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 수행의 구밀(口密)과 의밀(意密)

지난 호에서 밀교의 삼밀수행법 가운데 몸으로 행하는 신밀(身密)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신밀은 앉는 자세와 손 모양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좌법(坐法)과 수인(手印)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신밀 다음으로 구밀(口密)과 의밀(意密)에 대해 말슴드리겠습니다.구밀은 중생이 불보살의 진실된 말씀을 입으로 외우는 것이며, 의밀(意密)은 부처와 하나를 이룬다고 마음으로 관상(觀想)하는 수행법입니다.

구밀의 수행에는 진언이 있습니다. 진언(眞言)은 만트라(mantra)라고 하는데, 진여의 말이란 뜻입니다. 즉 부처님의 말씀을 가리킵니다. 구체적으로는 불보살(佛菩薩)과 천왕(天王), 명왕(明王) 등의 서원(誓願)이나 덕(德)을 나타내는 비밀(秘密)의 어구(語句)를 외우는 것입니다. 그 진언에는 부처님의 심비(深秘)한 뜻이 담겨 있고 커다란 공능(功能)이 있어 무명 중생이 이를 외우면 일체번뇌가 사라지고 지혜가 밝아진다고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이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밀교의 삼밀수행 가운데 구밀의 진언수행은 부처님의 말씀을 외우는 것이면서 동시에 실생활에서는 항상 진실된 말을 하고 허망한 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즉 수행적인 측면에서는 부처님의 신비한 진언을 외우는 것이며, 일상생활 가운데서는 참된 말을 하는 것이 바로 구밀의 수행입니다. 좌선을 하고서 진언을 외우는 것만이 구밀의 수행이 아닙니다. 항상 바른 말을 하고 거짓말, 이간양설, 거친 말, 꾸미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생활 속의 진언수행입니다. 그래서 진언을 진언(眞語), 진실어(眞實語)라고도 말하는 것입니다.

진언과 비슷한 말로서 다라니(dharani)가 있습니다. 다라니는 지닌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지니는가 하면, 여래(如來)의 언어 한 글자 한 글자에 능히 무량한 가르침을 모두 다 지니고 있습니다. 이를 다라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라니를 뜻으로 총지(總持), 능지(能持)라고 번역합니다.

이러한 다라니를 주야로 외우면, 무량무변(無量無邊)의 가르침을 섭수하여 지니게 되므로 생각에 지혜가 있게 되고, 갖가지의 선법(善法)을 능히 지니며, 온갖 악법(惡法)을 능히 막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불자들이 다라니를 외우는 수행을 쉼 없이 정진하고 있습니다. 모든 부처가 적집(積集)시킨 공덕(功德)이 총섭(總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하는 불자 가운데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비롯하여 츰부다라니 등 여러 가지 다라니를 외우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진언과 다라니 수행에 대해서는 다음호에서 자세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밀 다음이 의밀입니다. 의밀은 뜻으로 행하는 수행입니다. 이를 관법(觀法)이라고 합니다. 관법이란 어떤 대상을 떠올리고 거기에 오로지 집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밀교에는 다양한 관법이 설해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관하느냐에 따라 관법의 내용이 달라지고 그 종류 또한 수없이 많습니다. 진언 한 글자 한 글자를 관하기도 하고, 여러 글자를 돌아가면서 관하기도 하며, 또 글자를 자신의 몸 여러 곳에 새기는 것도 있고, 글자의 뜻을 관하기도 합니다. 글자와 함께 단(壇)의 모양이나 색깔을 달리 해서 관하는 법도 있습니다. 글자 뿐만 아니라 불보살의 형상을 그대로 관하는 것도 있고, 그림에 집중하는 것도 있으며, 형상 외에 소리에 집중하는 법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밀교의 의밀인 관법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그 수가 많습니다.

의밀은 일종의 삼마지법(三摩地法)으로서 삼매에 드는 수행법입니다. 즉 선정에 드는 밀교의 수행법입니다. 앞서 말한 글자나 형상, 소리, 모양, 색깔 등은 방법과 내용만 다를 뿐이지 궁극적으로는 선정(禪定), 즉 마음의 고요에 수행의 목적이 있습니다. 마음이 고요할 때 지혜가 일어나며, 선심(善心)이 가득해집니다. 이것을 밀교에서는 보리심(菩提心)이라고 합니다. 보리심은 깨달음, 선심, 이타심, 자비심 등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보리심을 증득하기 위한 수행이 밀교의 삼밀수행입니다. 다음호부터 구밀과 의밀의 구체적인 수행법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