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스님

경계위에서 삿된 생각 일으키는
그것이 반연돼 번뇌 망상 생기니
무념은 양변을 떠나 망상 여의는 것

8. 무념(생각이 없음)

〈법에는 단박 깨침과 점차로 깨침이 없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영리하고 우둔함이 있으니, 미혹하면 점차로 계합하고 깨친이는 단박에 닦느니라.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아는 것이 본래의 성품을 보는 것이다. 깨달으면 원래로 차별이 없으나 깨닫지 못하면 오랜 세월을 윤회하느니라.

나의 이 법문은 예부터 모두가 생각 없음(무념)을 세워 종을 삼으며 모양 없음(무상)으로 본체를 삼고 머무름 없음(무주)으로 근본을 삼느니라.〉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아는 것이 본래의 성품을 보는 것이라 했으니 작용하는 것을 색이라 하고, 작용하지 아니하는 것을 성품이라 한다. 그리고 색을 제대로 보면 색이 공이되고, 공이 색이 되어 둘이아니니 이것을 중도라 한다.

〈어떤 것을 모양이 없다고 하는가?

모양이 없다고 하는 것은 모양에서 모양을 떠난 것이다.〉

모양에서 모양을 떠난 것이라는 말은 모양이 공한줄을 안다는 것이다. 즉 색이 공한줄을 아는 것이다.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것은 생각에 있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요, 머무름이 없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본래 성품이 생각마다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간 생각과 지금의 생각과 다음의 생각이 생각생각 서로 이어져 끊어짐이 없나니, 만약 한생각이 끊어지면 법신이 곧 육신을 떠나느니라.

순간순간 생각할 때에 모든 법 위에 머무름이 없나니, 만약 한 생각이라도 머무르며 생각마다에 머무는 것이므로 얽매임이라고 부르며 모든 법 위에 순간순간 생각이 머무르지 아니하면 곧 얽매임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머무름이 없는 것으로 근본을 삼느니라.〉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계속 생멸한다. 우리가 의식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생멸은 계속되고 있다. 의식못하고 있을 뿐이다. 고정 불변하는 것은 없으며 다 변하고 있다.

얼마전 한 신도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내줬다. 29세 젊었을 때의 사진인데 안거 끝나고 설악산이 좋다고 해서 갔다가 너무 좋아 1년을 머무르며 설악산 구석구석을 볼 때의 사진이다. 그때의 사진은 지금의 나와 너무나 다르다. 그 때의 사진을 보면 되게 날카로웠는데 지금은 참 많이 변했다. 이처럼 의식하지 못하는데도 쉼없이 변해간다.

여기서 머무름이 없다고 하는 것은 생각이 머물지 않는 것을 말한다. 헤르만 헷세의 싯달타를 보면 부처님은 흐르는 물을 보며 공부했다고 한다. 모양은 계속 흘러간다. 그 가운데 변해가지 않는 것이 본성, 성품이다. 본성, 성품은 흘러가지 않는다.

〈밖으로 모든 모양을 여의는 것이 모양이 없는 것이다. 오로지 모양을 여의기만 하면 자성의 본체는 청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양이 없는 것으로 본체를 삼느니라.〉

집착하면 모양을 여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양변을 여의라는 것이다. 성품은 둘이 아니라 양변이 융합돼 하나가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대립이 없어지고 그게 중도이다. 이렇게 양변을 여의어야만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된다.

오늘의 우리 사회를 보면 모두를 적대시 한다. 진보 보수도 마찬가지다.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면서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원수처럼 싸우지 말고 장점을 인정해야 좋은 정치가 된다. 선택을 국민에게 맞기면 된다. 국민이 생산을 원하면 생산하고, 분배를 원하면 분배하면 된다. 상생하는 관계로 맺어져야 이것이 중도이다. 중도사상이 굉장히 필요한 시대이지만 제대로 그 역할을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하나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중도를 이해 못하니까 서로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모든 경계에 물들지 않는 것을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하나니, 자기의 생각 위에서 경계를 떠나고 법에 대하여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니라. 미혹한 사람은 경계 위에 생각을 두고 생각 위에 곧 삿된 견해를 일으키므로 그것을 반연하여 모든 번뇌와 망령된 생각이 이로부터 생기느니라.〉

경계 위에서 삿된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것이 반연돼 번뇌망상이 생기는 것이다. 무념은 생각없음이 아니라 양변을 떠난 가운데 망상을 여의는 것이다.

없다 함은 두 모양의 모든 번뇌를 떠난 것이고, 생각함은 진여의 본성을 생각하는 것으로서, 진여는 생각의 본체요 생각은 진여의 작용이니라. 그러므로 자기의 성품이 생각을 일으켜 비록 보고 듣고 느끼고 아나, 일만 경계에 물들지 않아서 항상 자재하느니라.

