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선 | 2012/12/11 17:26

초등학력 성철 큰스님은 독서광
청담스님과 불교정화 기치들어
파계사 성전암서 10년 동구불출

 

 

“원각이 보조하니 적과 멸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시회 대중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것은 퇴옹당 성철 대종사 사리탑비의 첫머리이다.

해인사 백련암에서 평생을 성철스님을 시봉하며 지냈던 원택스님은 스님이 열반에 드신 후에야 스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 그리고 너무 무섭기만 해서 묻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보낸 세월을 아쉬워했다.

원택스님은 지금도 백련문화재단을 만들어 성철스님을 시봉하며 겪었던 이야기, 스님이 남기셨던 법문들과 가르침을 책으로 엮어 큰스님의 유훈을 전하고자 힘쓰고 있다.

성철스님은 1912년 2월 19일 경남 단성면 묵곡리에서 태어나셨다. 넉넉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10살 때쯤 초등학교와 서당을 함께 수학했는데 집안의 종들이 업고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스님이 비록 초등학교 학력이지만 자치통감을 읽은 수준으로 한문에 문리가 트여 모든 독서를 혼자할 정도였다.

스님은 20살이 될 때까지 불교를 전혀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책읽기를 좋아하여 일본어로 번역된 서양 철학서를 섭렵하기도 했다. 한번은 휴양차 지리산 대원사로 놀러갔는데 거기서 불교라는 잡지를 보게 되었다. 불교잡지에는 1935년 한용운 스님이 참선 하는법, 화두 드는법 등이 수록돼 있어 이를 통해 불교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후 어느 노승이 증도가 책을 줘서 읽었는데 마음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끼고 절에 드나들게 됐다. 24세 쯤에 지리산 대원사 탑전에서 화두를 들고 수행하여 42일 만에 무자화두 집념된 생각이 헛 걱정이라는 것을 알고 동정일여에 이르렀다. 당시 스님이 정진했던 탑전은 당시 작은 전각이었는데 지금은 현재 커다란 비구니 선방이 세워져 있다.
당시 대원사 스님은 해인사에 편지를 써서 보내며 “내 힘으로는 가르칠 수가 없다. 지도할 수준이 안되니 훌륭한 지도를 받으면 좋은 스님이 될듯하니 데리고 가라”는 것이었다. 그때 최범술스님이 와서 성철스님을 데리고 갔다.

해인사에서 동산스님을 만났는데 참선을 잘하는 청년이 왔다는 말을 듣고 “청년, 도를 이루려면 스님이 되어야 하네, 빨리 삭발하라”고 하며 법명이라고 써주고 갔는데 성자 철자라 했다. 스님은 자신에게 관심이 많은가보다 하고 백련암으로 올라가 동산스님의 제자가 됐다.

이렇게 1936년 봄쯤 사미계를 수지하고, 25살인 다음해에 동산스님이 범어사 주지로 가시는 인연으로 같이 범어사로 가게 된다. 당시 백용성 스님이 3.1 만세사건으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신후 범어사로 내려와 계셨다. 동산스님은 용성스님의 상좌였다. 그러니 성철스님은 용성스님의 손상좌가 된다.

용성스님은 다른 스님들을 보고는 선생이라 했는데 성철스님에게는 스님이라 불러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에 대해 용성스님은 “성철스님은 스님 냄새가 난다”고 말한바 있다.
용성스님은 교도소에 계시면서 원력을 세웠다. 교도소에서 보니 성경들이 모두 한글로 번역돼 있었다. 그런데 불교경전은 한문으로 돼있어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이에 스님은 “팔만대장경을 한글 번역해야 겠다는 서원을 세웠는데 서울 대각사에 가서 시자하면서 좀 도와달라”고 했다. 이때 성철스님은 용성스님을 쫓아가면 평생 시자로 언제 벗어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서울로 떠나는날 부산역에서 도망가 금강산으로 갔다.

금강산 마하연에서 수행하고 다시 29살 때 대구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마침내 칠통을 타파하고 오도송을 읊었다.

