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임제선원 법현스님의 ‘간화선 찬송’

“화두공부는 본래 병 없는 마음 깨닫는 것
 간화선 속에 ‘지관’ ‘계정혜’ 모두 들어 있어”

지난 2월 25일 전북 남원의 지리산 기슭 실상사에서는 ‘간화선과 위파사나, 무엇이 같고 다른가’라는 주제로 간화선과 위파사나를 비교하는 토론회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한국불교의 전통으로 인식됐던 간화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한국불교가 간화선의 전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의 자리였다.
이런 일련의 문제는 ‘간화선 수행만이 해탈에 이르는 길인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수십 년을 화두참구에 매달려보지만 여전히 진전이 없는 공부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공부방법이 간화선 수행에 장애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에 비해 위파사나는 초기 진전이 빠른 것으로 정평이 나있어 간화선과는 대조를 이룬다. 최근 재가자들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위파사나의 열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간화선과 위파사나 중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고 결정짓는 것은 대단히 난해한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본지에 임제선원 법현스님이 간화선에 대한 견해를 보내왔다. 이에 본지는 법현스님의 기고문을 전문 게재한다. 이와 뜻을 달리하는 의견이 있으면 본지에 기고해 주시길 기대한다. 〈편집자〉

#看話禪 讚頌序 (간화선 찬송서)

근래 조계종단의 일우(一隅)에서 소승근기의 납자들이 매스컴을 통해 불조정전(佛祖正傳)의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을 정면으로 비방하는 일이 있어 몇 수의 간화선 찬송(看話禪 讚頌)을 써서 올바른 공부길로 모두 함께 나가는데 일조를 한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들은 근본불교는 부처님께서 입멸후 초기경전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되 거기에는 조사선에서 주장하는 화두 참구법이 없으니 이는 부처님의 정통사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선에서 볼 때는 근본불교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청정한 마음에서 찾아야 가장 올바른 것이므로 견성성불(見性成佛)과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을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불교의 시작도 부처님 마음자리요, 불교의 궁극적 목적도 부처님 마음자리를 증득하는데 있는 것이나, 중생들의 근기가 자기의 본래 청정한 마음자리를 믿지 못하고서 스스로 미혹된 마음을 일으키고 경계에 집착하여 병을 일으키니 부처님께서 아공법유(我空法有) 도리로서 단혹수증(斷惑修證)의 차제법문을 부득이 방편으로 설하시게 된 것이다.
오늘날 소승의 지관(止觀) 수행법이 다 여기에 속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기 본래 마음자리는 부처님의 깨달은 마음자리와 조금도 차이가 없이 지극히 청정원만한 마음임을 굳게 믿는다면 거기에는 일체 번뇌와 일체 경계가 밝은 거울 위에 비치는 영상(影像)과 같아서 끊고 닦아서 증득하고자 하면 망녕된 가운데서도 크게 망령된 일인 것이니, 다만 육조 스님께서 설하신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하처야진애(何處惹塵埃)의 자성심지(自性心地)를 깨달으면 되는 것이다. 이 법문 아래서 바로 계합하면 자성을 보는 것이나 그렇지 못하면 조사의 화두를 들고서 자성심지의 본래 무일물 자리에 가면 화두 의심이 타파되어 견성정각을 이루는 것이 조사선의 정통 수행법인 화두공부의 핵심이요, 요령인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여 화두공부는 본래 병이 없는 마음을 깨닫자는 공부요, 소승지관법은 본래 없는 병을 있다고 마음을 내어서 그 병을 끊어 다스리고자 하는 수행인 것이니 영원히 부처님의 깨달으신 마음자리와는 어긋나고 마는 것임을 조사스님들께서 여출일구로 경계하신 것이다.
어찌 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위 없는 대도의 마음 즉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증득한 선종의 견성(見性)을 지칭하여 무아(無我)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힌두교의 아트만과 같다고 주장하는가? 반야심경에서 설하심과 같이 멀리 그러한 전도된 잠꼬대를 떠나서 구경에 대열반을 증득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아직 마음눈을 뜨지 못한 학인이 공부길을 간택하려면 눈밝은 선지식을 찾아 지도 받을 것이요 함부로 분별망식으로 헤아려서 정과 사를 구분하고자 하면 비록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이라 하더라도 마설이 되어 버리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미래세가 다하도록 최상승 조사선의 올바른 공부길에서 퇴전하지 않고 모두 함께 위 없는 정법을 성취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간화선 찬송을 썼으나, 오히려 불조의 증득하신 자성심지의 본분상에서는 눈속에 모래를 뿌리는 격으로 구안납자(俱眼衲子)의 조소를 면치 못할 것이니 차라리 조용히 입다물고 남은 봄을 지남만 같지 못할 것이다.

