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 | 2008/11/01 12:08

총장해임권 가처분 판결 해결 실마리

서불대 학생 10명이 서울 중앙정부청사에서 조계사까지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 재단이사회와 학생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총장 해임 철회와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며 등록금을 학생회측에 대납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학생 35명이 결국 무더기로 제적됐다.

학교측은 10월 20일 학생회측에 등록금을 대납한 46명 중 학교측 요구를 받아드린 11명의 학생을 제외한 35명을 제적 처분했다. 이밖에도 학교 측은 제적된 학생회장을 학내 출입금지 시키고 용역을 고용하는 등 더욱 강경한 자세로 학생회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학생회 임원을 비롯해 제적 학생 등은 10월 28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습권 보장과 제적 학생의 신분 복권을 요구하며 재단 이사회와 학생 들 간 갈등을 비유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후 조계사까지 오체투지를 결행했다.

학생회 측 대변을 맡고 있는 김이수 씨는 “제적통보 대상자 이외에 일반 학생들의 경우에도 대자보게시나 공간사용을 할 때 학교 측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이렇 듯 학습권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김씨는 또 “학교측은 학생들이 교수의 사주를 받고 학교를 전복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서불대를 사랑하고 서불대가 안정을 찾기를 원하고 있다”며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돼 조속히 학교가 정상화 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조계종 호법부가 중재의 뜻을 내비쳤다.
종단 산하 종립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렵지만 서불대가 불교계 사학인 점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게 호법부의 입장이다.

호법국장 경우스님은 “서불대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 종단의 명예가 실추되고 불교계의 위상이 추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 뻔하다”며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법부가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 학생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현 재단 이사장 지욱 스님의 경우 종단의 여당 주요 교역직 스님들과의 친분을 과시해 온 점을 감안했을 때 학생 측 보다는 재단 이사회 쪽 입장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법원의 결정에 따른 사태 진전을 관망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1월 중순쯤 황윤식 전 총장 해임 무효 소송과 학생지위보존 가처분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면 서불대 사태의 향배는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승소하면 가처분 결과에 따라 총장해임과 직위해제는 무효가 되고 이사회에서 재 직위해제한 부분도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학생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정태상 변호사는 “현 총장직무대행은 교학처장 직의 명을 받은 후 총장 부재에 따라 총장의 직을 대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서불대의 경우 총장이 부재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교학처장이나 총장대행 명의로 제적 처분을 했을 경우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학생회 측은 “제적 학생들도 승소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학사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한 뒤 “학교에서 등록금을 내겠다고 한 학생들에게 계좌를 열어주지 않아 법원에 등록금을 공탁한 35명은 결코 제적 학생이 아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최승현 기자 trollss@jubul.co.kr

Copyright ⓒ 주간불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