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이 책, 이 사람!  불교고전문학 《서유기》 완역본 (전10권) 발간
손오공과 떠나는 ‘천축여행’
임홍빈 번역전문가 각고의 노력 산물
한자 86만8천자 번역

불교소재 고전문학인 《서유기》를 최근 번역 전문가 임홍빈(63·사진) 씨가 완역함에 따라 손오공·저팔계·사오정과 함께 신나는 ‘천축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이번 출간된 《서유기》(문학과지성사)는 임홍빈 씨가 1999년 대산문화재단으로부터 외국문화 번역지원을 받아 4년간 원력을 세워 번역한 것으로, 한국출판계에 최초로 정확한 우리말로 완역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까지 우리 출판계에 선보인 《서유기》 판본은 중국 조선족들이 축약본을 번역한 것이고, 유일한 완역본이라 할 수 있는 정음사판 《서유기》도 1965년 출간돼 절판된 상태여서 임씨가 완역한 《서유기》는 향후 불자들에게 좋은 교리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번 발간된 《서유기》는 총 10권 분량으로 손오공의 탄생·삼장법사의 출신내력 등을 담은 3권이 먼저 출간됐으며, 나머지는 7월 초 출간될 예정이다.
마지막 권인 10권에는 현장스님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를 비롯 《서유기》의 성립과 전승, 그 이본들을 쫓아 발로 뛴 역자의 피나는 노력의 산물들이 수록될 예정이다.
임씨는 완역을 위해 지난 4년 동안 새벽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한자 86만6천자와 씨름을 했다. 총 탈고분량이 무려 2백자 원고지 1만6천장이며, 주석만도 6백 개에 달한다. 원력이 없었다면 결코 결과를 볼 수 없었던 이번 완역을 위해 임씨는 일본 스가와가 아츠시 씨가 저술한 《서유기의 발자취를 따라서》를 구입해 읽고, 중국을 다섯 차례나 찾는 등 각고의 노력을 경주했다.
임씨는 “식사를 할 때만 현 시대로 돌아오고 번역할 때는 현장법사가 활동하던 670년대에서 살았을 만큼 《서유기》 번역에 몰입했다”고 회고했다.
임씨는 “《서유기》를 한낱 환타지 소설로 치부하는 이들이 많은데 《서유기》는 당대 정치현실을 풍자한 소설”이라며 “오승은이 《서유기》를 저술한 명대는 불교·도교의 세력 각축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유기》에 담긴 불교사상과 관련 임씨는 “저자 오승은이 살던 명나라 말 세종 시절은 불교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던 시절이라서 그런지 저자는 불교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으로 표현했다”며 “삼장법사를 비롯해 손오공·저팔계·사오정 주인공 모두 불교신화 및 사상을 모티브로 완성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서유기》에는 당시 현실적으로 증오의 표적으로 삼은 도교에 대한 익살맞은 해학과 조롱이 숨겨져 있다”며 “전반적으로는 친불교적인 성향을 띄고 있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당시 타락한 불교에 대한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임씨는 “《서유기》에서 삼장법사 일행이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려 하자 아난존자와 가섭존자가 인사치레를 요구했던 것”을 들었다.
임씨는 명대 불교계 부패의 실례를 들면서 “명나라 국민들은 불교 대표적 진언인 ‘옴마니반메훔’을 ‘내가 널 속였다’는 뜻의 말로 옮겨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당나라 현장스님이 불경을 얻기 위해 천축을 여행한 역사적 사실이야말로 이 소설 탄생의 계기이자 기인점”이라며 “법상종을 창종한 현장스님은 소설 속 삼장스님의 원형이 됐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강화에서 살다보니 곧잘 전등사를 찾는다”며 “전등사를 친견하는 길에 사내(寺內) 서점에 서유기 관련 서적이 동화책 밖에 없는 것을 보고서 원력의 심증을 굳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서유기 완역과 관련 서울대 성민엽(문학평론가) 교수는 “서유기는 동양적 상상력의 집대성이자 원천”이라며 “불·유·도를 아우른 동양문학의 보고”라고 강조했다. 

유응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