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기 합동득도수계산림 회향, 10월 27일
최대 규모, 사회지도층 인사 다수 ‘눈길’

태고종(총무원장 이운산)은 지난 10월 27일 오전 11시 태고총림 선암사 금강계단에서 제28기 합동득도수계산림을 열고 2백64명의 사미(니)를 배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백여 명이 증가한 태고종 수계산림사상 최대규모이다.
총 3백4명이 지원해 소양시험과 신체검사를 통과한 2백83명 중 지난 10월 1일 행자교육 입제에 들어간 2백81명의 예비출가승려들은 4주 28일간 △불자로서의 기본소양 △출가승려로서의 기본소양 △태고종도로서의 기본소양에 관한 교육을 이수하고 이날 정식 사미(니)계를 수지했다.
이날 수계자들은 매일 새벽예불·정근·강의·운력·참선수행·저녁예불·참회정진 등 4주간의 엄한 교육일정과 3만배 참회정진·3보1배 정진 등 고된 수행과정을 이겨내고 득도고시에 합격한 이들로, 교장·의사·고위공무원·경찰·배우·미술가·대기업임원 출신 등 사회지도층에서 활동한 이력의 소유자가 상당수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17명은 끝내 고행을 견뎌내지 못하고 퇴방조치를 받았다. 수계자들은 또, 교육기간에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실시한 장기기증(53명)·골수기증(25명)·헌혈(43명) 등 생명나눔 기증행사에 수희동참하기도 했다.
이날 수계자를 비롯해 종단 원로·중진스님 등 태고종도와 신도 등 사부대중 2천여명이 참석한 합동득도수계산림은 증명법사인 종정 혜초스님과 전계화상 운산스님(총무원장)·갈마화상 일우스님(원로의장)·교수화상 법장스님(사정원장) 등 3사7증사를 모신 가운데 종사이운·개회식·경과보고·삼귀의례·거향찬(향을 올림)·청성·청사·개도(전계화상 법문)·불전향배·사사군친(국가-부모-삼보의례)·체발의식(삭발)·참회(연비)·귀의갈마·선설계상(계를 설함)·수착만의(가사장삼을 수함)·입지계·회향·계첩수여·수계공덕·사홍서원 순으로 진행됐다.

■ 해설-태고종 제28기 합동득도수계산림 회향

교장·의사·공무원·대기업 임원 등 다양
수준 크게 향상…연령도 11세부터 69세까지 고루 분포

종단위상 강화 큰 몫

지난 10월 27일 태고총림 선암사 금강계단에서 봉행된 태고종 제28기 합동득도수계산림은 인원 등 모든 면에서 예년의 수준을 뛰어넘는 결실을 거뒀다는 평가다. 이는 태고종이 총무원장 운산스님 체제출범 이후 지난 2년간 개혁불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종단에 대한 사회적 위상을 높인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수계산림 지원자는 학력을 비롯한 전반적인 수준에서 예년에 비해 크게 향상됐으나, 연령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연소 11세부터 최고령 69세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인 지원자의 연령대는 10대 2명·20대 19명·30대 70명·40대 1백33명·50대 이상 57명으로, 남행자 2백18명·여행자 6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이상 졸업자(종립 동방불교대학 재학생 54명 포함)가 1백60명으로 과반수를 넘는 등 교육수준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장·의사·고위공무원·경찰·배우·미술가·대기업 임원 출신 등 사회지도층에서 활동하다가 출가한 행자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최고령자인 정성(69)스님은 196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경제기획원·전매청·전남대 등에서 근무한 경력의 소유자다. 도림(59세)스님은 1962년 대구사범대를 졸업한 이후 1963년 경주 불국사초등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경주 산내상업고등학교·구미 금오중학교·북삼중학교 교장을 역임하고 지난 7월 퇴임하기까지 교직에 종사해왔다. 
또한 동우(58)스님은 30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인물이며, 정명(51)스님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부장과 이사·(주)엔씨 대표 등을 지냈다. 우담(50)스님은 다라니축원법을 개발해 특허청에 2건의 특허를 출원한 인물이며, 성봉(49세)스님은 경북대 의과대학원을 졸업한 후 20여년간 병원원장으로서 의술을 펼쳐왔다.
승신(49)스님은 쿵푸수련장과 기공수련장을 운영하고 있는 무예계 고수이며, 법륜(45)스님은 대한본국 검도공인 7단의 고수로 세계합기도협회 기술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도성(43)스님은 문화재청 석조각부문 기능인 등의 이력을 갖고 있으며, 윤명(31)스님은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온 후 각종 연극과 마당놀이에 출연한 배우로서 15대 품바로 활동한 경력의 소유자다. 최연소자인 초등학교 5년생 보현(11)스님은 비록 어리지만 이번 교육과정의 고된 수련을 모두 이겨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렇듯 인원증가 및 수준향상과 관련해 이번 수계산림을 총괄한 교무부장 법현스님은 △태고종단이 1970년 태고종명으로 재출발하면서 묵담스님으로부터 이어지는 단일계맥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불교 유일한 수계산림이라는 점 △종단소속 스님과 교임 권속들이 대를 이어 출가하는‘태고종 2, 3세 스님들’이 많아진 점 △혼인사실을 감췄던 과거와 달리 태고종도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가족이 함께 포교에 나서고 있으며, 자녀를 종립 동방불교대학에 적극적으로 입학시키고 있는 점 △지난해부터 종단구성원을 4부중에서 6부중으로 바꾸고 교화활동에 적극 나섬으로써 신도들이 스님을 신뢰하고 사찰과 지역사회와의 친밀도가 높아진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10월 KBS 사장을 역임한 지현(박현태, 71/경기 남양주 백련사 주지)스님이 고희의 나이에 태고종 승려가 된 것도 인원급증에 한몫을 한 것으로 태고종 관계자는 풀이했다.

하춘생 기자 nikaya@jub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