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거행된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 결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1,700년 한국 불교의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인도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파된 불교는 많은 발전 과정을 거쳐 산지승원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세계유산위원회의 문화유산 자문기구 이코모스는 한국 산지승원의 승가공동체는 자급자족적인 사찰운영, 스님들의 생활과 교육, 선수행과 경학 등과 같은 한국산사의 독특한 무형적이고 역사적인 OUV(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는 조계종과 문화재청, 외교부의 공동 노력이 남달랐다. 특히 지난 5월 4일 신청유산인 ‘산사’의 7개 사찰 중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를 등재 권고하며,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 봉정사는 역사성과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등재 권고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조계종은 7개의 사찰 모두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권고문의 내용적 오류를 수정한 “정오표(factual errors)”를 작성 제출했다. 이코모스는 오류정정 요청항목 총 12건 중 11건을 수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6월 24일부터 7월 4일까지 진행되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위원국의 대표단에게 정오표 수용사안을 설명하고, 적극 지지를 요청해 20개국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로서 한국의 산지승원 즉 ‘산사’는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이번 등재를 현장에서 지휘한 조계종 문화부장 종민스님과 문화재청, 외교부 담당 실무자들의 노력에 감사하고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하기를 서원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유네스코의 여러 가지 권고 사항을 지키며 보존에 최선을 노력을 해야 한다. 다만 현재 승가와 신도들의 수행과 신행을 실천하는 무형적 유산이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해 개발과 변형을 인정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조계종은 유네스코의 권고 사항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7개 사찰을 보전을 위한 등재를 계기로 ‘산사통합관리단’(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 문화재청, 지자체, 해당사찰, 외부전문가, 종단이 함께하는 이 조직은 문화유산의 박제화를 막고, 산사가 ‘유·무형 문화가 모두 공존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등재된 사유를 지키며, 이를 조화롭게 보존하는 것이 목적이다. 조계종 문화부장 종민 스님은 산사의 무형적 가치, 특히 스님들의 수행·교육·의례와 신도들의 신행까지 모두 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점 단위가 아닌 면 단위로 문화유산, 즉 단일 문화재가 아닌 구성 요소를 함께 보존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 했다. 이는 그동안 문화재 보존을 위한 관리 정책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법률의 제정과 지자체와의 정책적 공조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시행하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점도 없지는 않다. 특히 점 단위의 문화유산이 아닌 면 단위의 문화유산관리가 본격화하면 지정된 사찰의 반경 수 십 KM내는 문화재 보호를 위한 엄격한 개발의 제한이 따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모두가 국유지나 사찰의 소유지가 아니다. 개인이 가진 토지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입법화를 통해 토지의 강제 수용을 하더라도 여러 가지 다툼은 증가 할 것이다. 소중한 세계문화유산을 지켜나가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관련된 국민들과 작은 원망도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종단과 정부, 지자체가 얼마나 공조하느냐가 관건이다. 부디 서둘지 말고 충분한 기획과 토론으로 잘 정비된 ‘산사통합관리단’이 출범하기를 바란다. 문화유산이 아무리 귀중하더라도 분쟁의 소지가 되는 것은 부처님의 뜻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