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건 | 2008/05/09 11:53

255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의 삼천리 방방곡곡이 불국토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본지는 최남북단 포교현장인 마라도 기원정사와 백령도 몽은사를 찾아봤다. 두 사찰은 포교 불모지에서 불법의 씨를 뿌릴 뿐만 아니라 남북통일을 간절히 염원하는 도량이어서 의미가 깊다. 〈편집자 주〉

서해 최북단에서 남북통일 염원하는 해수관세음보살

지명스님, 불교 불모지 백령도에 ‘효행도량’ 창건

효녀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져 연꽃으로 승화한 곳, 그리고 불과 10여㎞ 거리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남북한 군인들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서부전선 최전방. 그 곳이 바로 분단된 대한민국의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이다.

현재 백령도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해 있지만, 날씨가 좋으면 섬을 에워싸듯 길게 늘어서 있는 장산반도를 육안으로도 선명히 볼 수 있을 만큼 북녘 땅과 가깝다.

따라서 북측 지역에서는 다리를 놓아도 될 만큼 가까운 백령도를 남측에서 가려면 섬에서 2백여㎞나 떨어진 인천연안부두에서 시속 70㎞ 이상 된다는 쾌속선을 타고도 4~5시간을 파도에 시달려야 한다. 이렇듯 분단이라는 현 상황으로 인해 오지 아닌 오지로 남아, 항상 군사적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 백령도이다.

백령도는 대한민국 해병대 6여단 장병들이 지키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지만 ‘효녀 심청이’ 설화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지역이다.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을 바쳤다는 설화상의 몽운사와 중국 상인들에 의해 떠밀려 몸을 던진 인당수도 바로 백령도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실제로 백령도에는 사찰터와 불교유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91년부터 10년간 군사보호구역의 문화유적을 조사한 결과 백령도에서 ‘연화리사지’가 발견되기도 했으며, 동국대학교 발굴 팀에 의해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호신불이 발굴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령도에는 기독교 성지인 중화동 교회를 비롯해 13개 이상의 교회가 들어서 있으며, 3천여명 정도 되는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기독교 신자이다. 반면 지난 2005년까지 군법당인 흑룡사를 제외하고는 단 한 곳의 사찰도 건립되지 않은 불교의 불모지이다.

교통이 불편하고 인구도 적으며 불교적 환경 또한 척박한 백령도에 현재 몽은사 주지 지명스님은 지난 2005년 4월 백령면 진촌리 외곽에 높이 9m, 무게 25톤 규모의 해수관세음보살상을 세우고 ‘효행의집 연화정사’을 건립했다.

“옛 사찰터에 교회가 들어서 있고 얼마 되지도 않는 불교유적지 마저 저수지로 변한 백령도의 불교 현실과 기독교적 정서로 인해 ‘심청이 설화’ 자체를 부정하는 일부 주민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심청이의 효문화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백령도에 사찰을 짓기로 결심했습니다”

심청이 설화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현재 연화정사에서 몽은사로 절 이름을 바꾼 지명스님은 사찰 건립 동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백령도 제1호 가람인 몽은사가 백령도에 첫 발을 디디기까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해야 했다. 무엇보다 절대 다수가 기독교 신자인 현지 주민들의 반대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에 대해 스님은 “백령도에 사찰을 세운다고 하자 교회를 비롯해 섬 주민 전체가 나서 ‘사찰 건립 반대’ 현수막을 수십 개 설치하고 사찰 건립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도 전개하는 등 반대가 무척 심해 연화리 주택가에 건립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진촌리 외곽 변두리에 작은 가건물을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술회했다.

스님 말에 따르면, 해수관음상을 세우고 연화정사 창건 법회를 봉행할 때 당시 백령도 지역 교회에서는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백령도로 들어오는 불자들을 태운 배가 기상악화로 출항하지 못하도록 날씨가 나빠지기를 기원하는 100일 기도까지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단 한 칸의 가건물로 시작한 몽은사는 현재 80여평 규모의 임시 법당과 작은 범종을 갖춘 사찰로 발전했으며, 현지 신도 수도 30여명 정도로 늘어났다.

이제 몽은사는 오는 2011년을 목표로 해수관세음보살상 앞에 심청이의 효심을 기리고 평화통일을 기원하기 위한 관음ㆍ지장 삼천불전과 범종 불사를 추진하고 있다.

“효 사상은 남ㆍ북간의 이념을 초월해 부모 자식간에 반드시 지켜야 할 도덕적 개념입니다. 또한 백령도 지역은 아직까지 군사적 긴장감이 팽배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백령도의 문화적ㆍ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효 문화와 평화통일운동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수행도량으로 몽운사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지명스님은 불사가 완공된 후 몽운사의 발전 계획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또한 스님은 아직도 전쟁의 상흔이 모두 지워지지 않은 백령도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기 위한 기도도 꾸준히 올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스님은 “백령도는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격전지였던 만큼 지장재일 천도재 만큼은 반드시 백령도에서 지내 전쟁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무주고혼의 한을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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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전, 백령도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 것”

발우전시회 개최한 몽운사 주지 지 명스님

“백령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천연비행장인 사곶 해수욕장을 비롯해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소금강이라 불리는 두무진, 콩 만한 돌들이 널려있는 콩돌해안 등 뛰어난 관광자원과 때 묻지 않은 청정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독자적으로 내세울 만한 문화적 요소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몽운사의 발우전시관에서 국내외 고승들의 발우를 전시해 불교의 수행문화를 백령도의 대표적 문화 영역으로 개척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16일까지 한달간 경희궁 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세상을 담는 그릇, 발우전’을 개최한 바 있는 백령도 몽운사 주지 지명스님은 발우전을 통해 백령도에 불교문화를 전파하고 지역 문화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스님의 발우전은 서울에서 국내외 고승들의 발우 1백여점을 전시해 불교계 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의 관심과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의 전시를 끝마치고 통도사로 장소를 옮겨 전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백령면 측에서도 스님의 발우전과 몽운사 발우전시관을 백령도의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우전과 함께 몽운사에서 개최하고 있는 ‘심청 효 평화 축제’도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문화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대해 스님은 “백령도가 심청이 설화의 무대라는 문화적 특성과 대한민국 최북단에서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는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린 ‘심청 효 평화 축제’를 백령도의 대표적 문화행사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발우전시와 함께 발우공양의식도 진행해 불법이 널리 전파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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