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개념 없이 처우 열악 ‘의욕 저하’
여건 조성해 문화창달 주역 거듭나야

우리나라 전통사찰의 70∼80%가 조계종 관할사찰이다.
나머지 20∼30%가 다른 군소종단에 속한다. 그러므로 절집에서는 조계종단을 일컬어서 ‘큰집’ 또는 ‘맏형’ 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종단에 속한 사찰을 일반적으로 ‘公刹(공찰)’ 이라 부른다. 지금부터 논하는 것은 공찰의 사무실인 ‘宗務所(종무소)’에 관한 이야기임을 미리 밝혀둔다.
사찰에 용무가 있어서 전화를 하거나 방문을 하여 종무소 직원을 만나려면 솔직히 겁부터 난다. 불친절한 것은 일반적이고, 한술 더 떠서 아주 고자세다. 대화는 모름지기 마주보고 하는 것인데 상대방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자기들의 말만을 앞세운다.
사찰의 연혁이나 보유하고 있는 성보문화재에 대하여 물어보면 아예 딴전을 피우기 일쑤이다. 심지어는 “내가 그런 것을 어떻게 아느냐? 그렇게 잘 알면 내가 여기에 있겠느냐?” 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또 주지실에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는데도 스님을 찾으면 무조건 “부재 중이다. 용건을 말하면 전해주겠다”라는 식이다.
‘왜 이럴까, 왜 이런 현상이 답습되며 방치되고 있는가?’ 라고 곰곰이 생각하면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관심을 가져보았다. 몇몇 사찰의 인연있는 종무소 직원을 통하여 사찰종사원의 실태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들이 받고 있는 직장인으로서의 처우가 너무 열악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의 종무원이 사찰에서 숙식을 제공받다보니 직장이라는 개념이 없는 경우도 있고, 또 출퇴근을 하는 직원이라 할지라도 출근시간은 정확히 지켜야 하는 반면, 퇴근시간은 사찰의 분위기와 주지스님의 동정여하에 따라 영향을 받다보니 규정된 시간보다 지연되기가 다반사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 월급이 너무 저렴하다고 한다. 상여금은 사찰의 경제사정에 따라 아예 없거나 있어도 부정기적인 곳이 대다수이고 보니, 종무원들이 사찰을 직장으로서 나름대로 희망을 안고 미래를 설계하기가 어렵다고 이구동성이었다. 그렇다 보니 젊고 유능한 사람들은 이직을 하였거나 준비 중이고,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숙식을 제공받으며 근무하다보니 매사에 의욕이 저하되고 의기소침한 상태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맞이할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경제성장에 따른 물질만능주의·가열되는 님비현상·도덕적 해이감 등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국민적 정서공황을 우리 불교계가 포용하고 보듬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또한 토요휴무제로 인하여 근로자의 생활패턴이 직장동료 중심에서 가정중시 풍토로 옮겨지고 있다. 짜임새 있는 여가선용, 전통문화체험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점을 고려해 보면, 우리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하여 전통적인 면, 입지조건을 이미 구비하고 있다. 오직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계획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운용할 단위사찰별 우수한 인적자원의 부재인 것이다.
지방자치제도의 시행으로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세수를 확대하기 위하여 CEO로 변신한지 오래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이제는 사찰도 찾아오는 신도들이나 참배객을 대상으로 시줏돈에 만족하고 의지할 때는 이미 지났다. 스스로 자립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동시에 정서함양에 메말라 하는 국민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어야 한다. 각종 문화행사의 개최·정기 교양강좌 개설·산사체험 등을 통하여 지역민과 유대를 강화하여 문화창달의 중심역할을 담당해야 함은 물론 불법(佛法) 홍포에 더욱 힘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종무원의 확실한 신분보장·정당한 급여 지급·복리후생에 만전을 기하여 우수한 젊은이들이 종무행정을 담당할 때만이 친절하고 활기차고 미래가 전도되는 국민의 정신도량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한국석불선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