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선 | 2016/01/20 01:21

보리심에는 두가지가 있다. 속제 보리심과 진제 보리심이다. 속제 보리심과 진제 보리심은 수행하는 차례가 따로 있다. 속제보리심은 공성을 체득하는 마음을 말하며, 진제 보리심은 바른내용인 보리, 즉 공성을 의미한다. 공성도 유식학파의 공성과 중관학파의 공성이 있는데 여기서는 유식학파의 공성을 설명하겠다.

 

먼저 유식의 견해와 연관지어 설명하겠다. 종파에는 네종류가 있는데 종파별로 종의가 다르다. 소위 설일체유부와 경량부는 소승학파이고, 유식학파와 중관학파는 대승이다.

 

불교의 종의를 설하는 사람은 당연히 불자여야 한다. 그런데 불자라고 해서 무조건 불교적 종의를 설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불자가운데서도 종의를 가지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당수 불자들은 학파가 다를 수 있고, 각 학파의 종의가 다른 만큼 어떤 특정한 종의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적 종의 사상을 설하는 학파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부처님이 설하신 바른견해인 사법인이다. 즉 모든 행은 무상하고, 모든 법은 고통이며, 모든 법은 공하고 무아이니, 모든 번뇌를 벗어난 열반의 경지는 적정하다는 것이다. 사법인 가운데 세 번째인 제법무아는 학파별로 차이가 있다.

 

무아에는 인무아와 법무아 두가지가 있는데 사종학파 중에서 설일체유부는 두가지 무아 중에서 인무아 만을 받아들이고 있다. 반대로 경량부와 유식, 중관은 모든 법이 공하고 무아라는 것으로 인무아와 법무아를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불교의 종의는 인무아를 모두 공통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불교가 아닌 외도종파에서는 대체로 아트만, 자아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소승에서 인정하는 인무아라도 설일체유부와 경량부가 이해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설일체유부의 인무아와 외도의 인아, 자아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외도의 자아는 오온으로부터 분리된 속성을 지닌 것으로 개별적인 속성을 지녔으며, 항상하는 것이고 스스로 자유로운 것이다. 반면에 오온은 항상한 것이 아니고 무상한 것이고, 자력을 가지거나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즉, 자아는 항상한 것이고, 오온은 항상한 것이 아니다.

 

외도의 설명은 불교와 동일하게 윤회전생을 인정하고 있다. 새로운 삶을 받아 태어날 때 전생의 오온을 버리고 새로운 오온을 취한다. 새로 받는 오온은 무상한 것이고 전생으로 이어져온 자아라는 것은 영원한 것이이며 불변하고 무상하지 않다고 한다. 오온에서 분리된 자아는 항상하고 자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일체유부의 인무아는 이러한 오온과는 분리된 속성을 지닌 자아가 없다는 것이다. 항상하고 스스로 말미암은 자아가 없으며, 그런 자아는 무상하다는 것이 인무아의 내용이다.

 

경량부와 유식, 중관학파에서 인정하는 인무아는 설일체유부보다 더 구체적이다. 항상 자유로운 자아가 없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미세한 수준까지 말을 한다. 세학파의 인무아는 스스로 할 수 있고, 스스로 이룰 수 있는 것으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아에 대한 집착이 없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한 반대가 아집이다. 아라는 것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집이라고 했다. 아라는 것을 통제 조정할 수 있다고 집착한다. 우리마음에는 외도와 같은 영원불변의 자아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평소 자아가 영원불변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아에 대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집착하고 있다.

 

비유로 자아와 오온의 관계가 임금과 신하의 관계와 같다고 했다. 여기서 자아는 임금처럼 제어할 능력이 있어 오온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온에 대해서는 나의 머리 손발 등등이 나의 것이라 생각해 스스로 통제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집착한다는 것의 의미이다. 아집이라는 것은 이런 의미이다.

 

경량부 이상의 학파들에서 인무아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력으로 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있다 같은 의미의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자아는 실유가 아니고 가유이다. 왜냐하면 자아를 인식할 때 실유라면 오온을 거치지 않고 자아를 먼저 인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을 볼 때 그의 오온을 인식하고 인식에 의지해서 그사람을 인식한다. 먼저 그의 오온을 인식하지 않고서는 사람을 파악할 수 없다. 그런 논리에 따르면 자아는 오온상에 우리가 이름 붙인 것, 가유일 뿐 실유가 아니다. 자아는 가설된 것에 불과하다. 경량 이상 학파의 인무아는 이런 내용이다.

