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의 삼밀수행법

법경 정사(총지종 밀교연구소장/ 철학박사)

인도불교의 역사 가운데 가장 마지막 시기에 성립된 불교가 밀교입니다. 그래서 밀교는 초기불교와 부파부교, 특히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모두 포함하여 새롭게 탄생한 불교라고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밀교를 최상승의 불교라고 일컫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힌두교의 신들도 습합되어 있어 가히 인도종교의 종합이라고도 불릴 만합니다. 힌두교의 여러 신들이 불교 속에 유입되면서 다양한 불보살과 존상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태장계만다라에는 414존(尊)이 등장하였고, 금강계만다라에는 1,461존의 존상이 그려졌습니다. 비로자나부처님의 공능(功能)을 각각의 불보살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즉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수많은 불보살과 명왕, 천왕 들이 순서로 배열되어 상하의 수직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탕 위에 밀교는 다양한 수행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고 근본이 되는 수행이 삼밀수행입니다. 삼밀수행(三密修行)이란 신밀(身密)․구밀(口密)․의밀(意密)의 삼밀을 통하여 중생이 부처를 이루는 수행입니다.

그 가운데 신밀은 중생이 자신의 몸으로 부처님과 같은 모습을 취하여 부처와 하나를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신밀은 앉는 자세와 손의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됩니다. 불교에서 앉는 자세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가부좌와 반가부좌입니다.

가부좌는 오른 발을 왼쪽 허벅지 위에 얹은 다음에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 위에 올리는 것입니다. 이 가부좌는 석존께서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들 때 취했던 자세입니다. 그래서 여래좌(如來坐) 또는 불좌(佛坐)라고 부릅니다. 이는 요가수행의 기본자세이기도 합니다.

반가부좌는 가부좌에서 변형된 것으로, 좌우의 발 가운데 한 발을 다른 쪽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는 것을 말합니다. 어느 쪽의 발이 먼저 올라가도 상관이 없습니다. 또한 발을 번갈아 가며 올려도 무방합니다. 이 반가부좌를 중국의 요나라 도진 선사는 금강정좌(金剛正坐)라고 불렀습니다. 금강같이 바르게 앉는 자세를 말합니다. 이 자세로 좌선의 수행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금강은 원래 인도 고대에 무기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불교에 수용되면서 굳세고 강하여 쉽게 깨뜨려지지 않는 깊은 신심(信心)과 행법(行法)을 뜻하는 말로 변용되었습니다. 그래서 밀교에서는 금강이라는 용어가 매우 빈번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불보살과 천왕, 명왕 등의 명호에는 반드시 금강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또한 밀교의 수행과 행법의 명칭에도 금강이란 말이 붙으며, 밀교경전의 이름에도 금강이란 말이 쓰이고 있습니다.

앉는 자세 다음으로 신밀에서는 손의 모양이 중요합니다. 이를 수인(手印)이라고 하는데, 모든 불보살은 반드시 그에 맞는 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불보살 각각의 공능(功能)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손 모양에는 수인 외에도 인계(印契)․계인(契印)․결인(結印)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인계(印契)는 수인(手印)과 계인(契印)을 모두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며, 그 가운데 수인은 손에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고 오로지 맨손으로만 있는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불상들이 수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 수인을 결인(結印)이라고도 말합니다. 수인과 결인은 용어는 달라도 맨손으로 손모양을 한다는 점에서 같은 말입니다. 특히 밀교의 대표적인 수인으로 금강합장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합장과는 다른데, 양 손바닥과 열 손가락을 서로 맞대는 것을 연화합장이라 하고, 밀교의 금강합장은 양손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서로 엇갈리게 교차하는 것을 말합니다. 굉장히 튼튼하고 견고한 모양의 합장입니다. 좀처럼 빠지지 않는 합장입니다. 깊고 굳건한 신심을 나타냅니다.

이와 반대로 계인(契印)은 불보살이 손에 물건을 쥐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관세음보살은 연꽃을 들고 있고, 약사여래는 약병을 쥐고 있는데 이러한 손모양이 계인입니다. 이때 불보살이 쥐고 있는 물건을 가리켜 지물(持物)이라고 합니다. 사찰을 참배할 때 불보살의 손 모양과 지물을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밀교에서 인계(印契)를 맺는 까닭은 중생의 신밀을 통해 부처의 신밀에 계합하는 데 있습니다. 마음을 한 곳에 머물게 하여 삼마지를 이루려는 데 있습니다.

다음호에서 구밀(口密)과 의밀(意密)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