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스님, 8일 불교학연구회 세미나서 주장
빠알리어 자체문제 다의적 해석 낳아
원전없어 정확한 해석 불가능 아쉬워

부처님 최후교설로 불자들 사이에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에 대한 학술적 견해가 발표돼 학계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마성(팔리문헌연구소 소장)스님은 8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진행된  불교학연구회(회장 해주) 제16차 학술발표회에서 ‘자등명 법등명의 번역에 대한 고찰’로 발표에 나서 그동안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들여졌던 자등명 법등명의 현역(現譯) 번역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마성스님의 발표는 불교는 어떤 특별한 권능을 지닌 절대자에게 의지해 구원을 바라는 종교가 아니라는 근원적인 문제에서 시작했다. 이것은 자등명 법등명의 빠알리어 해석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져 ‘attadipa’와 ‘dhammadipa’를 ‘자주(自洲) 법주(法洲)’ 혹은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중 어느 쪽으로 번역하는 것이 붓다의 진의에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발전된다.
마성스님은 “자등명 법등명의 해석이 번역이 중요한 것은 불교관이 달라지며, 불교의 무아론에 대한 철학적 해답을 제공해 줄 수 있다”며 “번역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빠알리어 단어 ‘dipa’ 때문인데, 이는 인도역경가의 잘못이라기보다 빠알리어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스님은 Dipa의 번역을 《대반열반경(大盤涅槃經)》 《전륜성왕사자후경(轉輪聖王師子吼經)》 《온상응(蘊相應)》《염처상응(念處相應)》 《취락주상응(聚落主相應)》 《유부잡사(有部雜事)》 《법구경(法句經)》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히려 노력했다.
스님은 “남전과 북전의 여러 경전을 살펴보면, 고주석에 충실한 역경가들은 대부분 ‘dipa’를 섬(island, 洲)으로 번역하고 있다”며 “《대반열반경》을 영역한 리스 데이비즈 부부는 ‘dipa’를 등(Lamp, 燈)으로 번역하는데, 이는 불교의 무아론(無我論)을 이해하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또한 스님은 “북전의 《장아함경》에서 ‘dipa’를 일부 등불로 번역하고 있다”며 “이는 당시 빠알리어로 구전돼 오던 불설을 범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각 부파별로 표기가 달라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님은 “빠알리 니까야(Pali Nikaya)를 분석한 결과, 붓다는 ‘dipa’의 의미를 분명 장소(곳)를 뜻하는 섬으로 사용했다”며 “상응부에 나오는 섬·동굴(구호처)·피난처(避難處)·귀의처(歸依處)는 동의어로, 우리나라말로 번역할 때 섬(洲, 島, 洲渚)의 의미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자귀의(自歸依) 법귀의(法歸依)의 교설을 설하게 된 배경에 대해 스님은 “인간은 본래 자신이 나약해 질 때, 자신 이외의 다른 어떤 절대자에게 의지하고 싶은 충동이 일기 마련”이라며 “붓다가 오온(五蘊)으로 구성된 허구에 불과한 나를 깨닫도록 연기의 법칙으로 설명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스님은 “절대 불변의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섬이나 피난처·구호소·귀의처로 삼아야 한다”며 “법을 섬이나·구호소·귀의처로 삼아야지 별도로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님은 “인간으로서 참기 어려운 극한 상황에서 이 교설을 설하게 됐다”며 “비구들 자기 스스로를 의지처로 삼으라 강조하고, 그 구체적 실천방법이 사념처관(四念處觀)이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나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