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선 | 2014/11/24 15:00

삼정사 안에 있는 우물 산탕으로 쓰여
삼정이라 이름붙여, 고대황실과 밀접했다
신라스님 원진이 삼정사를 부흥시켰다

 

러시아 바이칼 호수에 견줄 만큼 드넓은 비파호수를 끼고 있는 시가현(滋賀縣)은 예로부터 물이 좋아 기름진 옥토가 많고 쌀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다. 이곳에는 신라인과 유서 깊은 삼정사(三井寺, 미이데라)와 백제사 등 천년 고찰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들 절은 가을철 단풍으로는 일본 최고로 알려져 있어 단풍 절정기에는 숙박시설이 동이 날 정도로 일본 전국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오오츠시(大津市)에 있는 삼정사를 찾은 것은 작년 11월 중순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 단풍을 보기에는 1주일 이른 시기였다.

고려대장경이 봉안된 경장건물

삼정사가 자리한 시가현(滋賀縣) 오오츠(大津市)는 천년고도 교토 동쪽에 자리하며 고대에는 오우미(近江)로 불렸다. 삼정사의 원래 이름은 원성사(園城寺, 온조지)로 오오토모(大友)의 아들 곧 천지왕의 손자인 오오토모 요다노오오키미(大友與多王)가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위해 자신의 재산인 전원성읍(田園城邑)을 희사해서 건립하였다고해서 처음에는 ‘원성’이란 글자를 따서 원성사(園城寺, 엔죠지)라고 불렀다.

원성사는 이후 삼정사(三井寺, 미이데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이름에서 보듯이 우물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삼정사 안에 있는 이 우물은 천지왕(天智天皇)과 동생 천무왕(天武天皇) 천지왕의 딸 지통왕(持統天皇)이 태어났을 때 산탕(産湯, 갓 태어난 아기 목욕물)으로 쓰였다고 해서 붙인 것으로 이 절이 고대 황실과 밀접했음을 보여준다. 삼정사를 부흥시킨 사람은 지증대사 원진(円珍, 814-891)으로 그의 어머니는 신라계 홍법대사 공해(空海,774-835)의 조카딸이다.

고려대장경이 봉안된 경장안의 팔각 윤장대

원진스님에 대한 출생관련 이야기는 일본의 최대 설화집인 곤쟈쿠이야기《今昔物語集》11권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여기에 보면 그의 어머니는 아침해의 밝은 광채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원진스님을 낳았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원진스님은 8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에게 불경인 《인과경, 因果經》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아버지는 영특한 아들의 불심에 놀라 이 경전을 구해주었고 어린 원진은 순식간에 그만 통째로 암기해 버리고 만다. 열 살 때에는 <논어><한서><문선>을 모두 암송해버리는 등 신통력을 발휘하게 되고 이러한 여세를 몰아 14살 때 연력사(延曆寺)의 의신스님(781-833)에게 맡겨져 불법 공부를 시작한 이래 19살 때 수계를 받고 ‘원진(円珍)’이라는 수계명을 받게 된다.

삼정사는 7세기에 오오토모씨의 씨사(氏寺)로써 창건되어 9세기에 당 유학을 마친 원진스님에 의해 발전하게 되는데 헤이안시대 이후에 황실, 귀족, 무가들의 폭넓은 신앙의 모체가 되었으나 10세기 이후 비예산 연력사(比叡山延曆寺, 히에이잔 엔랴쿠지)와의 대립항쟁이 격화되어 불타는 등 여러 곡절을 겪었다. 또한 근세에는 풍신수길에게 사령(寺領)이 몰수 되어 폐사의 길을 걷다가 다시 일어서게 되는 등 굴곡의 역사를 겪어 항간에서는 불사조의 절로 알려져 있다.

숙소인 오오츠 시내에서 삼정사까지는 걸어서 20여분 거리였는데 거리는 깨끗했으며 특히 비파호에서 상수원으로 끌어 쓰고 있는 대규모 콘크리트 수로(水路) 옆길로 난 길을 걷고 있자니 막 물들기 시작한 가을 단풍의 자태가 몹시 고왔다. 길가에 심어놓은 벚꽃나무는 또 얼마나 봄을 뽐낼 것인가 안 봐도 알겠다. 삼정사 본당이 멀리 바라다 보이는 수로 곁에는 아주 작은 시골 간이역 같은 삼정사역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도 삼정사의 가람과 부속건물들은 규모가 커서 넓디넓은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릴텐데 오오토모 씨가 창건할 당시에는 얼마나 컸을까 짐작이 가질 않는다. 특히 지금은 삼정사 경내와는 다소 벗어나 있지만 근처에 있는 신라선신당까지 모두 삼정사 안에 소속되어 있을 당시의 가람크기는 상상 할 수 없을 만큼의 큰절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삼정사 원진스님 무덤입구

삼정사에서 눈여겨 볼 곳은 아무래도 신라인 원진스님의 묘소인 당원(唐院)일 것이다. 중요문화재인 절 입구의 인왕문에서 걸어 들어가면 한국의 대웅전에 해당하는 금당이 나오고 금당을 따라 올라가면 역대 천황들이 태어났을 때 사용한 우물인 삼정의 영천(三井 靈泉)인 아카이야 (閥伽井屋)가 나온다. 그 길로 곧장 올라가는 길에 영종당(靈鐘堂)이 있는데 여기에는 나라시대의 종으로 알려진 커다란 범종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범종은 삼정사와 쌍벽을 이루던 연력사 승려들이 산문파(山門派)와 사문파(寺門派)로 갈라져 싸우던 시절에 이 종을 변경이라는 스님이 윗 절인 연력사로 가지고 갔는데 종을 칠 때마다 ‘돌아가고 싶다’라는 소리를 내어 그만 계곡 아래로 던져 버렸는데 그때 긁힌 자국이 지금도 선명하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종이다. 범종각을  나와 바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일체장경이란 커다란 건물과 만나는데 이곳은 예사로 지나 칠 수 없는 곳이다. 왜냐하면 이곳에 고려대장경인 일체경이 모셔져 있기 때문에 필히 들러봐야 할 곳이다. 어찌해서 이 절에 고려대장경이 봉안 되었을까?
 〈다음호 계속〉

 

★ 찾아 가는 길
*주소 : 滋賀縣大津市園城寺町246 (三井寺, 미이데라, 일명 園城寺, 엔조지)
*가는 길 : 오사카에서 JR니시니혼도카이도혼센‘비와코센’(JR西日本東海道本線‘琵琶湖線’)을 타고 오오츠에키(大津驛)에서 내려 케이한버스(京阪バス)를 갈아타고 미이데라(三井寺)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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