능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회양은 답했다.

“숭산(崇山)에서 왔습니다.”

혜능이 다그쳐서 물었다.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스스로 왔음에도 어떤 물건이 주체가 되어 왔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해 쩔쩔 매었다. 회양은 자리를 안내 받아 8년간 정진해서 어느 날 깨달은 바가 있어서 스승을 찾았다.

“제가 확실히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

“설사 한 물건이라 해도 맞지 않습니다.(說似一物卽不中)”

제자의 공부에 진전이 있음을 파악한 혜능은 재차 담금질을 했다.

“그러면 그것은 닦아서 증득(證得)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서도 대답이 궁해지거나 지식으로 말하면 안되는데 회양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닦고 증득함이 없지는 않지만 때 묻거나 더럽혀질 수 없습니다.”

자신이 닦은 바와도 일치함을 안 혜능은 인가의 법어를 내렸다.

“바로 그것이 모든 부처님이 삼가 보존하는 바이다. 이는 네가 이미 그러하고 나 또한 그러하다.”

이것이 회양의 일물부중(一物不中) 즉,‘한 물건이라 해도 맞지 않음’이다.

홍인의 법은 혜능에게 전해졌고 이는 당시에는 비주류였으나 회양하의 마조라는 걸물이 나타남으로써 선종의 정맥이 혜능에게로 전해진 것이 되었다. 따라서 다른 수행자들은 정맥이 아닌 방출(房出)이라고 불리는 10명의 고족(高足)이 있었는데 그들중 하나가 지선(智詵)이다. 지선은 13세에 출가하여 현장(玄藏;622-664)에게 경론을 배우고 홍인(弘忍)에게 선법을 배워 처적(處寂)에게 법을 전하고, 처적은 무상(無相;684-762)에게 법을 전하였으며, 무상의 제자에는 무주(無住), 융(融), 왕두타(王頭陀), 신회(神會), 무계(無誡)와 마조(馬祖) 그리고 서역의 가섭(迦葉) 등이 있다.

마조는 처적선사 밑에 있었던 무상선사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무상은 신라출신이다. 이 시기의 중국선종은 한창 발흥기를 지나서 조사선의 전통을 수립하는 중이었으며, 한국(고구려, 백제, 신라 중에서 신라가 활발하였고 통일신라로 이어짐)은 중국의 발전된 수행방법과 교학이해를 배우기 위해 유학하는 이가 많았다. 그 중에서 중국에 머무르며 행화를 펼친 이를 서화명사(西化名師)라 부르는데 무상(無相)의 활약이 가장 뛰어났다.

 

무상선사 인성염불

무상의 선사상을 알아보기 위해서 〈역대법보기(歷代法寶記)〉에 실려 있는 무상이 설법한 내용을 살펴본다.

“먼저 인성염불(引聲念佛)하여 일성(一聲)의 숨을 다 내뱉게 하고, 목소리가 끊어지고 생각이 없어졌을 때 기억하지도 말고(無憶), 생각하지도 말며(無念), 잊지도 말아라(莫忘).”

인성염불은 기록에는 자세한 내용이 없지만 설명한 내용으로 볼 때는 길게 끌어서 내는 염불 방법으로 요즘 시행하는 범패(梵唄)의 짓소리같이 하는 염불이 아닌가 한다. 기억하지도, 생각하지도, 잊지도 말라고 하는 것을 ‘세 구절의 마음 씀’ 즉 삼구용심(三句用心)이라고 한다. 삼구용심에 관한 설명은 종밀(宗密;780-841)의 〈원각경대소초(圓覺經大疏抄)〉에 나온다.

“3구라고 하는 것은 무억·무념·막망이다. 마음에 지난 일들을 추억하지 말고 또 미래의 영고(榮枯) 등에 대해서도 염려하지 않도록 하며, 항상 여기 지혜와 상응해 흐리지 않고 틀림없도록 하는 것을 막망이라고 하는 것이다.”

