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건 | 2008/05/25 17:41

큰 바위와 어우러진 가장 높은 암자

깊을 (深)자와 계곡 (谷)자가 합쳐진 이름 심곡암, 그 곳은 말 그대로 ‘깊은 계곡에 자리잡은 암자’였다. 하지만 심곡암은 ‘깊다’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게 서울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석불선양회(회장 이귀인) 회원들이 매달 둘째주 일요일 모여서 출발하는 장소인 동대문 이스턴 호텔 앞에서 차로 10여분 가량 달리면 심곡암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성북구 정릉 북한산 매표소에 도착하게 된다. 매표소에서 등산로를 따라 15분 가량 걸어 올라가면 북한산 형제봉 아래 제1사찰 심곡암(주지 원경)을 만나게 된다.

지난 18일 30여명의 석불선양회 회원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심곡암을 찾았다. 가는 길은 경사가 급한 산길이었지만 봉고차 1대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닦여 있어 아침부터 내린 비로 인해 길바닥이 미끄러웠음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청학사와 왕녕사·대흥사·서광사 등 길 따라 늘어서 있는 사찰들을 지나 도착한 심곡암에서 회원들은 제일 먼저 수백년된 아름드리 굴참나무와 십여명의 사람들이 올라가도 될 만큼 넒은 너럭바위의 규모에 감탄했다.
매년 봄ㆍ가을 산꽃축제와 산사음악회가 열리는 이 너럭바위 앞은 일상생활에 지친 많은 불자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돌아가는 장소라고 한다.

‘숨은그림찾기’처럼 새겨진 석불ㆍ석탑

아기돌부처

또 다시 회원들의 눈길을 끈 것은 암자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석불과 석탑들이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회원들은 바위 틈과 계곡 아래에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석불들과 큰 바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져 있는 석탑들을 발견하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특히 심곡암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돌 계단 옆 바위 틈에 놓인 아기돌부처상과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얕은 계곡 암벽에 새겨진 관음상, 그리고 대웅전 옆 바위위에 날씬하게 쭉 뻗은 석탑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석불선양회 이귀인 회장은 이 석불ㆍ석탑들 모두 석조작가 오채현씨가 조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오채현 씨는 지난 2007년 강남 봉은사에서 석불조각전을 개최한 바 있는 유명한 조각가라 한다.
사찰 경내를 돌아본 후 회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대웅전에 올라 잘생긴 석가모니 불상을 친견한 후 득남불공 기도처로 유명한 관음굴로 향했다.

산꽃축제가 유명한 암자답게 관음굴로 올라가는 길 주변에는 화사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물개바위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 속에 만들어진 관음굴에서는 심곡암 신도들이 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기도를 올리고 있었으며, 그 앞에는 무슨 소원이라도 다 들어줄 것 같은 관음보살상이 어머니 같은 인자한 표정으로 앉자 있었다.

관음굴을 둘러본 후 회원들은 대웅전에서 심곡암 주지 원경스님의 집전으로 사시예불을 올렸다. 예불이 끝난 후 이어진 법문에서 원경스님은 심곡암과 북한산의 풍수지리적인 설명과 함께 관음굴의 내력에 대해 설명했다.

관음상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조선시대 말부터 득남기도처로 이름이 알려진 관음굴은 두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위치해 있어 마치 형제같은 모습을 한 형제봉의 기운을 받아 그런지 자식 낳기를 기원하면 쌍둥이가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관음굴에 대한 설명에 이어 스님은 “풍수지리사상은 우리 인간도 자연에 일부라는 동양적 가치관에 기초를 둔 고대의 자연 과학 사상임에도 불구하고 서양과학이 들어오면서 미신 취급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며 “풍수적으로 받을 때 북한산은 서울의 주산 역할을 하는 최고의 명산으로 밥으로 비유하자면 ‘잘 익은 밥’에 해당되며, 형제봉 가슴 부분에 위치한 심곡암은 예사롭지 않은 신성한 터로 풍진 세상과 가까우면서도 부처님 품 같이 깊은 자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비 속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오후 들면서 더욱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스님의 예불과 법문이 끝난 후 회원들은 대웅전에 모여앉아 봄 비 소리를 들으며 석불선양회 자체예불 및 법회를 봉행했다. 반야심경 독송에 이어 긴 분량의 금강경을 외우기 시작하면서 회원들의 표정은 점차 진지해 지기 시작했다.

마음의 때를 벗겨내고 온 세상이 극락정토가 되길 바란다는 일념으로 간절히 부처님 법을 찾는 회원들의 표정을 통해 어떤 비장함마저 엿볼 수 있었다. 마침 쏟아지는 비 소리와 쌀쌀한 바람이 의식의 엄숙함을 더해 주었다.

긴 독송이 끝난 후 이귀인 회장은 “불교에는 수없이 많은 경전이 있지만 부처님의 말씀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금강경만 제대로 익힌다면 불교의 정수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석불선양회 암자기행은 부처님의 참 뜻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니 만큼 법회와 독송의식이 다소 지루하고 힘들더라도 열심히 따라와 주길 바란다”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아직은 차갑게 느껴지는 봄 비를 맞으며 진행된 제94회 암자기행을 마친 후 회원들은 다음 기행지인 서울 수락산 내원암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이후건 기자 sa98@jubul.co.kr

심곡암 주지 원경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는 석불선양회 회원들

심곡암 좌선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있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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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선양회 다음 순례지

서울 수락산 내원암
1. 일시 : 6월 15일 아침 7:00시 출발
2. 장소 : 동대문호텔 앞
3. 동참금 : 20,000원
4. 신청기한
5월 19일~6월 13일까지
5. 개인지참물
공양미 1봉투 / 운동화 / 간소복 또는 등산복
6. 동참 및 문의
010-3267-7945 이귀인 회장
국민 933901-01-093085 석불선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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