경계에 끄달리지 않는게 좌선,
일어나지 않는 것을 정이라 한다
오래 앉아있다고 좌선은 아니다

9. 좌선

〈좌선은 원래 마음에 집착하지 않고 또한 깨끗함에도 집착하지 않느니라. 또한 움직이지 않음도 말하지 않나니 만약 마음을 본다고 말한다면, 마음은 원래 허망한 것이며 허망함이 허깨비와 같은 까닭에 볼 것이 없느니라. 만약 깨끗함을 본다고 말한다면 사람의 성품은 본래 깨끗함에도 허망한 생각으로 진여가 덮인 것이므로 허망한 생각을 여의면 성품은 본래대로 깨끗하느니라. 자기의 성품이 본래 깨끗함은 보지 아니하고 마음을 일으켜 깨끗함을 보면 도리어 깨끗하다고 하는 망상이 생기느니라.〉

옳고 그름의 성품을 함께 보는 것이 진짜 옳음이다. 성품을 본 후에는 깨끗한 것에도 더러운 것에도 자유자재하게 된다. 옳고 그름에도 자유자재하게 되고, 대립으로는 갈등을 벗어날 수 없다. 성품을 보면서 양변을 여의어 융합하여 작용하게 되면 그런 사람은 옳은 것도 깨끗한 것도 그른 것도 더러운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대립해서 갈등하고 투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도입장에서 양변을 인정하고 함께 더불어 살수 있는 생각, 대립하지 않는 것이 중도의 장점이다. 옳다 그르다고 하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양변을 여의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성품을 보아야 한다. 더불어서 갈 때 이것이 진짜 옳은 것이다. 대립없이 모두를 다 수용하기 때문이다.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나니, 이 법문 가운데 어떤 것을 좌선이라 하는가?
이 법문 가운데는 일체 걸림이 없어서 밖으로 모든 경계 위에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앉음이며 안으로 본래 성품을 보아 어지럽지 않은 것이 선이니라.
어떤 것을 선정이라 하는가?

밖으로 모양을 떠남이 선이요 안으로 어지럽지 않음이 정이다. 설사 밖으로 모양이 있어도 안으로 성품이 어지럽지 않으면 본래대로 스스로 깨끗하고 스스로 정이니라. 그러나 다만 경계에 부딪침으로 말미암아 부딪쳐 곧 어지럽게 되나니, 모양을 떠나 어지럽지 않은 것이 곧 정이니라. 밖으로 모양을 떠나는 것이 곧 선이요 안으로 어지럽지 않은 것이 곧 정이니 밖으로 선하고 안으로 정하므로 선정이라고 이름하느니라.〉

부처님의 위대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가질 수 있는 성품을 가진 점이다. 부처님인들 당시에 반대자가 없었겠는가. 반대자가 많았고 어떤 외도는 부처님을 찾아와 자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자 침까지 뱉기도 했다. 외도들이 물러간후 아난이 부처님께 “어떻게 그 수모를 참고 계셨냐”고 푸념했다. 이에 부처님은 “아까는 그 사람을 연민했는데 지금은 너를 더 연민한다”고 말했다. 부처님의 마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것이다.

또한번은 먼길을 걸어 지친 몸을 쉬기 위해 머물려고 했지만 그 지방 사람들이 쉴곳을 주지 않아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갈길을 가는데 그 마을의 촌로가 불러 세웠다.

“몸도 지치고 사람들이 무례하게 굴어 항의할 듯도 한데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갈수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부처님은 얘기를 하나 해줬다. “어떤 마을에 갔더니 그 마을 사람들이 자리도 내주고, 물도 떠다주더라. 고마워 좋은 얘기를 해줬더니 음식도 주고 선물도 주더라. 그런데 나는 여행중이라 아무리 좋은 것도 짐이되어 다시 돌려주고 왔다. 이 마을에서는 욕을 주었는데 좋은 것도 안 받는데 나쁜 것을 받을 턱이 있겠는가.”

이게 부처님의 마음이다. 이것을 배우자는 것이다. 중도 아니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경계 밖으로 생각이 일어나지 않음이 앉음이며, 어지럽지 않은 것이 선이다. 이렇게 되면 경계에 끄달려서 살지는 않는다. 조주스님은 120살까지 살았는데 제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사느냐고 물으니 스님은 “너희는 경계에 지배를 받아 살았지만 나는 지배를 받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오래산다”고 했다.

안팎으로 경계에 끄달리지 않는 것이 좌선이다. 모양을 떠나는 것이 끄달리지 않는 것이며, 경계에 일어나지 않는 것을 정이라 한다. 오래 앉아 있다고 좌선인 것은 아니다.
 정리=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