1.幸入禪門度幾年(행입선문도기년)
다행히 참선 문중에 들어와서 몇해를 보냈던고?
不動八風但擧無(부동팔풍단거무)
팔풍에 움직이지 않고 다만 무자 들지어다
身心脫落契虛空(신심탈락계허공)
몸과 마음 다 떨어져서 허공에 계합하면
死中得活在一句(사중득활재일구)
죽은 가운데서 삶을 얻음이 이 한 말씀에 있도다.
※ 平聲虞字韻 : 無·句(평성우자운 : 무·구)

2. 疑團惺惺但看來(의단성성단간래)
의심덩어리 성성하게 다만 살펴보노라면
絲毫妄心紅爐雪(사호망심홍로설)
털끝같은 망령된 마음 붉은 화로 눈송이라
一陳霜楓吹去時(일진상풍취거시)
한바탕 서릿바람 불고 가는 시절이면
梧桐落葉菊花裂(오동낙엽국화열)
오동나무 잎이지고 국화꽃은 피우도다
※ 平聲屑字韻 : 雪·裂(평성설자운 : 설·열)

3. 一箇無字殺活劍(일개무자살활검)
한 개의 무자는 죽이고 살리는 검이니
十方坐斷絶我人(시방좌단절아인)
시방의 차별을 앉아서 끊어버리고 나와 너도 끊어 버리도다
但提活句莫思量(단제활구막사량)
다만 할구를 들어 사량 분별하지 말면
頭頭物物是全身(두두물물시전신)
두두의 사물마다 이 온전한 몸이로다
※ 平聲眞字韻 : 人·身(평성진자운 : 인·신)

4. 看話禪門最尊貴(간화선문최존귀)
화두를 살피는 선문이 가장 존귀하나니
止觀定慧在其中(지관정혜재기중)
대·소승의 지관법과 교학의 계정혜가 그 가운데 다 있도다
一句了然思議前(일구요연사의전)
한 말씀은 분명하게 분별 사량하고 말하는 앞에 있으니
重敎輕心外魔同(중교경심외마동)
(사량 분별로 헤아리는)교설을 중히 여기고 (사량분별 이전의)마음을 가볍게 여기면 모두 외도와 천마로 더불어 같도다
※ 平聲東字韻 : 空·同(평성동자운 : 공·동)

5. 我空法有非眞空(아공법유비진공)
주관이 공하고 객관이 있으면 참으로 공한 것이 아니니
除境忘心總是病(제경망심총시병)
경계를 없애서 번뇌심을 잊으면 모두 이것은 병이로다
但見自性無一物(단결자성무일물)
다만 자기 마음 본성에는 한 물건도 없음을 본다면
藥病俱消眞如性(약병구소진여성)
약과 병 다 없어진 참으로의 마음이로다
* 去聲敬字韻 : 病·性(거성경자운 : 병·성)

6. 東天紅日開新年(동천홍일개신년)
동녘하늘 붉은 해가 새해를 여니
白髮無情催老行(백발무정최로행)
흰머리털 무정하게 늙어감을 재촉하네
君欲飜身死地出(군욕번신사지출)
그대 몸을 날려 죽을 땅을 벗어나고자 하면
話頭惺惺送餘生(화두성성송여생)
화두를 성성하게 남은 생을 보낼지로다
※ 平聲庚字韻: 行·生(평성경자문: 행·생)

7. 身如一葉片舟流(신여일엽편주류)
몸은 한잎파리 조각배로 흘러가서
生死六途苦海浮(생사육도고해부)
육도에서 나서 죽고 고해에서 떠다니네
迅速無常歲月移(신속무상세월이)
신속하게 덧없이 세월이 옮겨가니
回心當處悟心頭(회심당처오심두)
마음돌이키는 그 자리에서 마음 머리를 깨칠지로다
※ 平聲尤字韻 : 流·浮·頭(평성우자운 : 류·부·두)

8. 衆生心識如土龍(중생심식여토룡)
중생의 심의식은 지렁이와 같아서
片片暫時命扶支(편편잠시명부지)
조각조각 끊어져도 잠시 명은 부지하네
若得眞如體一心(약득진여체일심)
만약 진실하여 변함없는 일심의 체를 얻으면
十方總是全身知(시방총시전신지)
시방 세계가 이 온전한 몸임을 알지로다
※ 平聲支字韻 : 支·知(평성지자운 : 지·지)

9. 若人問我消息(약인문아개소식)
만약 누가 나에게 하나의 소식을 묻는다면
冬至日短夏日長(동지일다하일장)
동지날은 짧고 하지 날은 길다하리
佛祖大機大用處(불조대기대용처)
부처와 조사의 큰 기틀 크게 쓰는 곳은
泥團土塊放眞光(니단토괴방진광)
진흙덩이 흙덩이가 참 광명을 놓는다오
※ 平聲陽字韻 : 長·光(평성양자운: 장·광)

10. 曹溪正眼何處尋(조계정안하처심)
조계의 바른 안목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南方幸有好作家(남방행유호작가)
남방에 다행히 훌륭한 본분 작가 계시도다
驢邊滅立宗旨(할려변멸입종지)
눈먼 나귀 가에 멸해 버린 종지를 세우시고
碧巖室中險龍蛇(벽암실중험용사)
벽암록을 제창하여 용과 뱀을 시험하시도다
※ 平聲麻字韻 : 家·蛇(평성마자운 : 가·사)

11. 佛祖慧命若懸絲(불조혜명약현사)
불조의 지혜 명맥이 실낱처럼 달렸는데
宗師出世唱眞人(종사출세창진인)
종사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참사람을 제창하시도다
從此十方諸衆生(종차시방제중생)
이로부터 시방세계 모든 중생들이
眼橫鼻直本來身(안횡비직본래신)
눈은 옆으로 코는 곧게 내려온 본래의 몸이로다.
※ 平聲眞字韻 : 人·身(평성진자운 : 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