“황하서류곤륜정하니/일월무광대지침이라/거연일소희수립하니/청산의 구백운중이로다”
황하수 곤륜산 정상으로 거꾸로 흐르니,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지는도다. 문득 한번 웃고 머리를 돌려서니, 청산은 예대로 흰 구름 속에 섰네.

이후 10년 가까이 장좌불와로 고행정진하니 그 선기를 당할자가 없었다. 8.15 광복후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규약을 만들어 기치를 높이드니 청담, 향곡, 자운, 월산, 혜암, 법전 등 대덕들이 동참하여 교단 정화의 초석을 다졌다. 청담스님은 진주출신으로 산청출신인 스님과 고향사람으로 만나 평생 도반이 됐다.

<회색고무신>이라는 딸 회고록에 보면 친밀한 사이로 청담이 10살 많았지만 도는 성철이 10배가 낫다고 했다. 딸은 1945년 대승사에서 수계를 받게 되는데 에피소드가 있다. 하루는 어머니가 부르더니 삼촌 따라서 아버지 도장이 필요하니 도장을 받아오라고 성철스님에게 보내면서 삼촌에게는 비구니 만들어 달라는 편지를 띄웠다고 한다. 이를 성철스님이 반대하자 청담스님이 발벗고 나서 스님을 설득했다 한다. 딸도 절 생활이 재미가 있었고, 학교 선생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같아 그것을 배우기 위해 절에 있게 됐는데 나중에 성철스님이 정성을 다해 설득 사미니계 수계첩을 성철스님이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1947년 봉암사 결사를 하여 20여명의 스님들이 외색불교를 청정승가로 회복하자는 결의를 다지게 된다. 당시는 통일된 옷도 없어 송광사 장삼을 본떠 입으면 좋겠다고 했고, 목발우는 못하게 돼있는 만큼 발우부터 바꾸자고 해서 스님부터 목발우를 깨버리고 질그릇 발우를 썼다. 후에 동산스님이 바리때를 잘 쓰라고 전했는데 성철스님이 깨 버렸다고 화를 냈다고 한다. 성철스님도 동산스님이 화냈다는 말을 전해듣고 다른 용도로 썼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1956년 통영 안정사 천제굴에서 시자인 혜암, 법전 스님과 같이 사셨다. 나중에 팔공산 파계사 성전암으로 옮겨 철망을 치고 10년을 동구불출하며 사셨다. 1965년 54세에 문경 김용사의 조실이 되고, 1967년 가야산 해인총림 초대 방장에 추대되시고 백일법문을 열어 중생을 제도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육조단경, 금강경, 증도가 등을 대중을 상대로 법문하셨다.

이 10년의 기간이 성철스님의 생활과 덕화를 성숙시킨 시절이었다. 성철스님은 두문불출 하신것에 대해 “내가 철망을 치고 세상을 가두고 살았다”고 하시며 파계사 암자에서의 시절을 회고했다. 스님은 일년에 4번, 안거 해제와 결제 때에만 사람을 만났다.

 

"성철스님 제자 지도
잠을 적게 잘것
말하지 말것
책을 보지 말것
간식 먹지 말것
돌아다니지 말것"

성철스님은 67년 해인사 방장이 된 이후는 해인사를 떠난 적이 없다. 원택스님도 “만 40년을 모시면서 큰스님 떠나시는 날이 내가 떠나는 날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한다. 그런데 “1993년 11월 24일 큰스님이 열반하고 108번 타종을 하는데 그날부터 짐에 눌려 못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백련암에는 성철스님의 뜻을 따르며 아직도 축원카드가 없다고 한다. 큰스님은 “자기가 축원 해야지. 참배하든지 업장이 소멸돼지. 너희 기도 너희가 하라.”고 항상 가르치셨다.

이처럼 성철스님은 유명한 일화들이 많다. 1981년 조계종 제7대 종정으로 추대되었으나 추대식에 참석하는 대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를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한 일은 유명한 일화이다.

성철은 평소 제자들을 직접 지도하면서 잠을 적게 잘 것, 말하지 말 것, 책을 보지 말 것, 간식을 먹지 말 것, 돌아다니지 말 것 등을 권하였다.
 정리=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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