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일 | 2006/10/23 11:49

정천스님의 법구가 안치된 연화대에 법전스님을 비롯한 원로, 중진스님들이 거화를 하고 있다.

다비식장에 뜬 햇무리보며 사부대중 환희
정천대종사 영결·다비식 지난 19일 엄수

지난 15일 원적에 든 청담스님의 맏상좌이자 구도자였던 휴암당 정천대종사가 사바의 인연을 끊고 열반의 길에 올랐다.

조계종종정 법전스님이 영결 법어를 설하고 있다.

경남 고성 문수암에는 지난 19일 휴암당 정천대종사의 원적을 기리는 영결·다비식이 엄수됐다.

11시 명종 5타로 시작된 이날 영결식에는 조계종종정 법전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원 진제·총무원장 지관·교육원장 청화·도선사 주지 혜자·군종교구장 일면스님·중앙신도회 손안식 부회장·김영철 고성부군수 등 사부대중 1천 5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영결식은 영결 법요·헌다 헌향·행장소개·추도 입정·영결사·법어·추도사·조사·조가·분향 및 헌화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영결식에서 원로의원 진제스님은 영결사를 통해 “정천대종사는 평생을 한국 선불교의 선양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며 “아직 제도해야할 중생들이 지천이니 대자비심으로 그저 화장찰해에 잠시 머물다 원생으로 우리 곁으로 다시 오라”고 말했다.

조계종종정 법전스님은 법어에서 “백천간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법신을 이뤘으니 어찌 종사의 본분상에 생몰이 있겠는가”라며 “견문각지를 거둬 진용은 적막하지만, 본지풍광은 눈앞에 역역하다”라고 말했다.

조계종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추도사에서 “스님께서는 항상 잠들기 전이나 일어나기 전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출가 당시 초발심을 생각해보라고 출가자의 바람직한 모습을 강조해 왔다”며 “스님이 당부한대로 종단의 사부대중이 앞장서서 ‘인과의 법을 믿고 열심히 정진하는’수행 풍토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지관스님은 “스님은 너무 오래 열반에 계시지 말고 하루 속히 이땅에 나투어 민족과 한국불교를 보살피길 바란다”고 추도했다.

정찬스님의 법구가 다비식장으로 이운되고 있다.

영결식에 이어 흰 국화꽃으로 장식된 스님의 영정과 위패·법구가 오색의 만장들을 앞세우고 다비식장으로 향했다. 다비식장에는 국화만큼 하얀 연화대가 스님의 열반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스님의 법구를 연화대에 안치하고 거화의식을 진행려는 순간, 하늘에는 상서로운 햇무리가 나타났다.

“하늘에 햇무리가 떴다. 스님의 열반에 하늘도 감화했다.”

참가한 사부대중들은 푸른 가을하늘에 나타난 햇무리를 보며 환희심에 젖어들었다. 잠시 후 “스님 불 들어갑니다”라는 외침소리와 함께 법전·지관스님 등이 연화대에 불을 당겼다.

연기가 피여 오르며 하얀 연꽃종이들이 타들어 갔다. 이내 연화대에 불길을 잡기 위해 물이 뿌려졌다. 스님의 법구를 태운 불길은 연기로 변해 문수암 산등성이를 올랐다.

“마음을 잘 써서 보살행을 해야 복을 받는기라.”
경남 고성 문수암=신중일 기자

거화 직후 다비식장 전경. 하얀 연기로 화한 정천스님의 법구가 수태산 산등성이로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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