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선 | 2014/03/31 16:50

염불수행에 매진하고 있는 정목스님이 그동안의 깨달음을 풀어낸 <일체경계 본래일심>을 책으로 발간했다. ‘연기 공 중도’는 세계의 실상을 관하는 철학적 사유이며, 객관적 깨달음이다. 반면 ‘일심 광명 화신’은 종교적 신념이며, 주관적 깨달음이요, 실천철학이다.

연기는 보편의 진리인 까닭에 말로써 전할 수 있지만, 일심 광명 화신은 종교적 신념이요, 주관적 깨달음인 까닭에 말로써 온전히 전하기 어렵다. 이것은 전하기 어렵지만, 진실로 믿고 행하는 자는 놀라운 변화를 체험한다. 불교를 말로 전하려면 끝도 없고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한 마디만 전한다면, “나는 내 삶의 모습이 법문이다”라는 것이다.

청화 큰스님 입적 이후 염불선의 차세대 선지식으로 손꼽히는 저자 정목스님(양산 정토원 원장)은 원효성사가 남긴 일심정토 염불수행을 삶과 수행의 현장에서 실천하면서 체득한 깨달음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전하고 있다.

 

단지 이 네 구절만 알면 그 밖에는 묻지 않습니다.

“일체 경계는 본래 일심이니,
자연과 생명의 청정한 광명을 찬탄합니다.
일체가 아미타불의 화신이니,
모든 인연의 은혜에 감사하고 보은합니다.”

제1구는 불교철학의 정수이며 대승의 유일한 법이다.
제2구는 부처님의 지혜의 모습이요 정토의 경계이다.
제3구는 무량광명을 종교적 신념으로 관하는 것이다.
제4구는 연기의 세계관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법이다.

이 네 구절은 풀어 보이면 우주를 덮고도 남으며, 쥐어짜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저자는 범부와 성인에게 다 통하는 이러한 묘법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생활수행이 화신관이다 화신은 부처님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변화로 보이신 몸이니,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화신관은 연기하는 모든 법은 실체가 없지만 선법을 일으키는 작용이 있다고 관한다는 뜻이다.

화신관을 행할 때는 ‘자신은 빼고, 일체가 아미타불의 화신이다’라고 관해야 한다. ‘자신은 빼고’라는 뜻은, 자신은 아직 정정취에 들어가지 못한 범부임을 자각하는 뜻이며, 부처님의 자비광명(정토의 경계)과 현실적인 모든 인연의 은혜에 진실로 감사하는 뜻이다. 이와 같은 화신관은 믿음의 방편에 의지하여 금생에 가장 쉽게 정정취에 들어가도록 인도하는 수행법이란 것이 저자의 체험적인 가르침이다.

 

하루 7만 번도 가능한 ‘아미타’ 염송법

염불수행은 <일체경계 본래일심>의 지혜와 성소작지를 진실로 믿고, 믿음으로 해탈하는 법이다. 염불은 믿음으로 해탈하고, 진실한 성품이 드러난 세계인 ‘아미타불의 국토’를 생각하고 관찰하는 수행이다.

 ‘일심 광명 화신’을 마음에 한 번 새기고, ‘아미타’라고 암송하기를 천 번을 하고, 이렇게 70회를 하면 7만 번이다. 집중염불은 하루에 ‘아미타(무량광)’ 염송을 7만 번 정도는 해야 한다.
이렇게 행하면 가능하다.

1) ‘일심 광명 화신’의 뜻을 음미하며 천천히 마음에 또박또박 새긴다.
2)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아미타 아미타 아미타...’라고 10번 정도 외운다.
3) 다음에는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다 ‘아미타(광명)’라고 생각한다.
4) 두 사람을 상대하면서 ‘아미타’ 하면 2번, 열 사람을 상대하면서 ‘아미타’ 하면 10번, 동서남북에 보이는 것마다 관찰하며 ‘아미타’ 하면 100번은 될 것이다.
5) 무슨 일을 하든지 이와 같이 염불하면 하루 7만 번을 할 수 있다.

 

‘일심정토 염불수행’은 남녀노소, 무식과 박식, 소승과 대승, 나아가 보살까지 다 함께 정진할 수 있는 수행법이다. 단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공통분모는 ‘일체경계 본래일심’의 지혜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근기에 따라 염불하는 방법은 달라도 모두 다 한 곳으로 흘러간다.

‘나무아미타불’ 육자명호에 집중하여 암송하면 주력이요,
‘아미타불’ 넉자에 집중하여 의심을 일으키면 화두요,
‘아미타불의 세계’를 말씀하신 경전에 집중하여 이치를 이해하면 간경이다.
‘일체가 아미타불의 화신이다’라고 관하면 깨달음을 성취하는 지관의 수행이다.

일심정토를 지향하는 염불수행은 마침내 ‘일체가 아미타불의 화신’임을 깨달아 신앙의 대상이 우리들 삶의 현장에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그리하여 모든 인연의 은혜에 감사하고 보은하는 행을 일으키게 한다. 저자는 이렇게 당부한다.

“아침, 저녁, 시시때때로 날마다 염불합시다. ‘나무아미타불’ 육자명호든지, ‘아미타불’ 넉자든지, ‘아미타’ 석자든지, 명호의 뜻(무량광명)을 마음에 새기고 온 세상이 광명의 물결로 변할 때까지, 일체가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보일 때까지 정진합시다.”

정목 스님

지은이  정목(正牧) 스님은 1987년 금정산 범어사에서 벽파 대선사를 은사로 사미계를, 1990년 자운 대종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91년 범어사 승가대학을 수료하고 강사 역임, 1992년부터 염불로 마음을 돌려 정진, 1998년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했다.

1998년 하안거 염불삼매 중에 ‘일체가 아미타불 화신’이라는 이치를 알고 크게 놀랐다. 그 이후 일심정토 신앙의 탐구와 염불정진 및 원효의 저술을 해설하는데 원을 세워 정진하고 있다. <일심정토>에서는 ‘불교는 부처님의 지혜를 믿는 종교’임을 선언하고, 대승의 신행체계를 ‘신심 안심 보리심 수행 정정취 회향 일심증득’으로 정립하였으며, 염불수행을 칭명염불 십념염불 관상염불로 구분하여 수행법을 구체적으로 해설했다. 2004년 이후 한국정토학회 이사로 있으며, 양산 정토원에서 ‘밝으면 일하고 어두우면 염불하는 삶’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목스님 지음/비움과소통 펴냄/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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