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님들의 의식개혁 작업을 하려 한다. 지금 스님들은 출가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고뇌를 갖고 출가해도 깨달음을 이루기 어려운데 출가를 축제처럼 놀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유식에서의 깨달음은 6식 의식이 정화되어 동정일여에 들고, 7식 잠재의식이 정화되어 몽중일여에 들며, 8식 무의식이 정화되어 숙면일여에 들어야 완전한 깨달음에 이른다. 그런데 초기단계의 동정일여에 들었다고 깨달은 양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처럼 깨달음을 얻기는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좌절을 느끼고 깨달음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깨달음을 포기하고 좌절한 사람은 승려의 자격이 없다. 그들이 환속을 안하고 계속 승려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탈출구가 잘못되면 불교를 해치는 사람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모든 관계를 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이다. 내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중도로 있다고 생각하라. 이렇게 내가 나를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만 나와 관계된 모든 것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나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것은 부정적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나를 보게 된다는 것이고, 자기가 굉장히 위대한 존재로 존재하고 있음을 아는 것이다. 내가 중도로 있다는 것은 부처님으로 존재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요즘 현대인들은 자신을 자학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자살률 1위는 이러한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가 중도로 있는 위대한 존재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질 수 있을 때 이 세상은 달리 보이게 될 것이다.

유식사상 심식설의 8식송(八識頌)

제 8식은 욕계, 색계, 무색계의 삼계에서 각기 다른 업력에 따라서 생한다. 삼계는 미혹에 빠진 유정들이 윤회하는 세계를 말하는데, 모든 생류들은 각자의 업력을 따라서 삼계 어느곳엔가 생하며, 그때의 윤회하는 주체가 바로 제8식이다.

이러한 윤회의 주체인 성품을 본 사람을 도통했다하고, 도통한 사람에게 견성했다 하는 것이다. 이 8식은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성문과 연각도 잘 모르므로 미혹하여 제8아뢰야식을 근본진여로 집착한다. 〈해심밀경〉에서 부처님이 “이승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아뢰야를 이승에게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한 것은 이승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진여로 집착하므로 그것을 지적한 말이다.

제8식의 근원은 매우 깊어서 제7식과 전6식은 제8식의 바다에서 파도와 같고 그 경계는 바람과 같이 작용한다. 그리하여 제6식이 죄를 지으면 자연히 제8식에 훈습되어 제8아뢰야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갈 때는 나중에 가고 올 때는 먼저 와서 주인공이 되느니라.”

이 말은 생사윤회를 가리키는 것인데 사람이 죽을 때 제7식은 작용을 못하지만 8식은 윤회할 때 최후까지 남아서 따라간다. 그리고 환생할 때 제8식이 제일 먼저 와서 그 중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제8식은 이처럼 번뇌종자를 함장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 이숙식이며, 불과인 묘각에 가서야 이숙식이 공함을 성취할 수 있다. 대원경지에 이르러야 제8아뢰야식이 공해진다는 말이다. 즉 때를 제거하면 있는 그대로가 부처가 된다.

이 말은 운개일출(雲開日出)이니 구름이 걷히면 해가 나오는 것과 같다. 이는 내가 무아이면서 공임을 말하는 것이다. 자고로 미망의 뿌리가 완전히 빠진 자리에서 견성했다고 말했지, 아뢰야식의 뿌리가 빠지기 전에 견성했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이숙식이 완전히 공한 대원경지를 증득해야만 공부를 바로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성이 본래 청정한 것을 바로 깨달으면 8식 그대로가 네가지 지혜(四智)라고 한다.
대원경지는 자성이 청정한 것이며, 평등성지는 마음에 병이 없음이며, 묘관찰지는 공용이 없음이며, 성소작지는 대원경지와 같으니라.

유식사상 심식설의 4지송(四智頌)

제8식의 자성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성이 청정한 그대로가 대원경지인 것이며, 제7식에 미혹과 집착의 병이 없는 상태가 바로 평등성지인 것이다. 제6식이 경계를 만나 집착을 일으키지 않으니 그대로가 묘관찰지가 되고, 전5식은 8식에 의지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제8식이 청정하여 대원경지가 될 때 더불어 성소작지가 된다.

