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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에는 절대선(絶對善)이 존재한다”

다인어 통한 승가쟁사 해결 제시… 멸쟁법이 목적
한기선 | 2012/06/11 14:51

 

동국대 이자랑 교수, 선리연구원 학술회 발표

한국불교 신진 소장파 학자들을 발굴하고, 학술논문을 통해 불교연구의 새 지평을 여는 자리가 마련됐다. (재)선학원 한국불교선리연구원(원장 법진스님)은 제6회 학술상 시상식과 학술회의를 1일 성북동 정법사에서 개최했다.


이날 학술회의 좌장은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인환스님이 맡았다. 동국대 이자랑 교수가 ‘멸쟁건도의 다수결 원칙을 통해서 본 승가쟁사 해결의 이념’을 발표했고, 2주제로 김치온 위덕대 겸임교수가 발표한 ‘용성선사의 선밀쌍수에 대한 고찰’에 대해 동국대 티벳장경연구소 정성준 연구원이 토론을 맡았다.
제3주제는 박상란 강남대 연구교수의 ‘1930년대 불교잡지 동화의 성격과 전시동화의 문제’를, 4주제는 ‘일본계 미국선의 여성참여와 사회참여, 그리고 간화선 세계화의 담론에 대해’ 장은화 조계종국제포교사가 발표했다. 이중 조계종 자성과 쇄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이자랑 교수의 논문내용을 본지에 게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언쟁과 발생원인
승가는 화합을 이상으로 하는 출가공동체로서 우유와 물이 섞이듯이 서로 화합해야 한다. 하지만 승가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공동체인 이상, 의견 차이로 인한 대립은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이러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구성원들 간에 불신과 불만이 쌓여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바라제목차에서 멸쟁(滅諍), 즉 승가에서 발생한 쟁사(諍事)의 신속한 소멸을 비구·비구니의 의무로 규정짓고 있는 것도 이런 쟁사들로 인해 야기될 혼란과 분열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자랑 교수는 승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쟁사를 내용에 따라 4종으로 분류한 후 쟁사를 멸하는 7종의 방법을 제시했다. 이들 멸쟁법의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승가의 화합을 멸쟁의 최대 이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화합은 화합이되 그것은 반드시 붓다의 법과 율에 근거한 ‘여법한 화합’이어야 하며, 다인어(多人語)라는 멸쟁법이다.


다인어는 4종 쟁사 가운데 하나인 언쟁(言諍)이 발생했을 적용되는 멸쟁법이다. 언쟁이란, 붓다가 설한 교리나 계율의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해 논쟁하다 결국쟁사로 발전한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럼, 언쟁은 왜 발생하는 것인가? 빨리율에서는 언쟁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으로 다음 3가지를 든다. 6종의 논쟁의 원인, 3종의 선하지 못한 원인, 3종의 선한 원인 등을 합쳐 12가지이다.


언쟁을 일으키는 6종의 원인은 비구성품이 ▲분노하기 쉽고 원한을 가졌다 ▲위선적이고 악의적이다 ▲질투심이 강하고 이기적이다 ▲교활하고 정직하지 못하다 ▲나쁜 의도를 지니고 삿된 견해를 가졌다. ▲세속적이고 고집스럽고 버리기 어렵다. 이와 같은 성품을 지닌 비구는 불법승을 존경하지도 따르지도 않고, 승가의 논쟁을 발행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불이익과 괴로움을 초래한다.

 

언쟁의 해결방법

언쟁의 해결방법으로는 현전비니(現前毘尼)와 다인어(多人語)라는 두가지 멸쟁법을 거론한다. 현전비니의 구체적인 내용은 승가, 법, 율, 사람 등 4가지 원칙을 말하며, 현전한다고 하는 것은 눈앞에 존재한다는 것이므로 이 4가지 원칙에 근거해 쟁사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승가현전이란, 화합승가에 의해 쟁사와 관련된 갈마가 실행 되어야 함을 의미하며, 법현전과 율현전이란 붓다가 설한 법과 율에 근거하여 쟁사가 해결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인현전은 쟁사를 일으킨 당사자들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갈마나 그 판정 결과가 무효임을 보여준다.


비구들 사이에 끝없는 논쟁이 오고가 도저히 수습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 단사인(斷事人)제도로서 해결한다. 단사인 제도란, 일종의 위원회 형식으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들을 선발해 이들에게 쟁사해결을 위임하는 것이다. 이 단사인제도가 인도불교 역사상 실제로 사용된 대표적인 예가 제2결집이다.

 

행주인의 자격요건과 그 역할
빨리율 멸쟁건도에 의하면 5가지 조건을 갖춘 자가 행주인으로 선발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첫 번째, 의도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자 둘째, 성냄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자 셋째, 어리석음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자 넷째, 두려움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자 다섯째, 투표를 해야 할 때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할 줄 아는 자 등이다.


결국, 행주인이 갖추어야 할 다섯가지 조건은 자신의 어리석은 감정이나 외부압력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올바른 판단력으로 대중을 여법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갖춘 자를 말한다.

 

다인어 실행 10가지 조건

빨리율 멸쟁건도에서는 다인어를 실행해서는 안 되는 10가지 경우를 제시하고 있다. 행주인은 쟁사의 내용과 승가의 상황 등을 잘 파악해 이 10가지 경우 중 하나라도 해당사항이 있으면 행주를 실행해서는 안 된다.


첫째, 분쟁이 사소한 경우 둘째, 가야 할 곳과 가지 않았을 경우 셋째, 자타 모두 기억하고, 기억되고 있지 않을 경우 넷째, 비법설자가 더 많다는 것을 알 경우 다섯째, 필시 비법자가 많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경우 여섯째, 승가가 분열할 것이라는 것을 알 경우 일곱째, 필시 승가는 분열될 것이다 라고 생각이 있을 경우 여덟째, 비법으로 취할 경우 아홉째, 별중(別衆)으로 취할 경우 열 번째, 견해대로 취하지 않을 경우 등이다.


이 10가지 기준 가운데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그리고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이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기준으로부터 다인어의 실행의도와 행주인의 역할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인어의 실행목적은 오로지 ‘여법설자의 승리’에 있으며, 행주인은 이 목적을 위해 행주를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여섯 번째 와 일곱 번째로부터 승가분열, 즉 파승(破僧)에 대한 우려를 엿볼 수 있다.

 

승가의 절대선(絶對善)

승가에는 모든 구성원들이 따라해야 할 절대선이 존재한다. 바로 승가의 화합과 붓다의 법과 율에 근거한 여법이다. 여법하게 화합승가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승가구성원들이 지향해야 할 최상의 선인 것이다. 멸쟁법은 바로 이러한 목적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멸쟁의 원어인 ‘아디까라나 사마타’ 즉 ‘쟁사(아디까리나)를 가라 앉힌다’ 라는 표현이 말해주듯이 승가의 쟁사는 해결이 아닌 가라 앉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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