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응오 | 2007/02/16 14:18

석구스님 원력 군법당 건립… 5탄약창 불자의 쉼터

군포교의 사각지대였던 충북 제천 군수기지사령부 산하 제5탄약창에 군법당 ‘호명사’를 건립하고 7년째 불자 장병들에게 감로법문을 전하고 있는 스님이 있다. 정방사 주지 석구스님이 그 주인공. 이에 본지는 설을 맞아 석구스님의 군법당 ‘호명사’ 법회 현장을 소개한다.〈편집자주〉

군수기지사령부 산하 제5탄약창 군법당 ‘호명사’는 지난 2001년 11월 24일 준공됐다. 호명사의 준공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정방사 주지 석구스님이다.

석구스님은 제천불교연합회장을 맡으면서 군포교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제5탄약창 내 군법당을 건립해야겠다는 원을 세웠다. 제5탄약창은 연대급 부대임에도 불구하고 창고를 법당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석구스님은 개탄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석구스님이 호명사를 찾은 군인들에게 법문을 하고 있다.

스님은 부대 내에 변변한 군법당이 없어 신행은 고사하고 이웃종교로 개종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전해들었다. 게다가 제5탄약창은 군수기지사령부가 부산에 있고, 인근부대인 37사단의 소속이 아니므로 군포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보다 못한 석구스님은 군법당 건립에 팔을 걷고 나섰다.

스님은 조계종포교원·법주사·천태종 구인사 등에 지원을 요청해 건립 모금을 조성하고, 제천불교연합회·단양불교연합회·제천불교어머니연합회 지역불교단체의 도움을 받아 호명사를 건립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개인의 원력으로는 힘이 부칠 불사를 시절인연의 도움을 얻어 여법하게 회향할 수 있었다.

다행이 당시 탄약창장이었던 김종수 대령은 독실한 불자여서 법당건립에 적극 협조했던 것이다. 김 대령은 불사를 원만히 회향할 수 있도록 공사현장에 불자장병의 손길을 보태줬다. 석구스님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김종수 대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많은 불자 장교와 장병들이 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가 취임식 자리에 참석해야 불자의 입지가 바로 설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지요. 전임 탄약창장이 개신교 신자여서 불자들이 많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취임식에 참석해 탄약창장에게 ‘불교장병들을 위해 많이 힘 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에 김종수 탄약창장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김 탄약창장의 도움이 호명사 건립에 큰 힘이 돼 줬습니다.”

호명사를 건립한 후 석구스님은 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주 일요일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물론 정방사 주지를 맡고 있는 스님의 입장에서는 일요일 오전 시간을 뺀다는 게 무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매주 법회에 참석하는 불자장병 1백여 명의 모습을 보면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법회 후 장병들에게 나눠지는 초코파이 등 위문품들도 대부분 석구스님이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가 호명사를 찾은 지난 2월 11일에도 석구스님의 법회는 봉행됐다. 석구스님의 일행이 탄 승합차가 부대 정문을 지나자 위병들의 얼굴이 봄꽃처럼 화사해졌다. 제5탄약창에서 석구스님의 인식이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호명사 앞에 차를 댄 후 스님은 군법당이 건립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고된 만큼 보람도 컸던지 스님은 만면의 미소를 띠었다.

이날 법회는 삼귀의·찬불가·반야심경·발원·입정·청법가·설법·정근·축원·보현행원·사홍서원·산회가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석구스님은 설을 앞둔 시점을 감안해 ‘복(福)’에 대한 법문을 설했다.

석구스님은 “새해에는 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말을 하는데, 복이란 것은 어디에서 생겨나느냐?”고 불자장병들에게 물은 뒤 “복이란 남에게 베풀 때 돌아오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군수사령부 제5탄약창 군법당 '호명사'의 전경.