우리가 관세음보살을 일심칭명 할 때 소원이 이루어진다. 염불을 통해 나와 보살이 하나가 되는 것을 삼매라 하고, 삼매가 무의식까지 정화하면 모든 소원이 이뤄지고 의식이 바뀌는 것이다. 사물을 구별하고 집착하는 사람은 걱정도 많기 때문에 삼매를 이루기 힘들다. 삼매가 돼야만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상대긍정보다 절대긍정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나쁜일에 부딪히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거부반응이 나타나 나쁜일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항상 긍정적 사고로 기쁘고 편안하며, 기분좋고 행복하게 되는 것이다.

삼시교판

법상종은 교판할 때에 삼시로 나누는데 제1시에서는 자아는 없으나 법은 존재한다는 아공법유를 설했고, 제2시에서는 제1시와 달리 자아뿐만 아니라 법까지도 모두 공하다고 설했으며, 제3시에서는 유나 공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말했다고 한다.

〈해심밀경〉은 유견과 무견을 떠나 바르게 중도에 머무르게 하였는데, 오직 식만 있지 객관적인 경계는 없다고 하여 유식을 주장한다. 모든 경계는 오직 식뿐이며 경계라는 것은 모두 식의 소산이라 하여 마음 밖에 법이 없음을 주장하여 객관을 부정하는 것이다.

유식중도설

〈성유식론〉에서는 ‘아와 법은 있는 것이 아니며 공과 식은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여 유식설이 중도교이지 공견이나 유견에 집착한 변견이 아님을 밝혔다.

유식학의 소의경전인 유가론에서 무엇을 최고 원리로 삼았느냐 하면 있음과 없음의 두변을 떠난 둘이 아닌 중도이다.

양변에 집착하면 이는 유식을 모르는 사람이며, 이 양변을 여의어야 유식의 근본 뜻인 중도를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진공이 묘유이고 묘유가 진공으로 묘유밖에 진공이 따로 없고, 허망분별 밖에 진여가 따로 없다. 유와 무를 떠나고 그러면서 유와 무가 서로 통하는 중도에 입각해 있는 것이다.

대원경지는 자성이 청정한 것이고,
평등성지는 마음에 분별이 없음이며,
묘관찰지는 집착 일으키지 않음이다.

삼성중도설

삼성이란 일체제법을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의 세가지로 구분한 것으로 화엄종의 현수법장스님이 분류한 것이다.

원성실성은 깨달음의 세계를 나타내는 말로 진여라고도 하고, 진공묘유라고도 표현한다. 의타기성은 만법이 연기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일체만법은 연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성이 없는 것이다. 변계소집성은 집착과 미망의 세계를 가리키며 미혹의 망정은 있지만 진실한 이치는 없다.

이 삼성의 이치를 섭대승론에서는 뱀과 새끼줄과 삼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뱀으로 착각한 것이 변계소집성이고, 새끼줄을 분해하면 삼뿐이니 새끼줄은 의타기성이요, 삼은 변함없으니 원성실성인 것이다.

일체법은 인연을 따라서 생겨나고 소멸한다. 생겼다가 없어졌다 하는 것은 자성이 없다는 뜻이며, 때문에 필경에 공인 것이며, 이 필경공을 반야바라밀이라고 부른다. 곧 연기가 무자성이고 공이며, 무자성이 바로 연기라는 뜻이다.

〈중론〉에서 바로 자성이 없으므로 연기하여 생김을 밝히는 것이다. 앞에서는 연기이므로 무성이라고 했지만 여기에서는 그 반대로 무성이기 때문에 연기한다는 것이니 실로 연기와 무성이 동일한 것임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유식학에서는 변계소집성은 망정뿐이므로 유가 아니고, 의타기성은 임시로 있는 것이고 원성실성은 실로 있는 것이므로 이 둘은 무가 아니라서 결국 삼성이 전체적으로 비유비무로서 중도가 된다고도 한다.

유식법상종이 중도종이라고 하지만 화엄종에서 말하는 사사무애와 같은 일즉일체 일체즉일의 원융적 차원에는 이르지 못했다.
 정리=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