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선 | 2012/09/24 17:16

 

강의하시는 고우스님

세상이 참으로 어려운 지금이다. OECD 중에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 국민들의 세상살이가 힘들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불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자살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가장 잔인한 학대이다. 자살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자신들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게 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면 이러한 잘못된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모든 것을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데 원인이 있다. 내가 있다는 확고한 생각 때문에 남과 나를 구별하고 남을 탓하며 자기를 학대하는 것이다.

만약 부처님의 가르침을 안다면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고 남도 나와 같다는 폭넓은 생각을 하였을 것이고, 이러한 긍정적인 사고는 자기를 존중하고 더불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내가 있다는 생각은 잘못 오해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중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럴 때 자신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자신이 중도로, 부처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자존 의식을 회복할 수 있고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내가 존귀한 만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존귀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 때문에 남의 생명을 빼앗아서도 안되고 자살을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삼론종

인도의 중관파를 중국에서는 삼론종이라 하는데 삼론종이란 용수보살의 중론과 십이문론, 백론을 가리킨다.

삼론학의 대성자인 길장은 삼론을 근본으로 삼론종을 집대성하였지만 중론의 깊은 뜻을 바로 보지는 못했다. 천태대사의 저술을 보고는 자기가 실제로 부처님의 근본 뜻을 알지 못했으며 중론을 바로보지 못했다고 스스로 말한 분이다. 그러나 불교학을 논하는데 있어서 삼론종을 빼놓을 수는 없다.

삼론종의 교리는 파사현정을 지향한다. 이는 바로 망정을 깨뜨려 무소득의 진공을 얻는 것이니 파사의 구경이 곧 현정이다. 삼론종에서는 파사외에 따로 현정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고 파사가 그대로 현정이라고 했다.

삼론종에서는 이 밖에 중론의 처음에 나오는 불생불멸, 부단불상, 불일불이, 불래불거의 팔불 역시 중도를 밝힌 것이라 하여 팔불중도라 한다. 여덟가지 미혹을 하나하나 부정하여 중생들의 미혹을 씻어 없애므로 이 팔불에 의해 중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 존재의 본질을 형상으로 본다면 팔불중도가 성립하는 것이다.

 

중관론의 정의

불교계에는 여러 종파가 많이 분립되어 있지만, 중(中)을 제외하고는 불교라는 것이 성립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은 모든 부처님과 보살이 행하는 도요, 이 중에 입각한 관은 모든 부처님과 보살이 능히 관하는 마음이다.

“중(中)은 삼세 시방 모든 부처님과 보살이 행하는 도를 말한다. 이 도로 말미암아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정관을 발생하느니라.”

중론에서는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이는 상대적인 모든 법을 회통하여 융화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볼 때에는 유와 무가 상대적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중에서 불 때에는 유와 무가 서로 원융한 것이다. 중론의 골자는 유무든지 진속이든지 모든 회통하여 원융무애하게 하는데 있다.

강좌를 듣는 불자들

유식사상

유식파는 중관파와 더불어 인도 대승불교의 한 학파이다. 중관파가 공사상을 표명한데 비하여 유식파의 기본사상은 일체 제법이 오직 식(唯識)이라는 것이다. 유식사상의 원류는 부처님에게 있으나 이 사상을 교학적으로 체계화한 것은 미륵이며, 그 뒤를 이어 무착과 세친이 대성하였다.

무착논사는 북인도의 간다라 지방에서 출생하여 처음에는 소승불교로 출가하였으나 나중에 대승불교로 전향하고 미륵보살의 가르침을 받아 그 교설을 발전시켰다. 그의 저서로 섭대승론이 있는데 이는 해심밀경, 대승아비달마경에 기초하여 유식설을 조직한 책이다.

세친은 무착논사의 친동생으로 소승 유부로 출가하였으나 나중에 무착논사의 권유에 따라 그동안 대승불교를 비방한 잘못을 뉘우치고 대승으로 전향하여 유식학을 크게 이루었다.

