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선 | 2013/05/29 17:28

대명스님

안양교도소 재소자 맏형 역할 톡톡

재소자 출소 후 바른 삶 살 때 보람
이 길 후회 없어… 평생 ‘면벽화두’

 

5월, 부처님오신날이다. 이 봄을 맞아 인간방생을 통해 삶의 새 희망을 불어넣는 재소자들의 맏형이 있다. 한 사람의 재소자도 교화시켜 선량한 시민으로 사회에 갱생복귀(更生復歸) 시키겠다는 원력으로 교도소를 드나 던지 20년의 세월이 훌쩍 넘었다. 스스로 이 길을 택한 회한도 게으름도 재소자들 앞에서는 부끄러움의 한 단면일 뿐이다.

때론 힘이 부쳐 손을 놓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칠 때도 있지만, 재소자들의 출소 후 부처님가르침에 따라 바른 삶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 어쩌면 평생 면벽화두(재소자 교화)일지도 모른다.

안산 무위선원 선원장 대명스님(사진), 육척장신에 선 굵은 바리톤 목소리가 여느 음악인을 연상시킨다. 안양교도소 재소자들의 맏형, 재소자 교화의 보살, 팔씨름 왕 등 불러지는 닉네임도 여러 가지다. 스님은 별칭이 재미있다며, 싫은 기색없다.

대명스님은 지난 1996년부터 안양교도소 교화법회를 한 달에 두 차례 보고 있다. 매월 셋째주 수요일 오전 9시 불자자매 법회 및 정신교육 법회, 금요일 오후 1시~3시 불교교리법회 및 경전강좌를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스님의 법회나 강의가 5분만 늦어도 난리가 난다. 5분은 재소자들의 황금 같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스님의 법문과 강의가 인기 있다.

교도소에서 상을 받는 대명스님

시설 현대화를 갖추지 못한 안양교도소는 소규모 강당에서 법회를 보고 있다. 200여명 남짓 앉을 수 있는 협소한 공간이다 보니 답답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스님 법문을 놓치지 않으려고 필기까지 할 정도다. 대단한 열기다. 삼귀의, 반야심경, 찬불가 순으로 진행되는 법회는 스님의 인기로 인해 이웃종교의 재소자들도 고개를 기웃거릴 정도다.

마치, 사자의 포효를 연상 시키듯 강약의 완급을 조절하고 굵직하고 감미로운 음성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언어수사는 한눈을 팔래야 팔 수 없을 정도다. 어디서 이런 목소리가 나올까? 혹시 전직이 성우가 아닐까? 순간, 대명스님은 빙그레 웃는다.

스님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부처님이 함께 하고, 부처님 생명이 참 생명임을 알고 행동에 옮기면, 만나는 사람마다 거룩한 부처님으로 존경할 수 있다”면서 “한 순간의 실수로 재소자의 길을 걷는 이들을 볼 때 가슴이 저미의 온다. 부처님께서도 희대의 살인마 앙굴라마도 교화를 통해 제자로 받아 들였듯이 저들을 종교(불교)가 위무하고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대명스님은 가족이 찾지 않는 장기수들에게 많은 공을 들인다. 울분과 격분, 회한, 자포자기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이들에게 교화위원들 조차 꺼리기 때문이다. 스님을 희롱하거나, 법회·강의를 방해 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럴 땐 대명스님도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린다. 대중의 무리에는 조직폭력배와 살인 등 중범죄자들이 시비를 걸면, 그 즉시 연단으로 내려가 팔씨름을 제안한다. 스님이 이기면 ‘조용히 법회를 듣고’, 재소자가 이기면 ‘법회를 하지 않는 것’으로 조건을 달았다. 일순간, 강당은 조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 칠성파 요원이다 보니 대놓고 응원을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무위선원 교정불자회

매월 셋째주 수요일 불자자매 법회,
금요일 오후1시 교리법회 경전강좌

무위선원 교정불자회 재소자 자매결연 맺어

 

하지만 육척 장신의 스님(유도 3단)은 단숨에 이기고 연단에 올라 법회를 진행한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재소자(중범죄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아예, 스님 호칭보다는 ‘형님’ 하며 존경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교도관과 이웃의 구치소·교도소까지 퍼져나갔다. “그 스님 잘못 건드리면 난리가 난다고…….” 이제는 안양 교도소 전설로 남아있다.

무위선원 신도들도 대명스님의 교화 원력에 차츰 탄복하며 자발적인 교정불자회를 결성했다. 40여 명의 회원들이 교도소 법회·강의가 있을 때마다 과일, 떡, 빵, 피자, 음료수 등을 준비해 간다. 재소자들과 함께 법회를 보고, 불교방에서 다과를 나누며 친자매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무위선원에서 교정교화위원 5명이 배출됐다. 우연치고는 스님의 교도소 교화활동을 반대했던 보살들이다.

무위선원 지대방 한켠에는 재소자들로부터 받은 편지가 가득하다. 수많은 사연이 가득담긴 이 편지들은 하나같이 출소를 하면 스님 사찰을 찾아오겠다는 것이다. 법문이나 강의 때 스님이 사찰주소,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스님이 다리품을 팔아 취직을 시켜 준 사람도 있고, 돈을 달라고 협박한 사람도 있었다. 유발상좌도 뒀지만, 출가는 반대했다.

안양교도소 법회

스님은 “저는 교도소 소장 눈치 안봅니다. 재소자들에게 쓴맛·단맛 다 얘기 합니다. 법문 중간에는 ‘어버이 은혜도’ 부르게 하고, 신나는 대중가요도 목청껏 함께 부릅니다. 그래야만 동화가 됩니다. 그냥 한 시간 법문 때우는 식은 안 됩니다. 그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야 한다”며 “눈높이를 높게 하면 십중팔구 외면합니다. 그들도 자존심이 있지요. 눈높이를 맞춰서 법문과 강의를 해야 소통이 됩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재소자들과 연잎을 빚는 대명스님과 무위선원 교정불자회 회원들은 안양교도소 체육대회, 전시회 등 후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수원구치소도 1년에 두세 차례 여사(여 재소자 건물)에 들어가 법회를 보고 있다. 이들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동식(도르래) 불단에 모신 작은 부처님을, 닫집과 수미단을 조성해 봉안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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