스님은 “복은 사람마다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 이생에 복은 많은 이는 전생에 복을 많이 지은 것이다. 복은 인과의 법칙에 의해 받는 것이므로, 받는 게 아니라 닦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대개 22세이거나 23세일 것이다. 여러분들은 한참 복을 닦을 때이다. 복력이 부족하다면 많이 베풀어라. 눈사람을 만들 듯 조금씩 공덕을 쌓아야한다. 그러면 40대가 돼서 베푼 만큼 복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베풀 것인가? 재물보시만 보시가 아니다. 마음 보시도 보시오, 말(言) 보시도 보시다. 부드러운 말 한 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사위에 아름다운 향기를 가득하게 하는 법이다. 현재 복이 있는 이는 겸손해야 한다. 복이 있다고 자만하면 태어날 때 지닌 복이 탕진하고 업보만 남게 된다. 새해에는 복을 많이 지어라.”라고 설했다.
스님은 또 “새해 설날에는 꼭 부모님께 전화해 근황을 묻고 새해인사를 올리라”고 당부했다.

스님의 설법 내내 불자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스님을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국방의 의무를 지키느라 인생의 황금기인 청춘의 2년을 고스란히 나라에 바쳐야 하는 불자들에게 스님의 설법은 봄 햇볕처럼 따스할 것이다.
충북 제천= 유응오 기자

석구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제천 정방사 전경.

“하늘은 되려 밑으로 돌아가고 스님은 불국토에서 욕심없네”

의상스님 원력으로 창건한 관음도량
풍광 수려한 제천 정방사

제천 정방사의 최고 자랑은 뭐니뭐니해도 멀리 호수와 월악산이 훤히 보이는 풍광과 자비심 가득한 주지 석구스님이다.

정방사는 662년(신라 문무왕 2)에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됐다. 법주사의 말사로 《동국여지승람》에는 산방사로 소개돼 있으며, 의상이 도를 얻은 후 절을 짓기 위해 지팡이를 던지자 이곳에 날아가 꽂혀서 절을 세웠다는 전설이 있다.

사전(寺傳)에 1825년 지금의 불당을 보수했다는 기록도 있으며, 경내에는 법당과 요사채 등이 있다. 1825년에 세워진 법당은 12칸, 요사채는 5칸 규모의 목조 기와집으로 구성돼 있다. 현혜문은 1칸 규모의 목조문이다. 법당 안에는 주존불인 높이 60cm, 어깨 너비 30cm의 관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법당 뒤에는 의상대라는 웅장한 암벽이 있다.

정방사는 수려한 풍광만이 아니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라는 유구한 역사도 큰 자랑거리이다.

해발고도 1천16m의 금수산 자락 신선봉 능선에 있는 정방사는 깎아지른 기암절벽 아래 서 있다. 절 아래로도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흘러내리듯 펼쳐져 있다. 정방사에서 보면 호수가 작은 연못처럼 보인다. 기막힌 풍광을 지니고 있다보니 일출과 일몰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한다.

정방사의 법당에는 석정 안종원의 글이 적혀있다.

高無高天還返底(고무고천환반저) 淡無淡水深還黑(담무담수심환흑)
僧居佛地小無慾(승거불지소무욕) 客入仙源老不悲(객입선원노불비)

높음이 하늘보다 높은 것 없으나 도리어 밑으로 돌아가고
맑음이 물보다 맑은 것 없으나 깊음이 도리어 검다.
스님은 불국정토에 있으니 별 욕심이 없고
사람이 선원에 들어가니 늙음이 또한 슬프지 않더라.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게 있는 모양이다. 글 속의 스님이 석구스님인 것만 같다. 정방사 공양주 보살은 “스님은 과일을 사다가 관람객들에게 나눠주며 공양 때가 되면 누구에게나 더운 밥 한 그릇을 내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 “보살님 일만 느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공양주보살은 “자비심 가득한 스님과 살다보니 일이 아니라 공덕으로 느껴진다”고 미소를 짓는다.

정방사의 또 하나의 자랑은 해우소이다. 산야가 훤히 보이는 창문을 보고 있으려면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해우소에 걸린 고은 시인의 ‘삶’도 눈길을 끈다. 시를 따라 읽다보면 저절로 머리가 조아리게 된다. 그래, 삶이란 다만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가는 것일 뿐이려니.
유응오 기자 arche@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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