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스님 측 “대원스님 사설사암, 원로자격 박탈해야”

대원스님 측 “원각스님은 아무래도 방장감이 아니다”

사전선거운동 주지자리 운운… “방장 돌아가면서 하자”

해인총림 차기 방장 선출을 놓고 해인사 8개 문중이 이해관계에 따라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산중 전통의 합의추대 보다는 선거 국면으로 치달을 공산이 커졌다.

오는 3월 7일 해인총림 9대 방장선출을 위한 산중총회가 소집됐고, 입적한 전 방장 법전스님 빈자리를 두고 대원스님(오등선원 조실)과 원각스님(해인사 유나) 두 명이 자웅을 겨루고 있다. 조실은 선원 내 방장과 같은 직책이고 유나는 선원장과 수자 사이의 직책을 말한다.

해인사 8개 문중은 법전스님 49재를 회향한 후 해인총림 동당 세민스님과 율주 종진스님, 백련암 원택스님(감원) 등은 ‘학산 대원 대종사 추천위원회’, 홍제암·길상암 등 6개 문중은 ‘원각스님 추천위원회’를 각각 구성했다. 동당은 선원당의 동당수자를, 율주는 율원의 네 가지 직책 중 하나를 일컫는다.

벽산당 원각큰스님 해인총림방장 추천위원회(대표 원학·성법·향적·여연스님)는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방장 후보 대원스님 사설사암(학림사) 소유와 관련해 종단 원로의원 자격박탈까지 논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해인사 방장 선출을 두고 주지직을 조건으로 내거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대원스님을 지지하는 해인사 선원장 선각스님과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스님이 이 같은 짓을 했다고 비난했다.

추천위 공동대표 향적스님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해인총림은 원융살림을 통해 산중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해인사는 ‘해진사(해가 진 사찰)’라는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더 이상 수좌와 학인은 해인사를 찾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 돈다”고 했다.

이어 “해인사가 어느새 세속적 풍조가 만연한 사찰로 변모했다”며 “방장스님 측근에 의한 전횡독재와 원융화합체제 붕괴와 독살이 운영, 해인사 선원장의 대규모 납골사업 등 수익사업 추진, 선원 입방자를 선별해 받는 ‘조리질 방부’, 해인사 선원장의 최고급 외제차(BMW 7, 아우디 A8,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를 운행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해인사 병폐를 뿌리 뽑고, 청백가풍 회복과 선풍진작에 앞장서는 등 재적승들을 원융으로 화합시킬 분이 누구냐? 원각스님이다”며 “원각스님은 성품이 강직하면서도 온화해 조주가풍을 펼치시는 분이다. 총림 대중과 해인사 재적승들을 화합으로 이끌어 해인사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가장 훌륭한 적임자이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원스님이 해인사 방장으로 부적합한 이유를 제기했다. 해인사를 망친 선원장이 대원스님을 추천·옹립하는 당사자, 탈종단적으로 법인을 운영하는 백련불교재단 이사장이 지지자라는 점, 대원스님이 20년 넘게 공주 학림사를 사설사암으로 유지했던 점, 대원스님이 사설사암을 임의단체 ‘대각회 학림사’ 소유로 속여 원로의원으로 선출된 점 등을 들었다.

또 “산중총회법 8조에 ‘방장후보는 산중총회 공의를 모아 후보를 결정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중총회를 선거판으로 몰고 있는 것은 해인사 선원장과 대원스님 방장 추천위 스님들이다”고 말했다.

여연스님은 “대원스님 추천위에서 방장 지지를 조건으로 주지자리를 내락하고 있다. 몇몇 스님들이 주지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한편 대원스님 추천위는 23일 해인사 보경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중화합을 위해 해인총림 방장은 추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산중 어른을 모시려면 전 대중의 뜻을 모아 추대해야 하는데 만약 선거를 하면 상대 후보끼리 서로 헐뜯게 되고 전통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해인총림의 방장은 1967년 성철스님을 초대 방장으로 추대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선거를 치르지 않고 추대 전통을 이어왔다. 특히 치열한 수행과 정진을 거친 분을 방장으로 추대해 모셔야 단합되고 전통이 이어진다고 대원스님 추천위는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대원스님이 용성대종사, 고암대종사로 이어지는 법통을 부촉 받고 오랫동안 많은 수행자를 맞이한 훌륭한 분이어서 추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인사 선원장의 방장 임기를 3명이 돌아가면서 하자는 사전약속에 대해 세민스님은 “선각스님에게 앞으로 각각 5년간 방장을 맡기도록 하자고 중재를 요청했고, 이는 3명 모두가 차례대로 방장으로 추대되고 선거를 하지 말자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총림은 방장이 주지를 지명하기 때문에 이번 방장 선출이 해인사 차기 주지 선출과 맞물리는 등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산중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해인사는 오는 3월 7일 열리는 산중총회에는 비구니 100명을 포함한 600명의 선거인단이 꾸려진다. 만약 최소인원인 250명이 참석하지 않거나 추대와 선거 중 한 가지 방법을 결정하지 못하면 산중총회는 연기될 공산이 크다.

한편 전국선원수좌회가 해인총림 방장 선출과 관련해 긴급 중재에 나섰다. 25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수좌회 의정스님 등 지도부와 원각스님 추천위와 대원스님 추천위에서 각각 4명씩 모여 선거가 아닌 추대형식으로 가기 위한 합의에 나섰다.

이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