 

설일체유부는 인무아를 인정하고 법무아를 인정 안한다. 중관, 유식은 무아에서 두가지 모두를 인정한다. 법무아는 공성이라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인무아와 법무아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대승학파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네 학파는 어떻게 나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네 학파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모두 불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학파는 부처님 경전에서 유래 되었고, 불설에서 유래 되었다. 다시 말하면 부처님 말씀에 연원을 두고 있으며, 견해와 실천은 설하신 것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

 

부처님은 정등각을 이룬 후에 세차례에 걸쳐 법륜을 굴렸다. 첫 번째 법륜은 바라나시에서 사성제를 설한 것이고, 두 번째 법륜은 영취산 정상에서의 무자성 법륜이며, 세 번째 법륜은 왕사성 등지서의 선설 법륜이다. 이를 연결지어 보면 설일체유부와 경량부는 1차법륜의 사성제를 다루고 있다. 중관학파는 2차법륜인 무자성, 즉 반야경을 다루며, 유식학파는 3차법륜으로 해심밀경, 입능가경 등의 내용을 따라서 종의를 설명하고 있다.

 

대승의 종의를 설하는 학파는 유식과 중관이다. 여기서 대승의 창시자, 개조라 할만한 사람으로 중관학파는 나가르쥬나 용수보살을 들 수있다. 용수보살은 “모든 법은 실제가 없고 명으로만 존재한다”고 했다. 이는 부처님 말씀이지만 용수보살이 상세히 해설해 “실이 없고 명칭으로만 있다”고 주장했다.

무착보살 아상가는 유식학파의 개조이다. 그는 “모든 법은 안에 내적인 속성을 지닐 뿐 외적 으로 성립되는 것은 없다. 마음의 작용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설일체유부와 경량부는 중흥조를 설정하지 않는다. 개창조는 위대한 전통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데 부처님의 1차 법륜을 따르기 때문에 따로 개창조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용수보살과 무착보살처럼 한 학파로 일가를 이루어야 개창조로 말할 수 있다.

 

무착보살은 유식의 견해가 공성이라는 것을 상세히 설명했다. 내용은 해심밀경에 의거해서 유식사상과 공성의 사상을 설명하며 “모든 법은 내면의 마음이라는 자성을 가질 뿐” 이라고 했다. 무착보살은 공성을 세가지의 자성인 삼성으로 설명했다. 삼성은 변계소집성과 의타기성, 원성실성을 말하며 해심밀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삼자성으로 공성을 설명해 보자. 소위 공성이라고 할 때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부정하는 대상은 법아이다. 법아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어있다, 공하다고 하는 것이 법무아이다.

 

공한 성질을 공성이라고 한다. 비어있다고 할 때의 토대는 의타기성이 된다. 비어있는 바의 토대인 의타기성에 따라 존재하는 사물 또한 의타기성이 된다. 원인과 조건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 성립하기 때문에 의타기성이라 한다.

 

예를 들면 밧줄을 뱀이라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뱀이 아니다. 그래서 밧줄은 뱀이 공하다고 표현한다. 공이 되는 토대가 밧줄이고, 뱀이라는 속성은 공한 것이다. 공의 토대가 되는 밧줄이 의타기성에 해당하고, 뱀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변계소집성으로 공이다. 그리고 의타기성에 의지해서 실제가 없으며 변계소집성이 공하다는 것을 바로 보아 실상을 깨닫는 것이 원성실성이다. 이처럼 모든 법이 공한토대, 공한바, 공한자체 임을 통해 공성을 바로 알아야 한다.

 

유식학파에서 공성이 부정하는 대상을 변계소집성, 공한토대가 의타기성, 공한자체가 원성실성이다. 명칭을 붙인 것, 실제 있는 것이 아닌 허망한 것을 변계소집이라 한다. 실제는 명칭을 붙이는 토대가 인연에 의해 자성이 성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의타기성이라 한다. 이것은 부정할 대상이 되며, 실체가 없다거나 공하다는 것이 드러나니 원성실성이다. 색이나 신체, 고 등에 대해 분별하는 마음이 일어나는데 이는 다만 색이라고 명칭을 붙인 것이고 자체에서 본질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개념적으로 이름 붙인 것 일 뿐이다.

 

유식학파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까닭은 예로부터 유식사상이 번성해 주류로 자리잡아 왔기 때문이다. 유식사상은 “모든 법은 그 속성이 안의 마음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며, 외부로는 실제 성립되는 것이 없다. 그러면 외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이 말은 우리의 인식 상에 외부존재들이 현현해서 그 외부대상이 실제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의식일 따름이다. 우리 내면에 있는 아뢰야식의 습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외부로 성립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아뢰야식의 습기에 의해 생겨나는 것을 의미한다.

 

유식은 오로지 마음이라는 뜻이다. 그 연원은 십지경에 “삼계는 오직 마음일 뿐이다”라는 데서 기인했다. 이에 의거 “모든 법은 내면 마음의 속성으로 존재할 뿐 외부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형상과 소리, 냄새 등 현현해서 무엇이 나타나든 간에 외부대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뢰야식의 습기의 힘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에 어떠한 것이 인식되든 간에 그것은 외부대상인 것처럼 현현하는 잘못된 인식일 뿐이다. 우리 마음에 현현하듯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을 명상한다고 했을 때 온전한 이해를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인식에 나타나듯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뿐 조금이라도 공성을 명상하는 것이 된다. 제법이 바깥 대상으로 존재해 나타나지만 마음에서 처럼 존재하지는 않는다. 평상시 색 소리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나타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유식의 공성을 명상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유식에서 말하는 것은 바깥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형상을 볼 때 인식하는 안식이 있다. 안식에 형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럴 때 형상과 안식에 나타나는 그것은 모두 습기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다. 인식과 인식대상이 단일한 실제인 것이다. 인식주체인 안식과 별개의 것이라면 그것을 성립시키는 원인이 단일한 습기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바깥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 이 내용이다.

