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의 책임과 본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회적, 가정적인 것 뿐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불자로서의 우리들의 종교적 본분이란 무엇일까요? 부처님은 모든 사람에게 불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불성은 올바른 수행을 통하지 않고는 발현되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본분은 부처님가르침과 올바른 수행을 통해 자신의 불성을 발현하고, 궁극적으로는 나와 남이 모두 행복하게 사는 불국토를 건설하는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석가여래행적송’은 그와 같은 우리들의 본분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불성이란 ‘붓다가 될 가능성’이란 뜻으로 여래장(如來藏), 여래성(如來性), 각성(覺性)이라고도 합니다. 열반경에 따르면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추고 있다(一切衆生悉有佛性)’고 합니다. 그런데 중생은 무명에 덮여 있으므로 그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중생은 자신 속에 불성이 있음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두려워합니다.

천태 지의 대사의 오시(五時) 교판에 따르면, 부처님은 그들을 제도하기 위해 근기에 따라 아함경, 유마경, 반야경 등에서 성문·연각·보살승의 법문을 설하고, 그들의 근기가 충분히 성숙한 후에 법화경과 열반경에서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음을 설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불법은 모두 ‘한 맛(一味)’이고, 다양한 경전이나 다양한 수행의 방법은 결국 중생의 내면에 있는 불성을 일깨우기 위한 하나의 목적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곧 회삼귀일의 일승 사상입니다.

이와 같이 모든 중생은 자신의 내면에 불성을 지니고 있지만, 미혹과 무명이 그것을 덮고 있으므로 번뇌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미혹과 무명에서 나오는 행위는 3악도의 고통을 불러일으키고, 미혹과 무명을 여읜 행위는 성불의 원인이 됩니다. 그것을 무기스님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3업(業)이란 몸(身)과 입(口)과 뜻(意)으로 짓는 업을 말한다. 일체의 죄와 선은 모두 이 3업이 짓는 것이다. 몸으로 짓는 업이란 생명을 죽이고, 도둑질하고, 사음(邪淫)하는 것이며, 입으로 짓는 업은 거짓말하고, 꾸미는 말하고, 이간질하는 말하고, 욕하는 말함이며, 뜻으로 짓는 업은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것이다. 이 3업을 제멋대로 하면 10악이 되고, 이 3업을 삼가면 10선이 된다. 악을 지으면 3악도의 고통을 받고 선을 지으면 인간과 천상세계의 즐거움을 받으니, 이는 또한 세간을 벗어나 성불하는 원인이 된다.

무기스님의 이 말은 우리의 현실을 훌륭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힘들이지 않고 재물을 얻으려고 온갖 거짓말과 꾸미는 말과 이간질을 행하고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음욕(淫欲)을 품고 소위 ‘건강식품’을 찾아 헤매고 있으며, 어린 학생들은 그 영향을 받아 자신들의 음탕한 행위를 영상화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은 자신 속에 있는 불성을 망각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자신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일입니다. 이런 행위들이 지속된다면, 계속해서 새로운 고통이 초래되고 우리는 결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들의 불성을 발현시킬 수 있을까요? 우리들은 어떻게 우리들의 불성을 발현해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부처님가르침에 따라 올바르게 수행함으로써 실현될 것입니다. 무기스님은 6바라밀을 비롯해 독송·염불·불사·사경·찬불·헌화·소향·연등 등을 통해 성불할 수 있음을 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많은 일을 어떻게 한 사람이 다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 무기스님은 “모두 행하면 좋겠지만 그것을 다할 수 없다면 자신의 기호에 따라 한 가지만 닦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일체의 법이 불사가 아님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기스님은 ‘모든 수행자는 자신의 힘에 따라 한 가지를 좇아 공을 들여 물러남이 없도록 할 따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 불자들이 행해야 할 바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다만 자신의 처지와 능력에 따라 사회와 가정의 일원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고, 종교적으로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발심해 수행 정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처지와 능력과 기호에 따라 자신의 할 일을 다 한다면 그것이 곧 불국정토를 건설하는 일이고, 그를 통해서 우리 사회는 어려운 경제난국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결정된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수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역사를 만들어 가는 능동적인 주체가 돼야 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반야용선사 주지 동운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