중국에서는 유식파를 법상종이라고 한다. 법상종의 교학은 기본적으로 인도 유식파의 학설을 답습하며, 특히 호법 논사의 사상을 주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8아뢰야식은 저장한다는 뜻으로 일체의 종자를 거두어 저장하여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제7말나식은 사량함을 본성으로 한다. 이 말나식과 유사한 것에 제6의식이 있다. 제6의식은 제7식인 의에 의지하여 파생한 것이므로 두가지를 구별하기 위하여 전자를 의식, 후자를 의라 한다. 이 제7말나식이 항상 아뢰야식을 보고 자신의 주체적인 자아라고 집착한다.

전6식은 안·이·비·설·신의 전5식과 제6의식을 말한다. 전5식은 5감과 같이 감각적인 인식을 말하며, 제6의식은 전5식과 동시에 일어나거나 혹은 의식 홀로 일어난다. 의식은 아뢰야식과 말나식을 대상으로 하여 자아의 아집을 일으키며, 안으로 자아를 집착하고 밖으로는 법을 집착한다. 이 두가지 집착을 단절하여 진리를 실증하면 바로 진여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곧 아뢰야식은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보는 지혜인 대원경지가 되고, 말나식은 나와 남을 평등하게 보는 평등성지, 의식은 제법의 모습을 잘 분별하는 묘관찰지, 그리고 전5식은 본원력에 의하여 보살과 성문 범부를 이롭게 하기 위해 시방 국토에서 갖가지 일을 성취하는 방편지인 성소작지가 된다.

 

삼식설의 근원

유식학은 이 아뢰야식을 구심점으로 집약되었다고 할만하다. 아뢰야라는 말은 부처님이 법을 설하던 근본불교시대에 이미 이 말을 사용했다. 아뢰야는 영원히 존재하며 없어지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현재 있는 것이 아니고 과거 전생에도 있었고 미래 내생에도 있을 이 아뢰야는 계속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것으로서 중생의 근본 생명이다.

부처님 같은 정각을 이루려면 반드시 근본 장애물인 이 아뢰야를 뿌리 뽑지 않으면 안된다. 어리석고 무지하여 불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중생들은 심의식을 떠나서 해탈하고자 아니하지만, 불법을 바로 아는 거룩한 제자는 연기를 잘 사유하고 관찰하여 정등각을 이루고 반열반을 성취한다는 것이다.

 

아뢰야식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중도, 연기, 진여법계 등을 우리가 모르는 것은 심의식의 근본인 아뢰야식이 눈을 가려서 못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도와 진여 이것을 바로 깨치려면 심의식의 근본무명인 아뢰야식을 해결해야지 그 이전에는 참으로 중도나 연기, 불성을 깨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서 심의식이란 8식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곡식이 다 자라서 시들면 종자만 남아 다시 싹이 돋아나듯이 사람의 심식도 그러해서 사람이 죽은 뒤에 일체의 종자식이 남아 윤회를 하게 된다. 우리가 자성을 바로 깨치려면 아뢰야식을 두드려 부수지 않고는 절대로 대자유한 대열반을 증득할 수 없다.

그러나 아뢰야식의 움직임은 대단히 미세하고 난해하여 보통의 심식으로는 도저히 사량할 수 없고 분별할 수 없으며 지각할 수 없다. 아뢰야식이 근본이 되고 말나와 의식이 함께 뭉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발심수행하여 오매일여가 되면 의식이 완전히 떨어지고 말나도 거의 떨어져서 제8아뢰야만 혼자 남게 된다.

불법을 성취하는데 있어서 제일 큰 방해물은 심·의·의식이다. 선문에서는 공부하여 자성을 깨치는데 제일 방해되는 것이 제8아뢰야이니 이 아뢰야부터 제거해야 된다고 한다. 오매일여가 되고 완전한 무심경계에 들어갔다고 해도 선문에서는 이것을 제8마계라 부르며 견성이라 하지 않는다.
 정리=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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