 

유식의 공을 명상할 때 이를 숙지하고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공성 명상 할 때 방식을 알지 못하면 상견 단멸의 극단에 빠질 수 있다. 유식사상에서 공을 알기도 어렵다. 차츰 익혀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공 수행 열망과는 반대로 잘못 명상하는 경우가 많다.

 

대승에서는 진제와 속제, 이제설을 말한다. 속제는 공성이 아닌 법을 말하고 진제는 공성인 법을 말한다. 속세는 거짓이고 진제는 진실에 해당한다. 공을 제외한 모든 것은 거짓이다. 현현방식과 실제 존재방식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유식에 따르면 제법이 현현할 때 바깥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존재하는 방식은 그렇지 않다. 공성은 외부대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나타날 때도 바깥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성이 아닌 모든 법은 거짓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소위 인식대상이라고 했을 때 그 대상은 부정하는 것과 성립시키는 것 두가지가 있다. 공성은 부정의 논리이고, 부정은 상대적 부정과 절대적 부정 두가지가 있다. 공성은 절대부정에 해당한다.

 

부정대상을 부정할 때 먼저 긍정과 부정이 이해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절대부정은 허공이라고 했을 때 장애되는 것과 물질적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그 자체를 허공이라고 한다. 공성은 법아가 부정되는 법무아를 말하며 절대부정에 해당한다.

 

유식사상에 따른 공성 설명했다. 이부분은 논서들을 공부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유식의 공성견해 설명을 마치고, 중관학파의 공성은 이후에 기회가 되면 설명하겠다.

정리==한기선 기자

 

질문1 해탈은 없지 않은가?

 

소위 해탈이라는 것은 고통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해탈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고라는 것이 없앨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해탈이 있는 것이다. 고의 원인이 있고, 원인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결과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고통의 원인은 번뇌와 업이고, 번뇌는 고통의 원인으로 전도된 마음이다. 전도된 마음은 실제와 상응하지 않는다. 일치하지 않는 인식, 이런 마음이 번뇌인 것이다. 실제와 상응하지 않는 인식을 제거하는 법은 아집 전된 마음을 치료하는 대치법이다. 무아의 지혜는 거짓이 아니며 실제와 일치하는 것이다.

 

무아수행이 아집을 줄인다. 무아의 수행을 하게 되면 아집이 적어지게 된다. 거기에 수반되는 번뇌가 없어지고, 모든 번뇌가 없어지면 업을 쌓지 않게 된다. 고통의 원인이 없어지게 되면 고통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고통에서 벗어나는 해탈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고통은 전도된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에는 착각하는 거짓된 인식과 바른인식이 존재한다. 번뇌는 거짓된 인식이고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바른 인식이다. 무아의 지혜를 반복 수행명상하면 그 힘에 의해 잘못된 인식이 줄고 고통은 없어지게 된다. 해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리심을 수행하는 방식

 

보리심을 수행하는 방식은 속제보리심과 진제보리심을 순서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다. 속제보리심의 순서는 대승에 들어가는 마음을 일으키고 다음에 수행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대승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보리심을 내야 한다. 보리심은 대승에 들어가는 문이다. 불법에 들어가는 문은 귀의이고, 귀의가 있어야 불자이듯이 대승에 들어가는 문은 보리심이다. 보리심이 없으면 대승이 아니다.

 

대승에는 부처님 바라밀 대승과 밀교 진언 대승 두가지가 있다. 어디에 들어가든 문은 보리심일 뿐이다. 대승에는 원인의 길인 육바라밀과 결과의 길인 진언승이 있다. 진언승의 길, 즉 밀교수행에 들어가는 관문은 관정이다.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인 관정을 받지 않으면 밀교수행을 받을 수 없다. 밀교의 길 초입에 들어가는 문이 보리심이다.

 

보리심이 마음에 생겨나게 되면 대승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보리심을 버리게 되면 어떠한 덕이있든 성문의 경지로 떨어지며 대승으로부터도 멀어지게 된다. 반면 보리심이 마음에 있으면 다른 덕을 갖추지 못했어도 대승이라 할수 있다. 아무리 고귀한 공성에 대한 덕을 가지고 있더라고 보리심이 없으면 성문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처음에 대승에 들어가는 것도 보리심이요, 대승에서 물러나는 것도 보리심을 버리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니 가장 중요한 것이 보리심을 일으켰느냐 아니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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