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병든 몸 茶 품질을 따질 겨를이 있으랴.

일곱 잔 마시고 또 일곱 잔

저 바위 앞 물을 말리고 싶네.

茶를 보고 술을 찾음이 미치광이 같으나

스님에게 봄 술 빚기를 권함이 무슨 잘못 일이랴

만취한 뒤에야 비로소 茶 맛을 알기 때문일세.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차인인 白雲 李奎報 선생은 시와 술과 거문고를 사랑한 풍류거사로 전 해 진다. 그래서 차와 술 마시는 것을 자신의 풍류행이라고 읊기도 했다.

필자도 백운 선생의 풍류 행을 닮아 雨前茶를 보기 위해 하동의 지리산으로 향했다.

얼마를 달려갔을까.

車窓에 들어온 지리산은 부처처럼 고고하다. 불빛을 세우며 거센 속도로 질주하는 차들을 가만히 내려 다 보고 있는 지리산. 그리고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은밀히 세상을 어루만지는 화엄사, 화엄의 강산이다. 이 장엄한 화엄의 강산에서, 반듯하게 몸을 세운 수목들 속에서 오늘도 부처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문화예술학박사 담원 김창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