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도자인생  홍 재 표 씨

사라진 도자기‘진사’부활展
독특한 기법 이용 도자기 선뵈
진사·백자·분청 등 60여점 전시
12일까지 법련사 불일미술관

화려함을 배제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조선시대 이후 자취를 감춘 진사기법이 도예가 토정 홍재표 씨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12일까지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이번 도예전은 진사라는 독특한 기법을 이용한 도자기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10년전 전시회를 가진 이후 국내에선 처음이라는 홍씨는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
제작공정이 까다롭고 5%도 채 안되는 희박한 성공율때문에 도예인들이 꺼려한다는 진사를 고집하면서 홍씨는 조선시대 이후로 사라진 진사의 맥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손이 많이 간다는 장작가마에서만 만들어지는 진사는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전통유약으로 중국과 일본보다 훨씬 더 앞선 12세기 무렵에 구사했던 붉은색의 도자기를 말한다.
유약의 배합은 도예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큼 널리 알려져 있으나 발색이 어려워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더구나 진사유약 자체가 나무가마가 아니면 발색이 안되는 한계가 있어 가스가마에 익숙한 도예인들이 꺼려했던 분야이기도 하다.
홍씨가 이 진사법을 재현해 낸 것은 1970년대 초반이었다. 한국전쟁 직후 가업을 이어받았으나 부채 누적으로 도산했던 그는 좌절과 역경의 세월을 딛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진사에서 일인자적인 위치에 올랐다.
이렇듯 까다로운 진사를 고집해온 홍씨는 “50년 도예작업 끄트머리에서 갖게 되는 이번 전시회가 새롭고 흥분된다”면서 “지금까지 내가 제작한 도자기에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를 북돋아준 인연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1974년 경기도 이천에 ‘이조요’를 설립해 지금까지 후배양성에 노력해오고 있다.
도예인생 50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홍씨의 대표작 진사 40여점을 비롯해 순백의 미학이 살아있는 백자·다양한 색깔과 질감이 살아있는 분청 등 60여점이 전시된다. 

정향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