무상 자신의 설법을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달마조사가 전한 이 3구의 가르침은 바로 총지문(摠持門)이다.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바로 계문(戒門)이고,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바로 정문(定門)이며,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바로 혜문(慧門)인 것이다. 생각이 없으면 바로 계정혜(戒定慧)가 구족되는 것이다. 과거, 미래, 현재의 항사제불(恒沙諸佛)도 모두 이 문으로 깨달은 것이다. 또 다른 문이 있을 수 없다.” 〈역대법보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총지(摠持)는 다라니(多羅尼; dharani)의 번역어이며, 밀교의 용어로서가 아닌 불교의 모든 가르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쓰인 것이다. 즉,‘세 구절의 마음 씀의 가르침이 가르침의 전부’라는 뜻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세 구절의 마음 씀을 ‘마음을 일으키지 않음(念不起)’ 하나로 모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3학이 모두 포용되는 것이다. 종밀은 이 부분에 대해서 ‘촉(蜀)의 김선사(金禪師)는 무억(無憶)이 바로 계이며, 무념(無念)이 바로 정, 막망(莫忘)이 혜라고 설했다’고 〈화엄경행원품소초(華嚴經行願品疏抄)〉권1에서 말했다.

 

3句 수행법 백장회해 수용

기억하지도 않고,생각하지도 않으며,잊지도 않는 것 즉 마음을 일으키지 않음이 무상의 선사상이다. 단, 무상의 3구 용심사상은 무상만의 독창적인 사상이 아니고 혜능의 〈법보단경(法寶壇經)〉에 나오는 “성법(性法)을 깨닫는 이는 ‘무념,무억,무착(無着)’의 경계에 들어선다. 광적인 망상이 일지 않고 진여(眞如)를 스스로 사용하여 지혜로 보고 비춘다면 모든 법 속에서 얻지도 않게 되고 버리지도 않게 된다. 이것이 견성성불의 도이다.”의 가르침 속에서 무착만을 빼고 무념과 무억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 순서는 바꾸고 무착 대신에 막망을 넣어서 수행의 방법으로 새롭게 만든 것이다. 이 삼구용심의 수행법은 마조의 제자 백장회해가 수용하고 있음이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마조 역시 삼구용심을 이용하고 있었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다.

도일이 남악의 전법원(傳法院)에서 좌선수행에 정진하고 있을 때 남악 회양을 만났다. 회양은 그가 법기(法器)임을 알고 물었다.

“대덕은 무엇을 하려고 좌선을 하는가?”

도일이 대답했다.

“부처가 되기 위해서 좌선합니다.”

그러자 회양은 부근에 있던 기와 하나를 집어 들더니 도일 앞에서 보란 듯이 갈아대기 시작했다. 도일이 의아해서 물었다.

“기와는 갈아서 무엇을 하려고 하십니까?”

회양이 대답했다.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네.”
이에 도일이 비웃으며 말했다.

“기와를 가지고 거울을 만들다니요. 그것이 가능이나 하겠습니까?”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회양이 일갈했다.

“기와를 가지고 거울을 만들기가 불가능하듯이 좌선을 해서는 부처가 될 수 없다.”

도일이 그동안 믿고 있었던 신념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다.

도일이 물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합니까?”

회양은 대답 대신에 물었다.

“수레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소를 때려야 하나, 수레를 때려야 하나?”

대답을 하지 못한 도일과의 문답이 이어지고, 회양이 마무리 법어로서 자신의 게송을 들려주자 도일의 마음에 기쁨이 샘솟았다고 〈전등록(傳燈錄)〉에 기록하고 있다.

도일이 도를 깨닫고 행화를 활발히 해 그의 제자들이 그야말로 강호를 주름잡자 도일을 마씨 성을 가진 조사라는 뜻에서 혜능 이후로 쓰지 않는 조사라는 이름을 붙여서 마조라고 부르게 된다. 그의 선사상은 〈전등록(傳燈錄)〉권28에

“도는 수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물들지 않도록 하라. 만약 도를 알고자 한다면 평상심이 바로 도인 것이다. 평상심이란 조작이 없고, 시비가 없으며, 취하고 버림이 없고, 단(斷)과 상(常)이 없으며, 범(凡)도 성(聖)도 없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행(行), 주(住), 좌(坐), 와(臥)와 환경에 순응하고 사물에 접하는 것이 모두 바로 도인 것이다.”

남악회양의 일물부중도 혜능의 무일물(無一物) 사상을 이어받은 것이고, 무상의 삼구용심도 역시 혜능의 무념·무억·무착의 사상을 이어 받았으며, 마조의 도불용수의 평상심도 혜능의 ‘어디에 티끌이 일어나는가(何處惹塵埃)’사상을 이어 받아서 독창화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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