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특집 특별법문-부산 대각사 조실 경우스님

대립과 갈등 분열을 넘어 상생의 길로…
-계미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나를 나라고 하는 나는 무엇인고? 하는 밑바탕이 바로 “이뭣꼬” 화두이듯이 우리는 생각 속에 잡념을 일으키지 않고 불심의 진원지에서 깨어나야 한다.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에는 10가지 행원 가운데 보개회향원이라는 10번째에서 10가지 소원을 모두 성취하면 살고 죽는 구애없이 극락세계 아미타불을 친견할 수 있다. 또 묘법연화경의 약왕보살본사품에서는 말세세상에 묘법연화경을 깨달아 전달하는 이는 어떤 세상에 있든지 극락세계 아미타불을 친견한다고 했다. 이렇듯 대승경전 중 두 군데서 극락정토의 아미타불 세계를 설명하는 것은 그 세상으로 회향하는데(돌리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극락이라는 극치의 즐거운 세상과는 대조적으로 이 세상을 오탁악세라 하고, 또한 탐·진·치로 이루어진 세상이라 한다. 한편으로 끝없는 탐욕은 무한히 증가하고 발생하는가 하면 또 생존경쟁과 투쟁양상이 쉴 새 없이 일어나 욕망의 세상으로 발전하여 윤회를 낳게 하고 있다.
무한의 진한으로 인하여 대립감정이 격화되고 마침내 전쟁에 이른다. 지난 해는 미국의 두 빌딩에 비행기 자폭으로 인해 6천명이나 사망하는 세계를 놀라게 하는 테러가 발생됐다. 이 테러의 주범인 빈 라덴을 잡기 위하여 9.11사태 때부터 무려 8개월 동안 아프간 일대를 폭탄천지로 만들어 수십만의 생명을 죽였고, 폭탄이 떨어졌던 땅은 수천 년간 못 쓸 정도로 피폐됐다.
그 전쟁의 여파가 올해에는 18일이라는 단기간에 이라크가 폭격 점령되어 통치자 후세인은 생지옥으로 갔다. 모두가 원인이야 있겠지만은 결과로는 전쟁의 파멸만 있을 뿐이다. 이는 그 옛날 이슬람교와 기독교 십자군전쟁의 원죄로 인한 데서 파생된 것으로 원한만 쌓이고 더 쌓여 앞으로도 쉬었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하면서 장차 세계인구의 절반이 싸움으로까지 오염되는 세상이 되어갈 것이다.
그것은 유정무정 모든 생명과 생물의 진원지가 탐·진·치이기 때문에 싸움경쟁으로 원한질시가 쌓였고, 무지몽매한 욕망이 폭발되어 기아와 질병, 전쟁을 양산시켜 온 것이다.
먼저 화엄경과 법화경에 불심을 통달하면 그 공덕은 3천 세계 칠보가 아니고 극락세계 9품 연대라 했다. 인과응보의 돌고 도는 윤회에서 이뤄지는 모두가 인과응보로 윤회되기 때문에 근본뿌리는 없는 것이지만 있는 것으로 착각되어 굳어진 것이 업이 된 것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니면 진실을 찾아내기 어렵다.
자! 작년의 부처님오신날에서 금년 사월초파일까지 모든 찬양을 아끼지 않고 축하를 드리지만 사실로 중요한 것은 만인간이 크게 깨우쳐야 할 그 문제이다. “나를 나라고 하는 나는 무엇인고?”하는 밑바탕이 바로 “이뭣꼬” 화두이듯이 우리는 생각 속에 잡념을 일으키지 않고 불심의 진원지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 생·노·병·사를 해결하는 길이요, 업보·업장·인과응보를 벗어나는 길이다.
우리 모두는 부처님오신날 각자의 소망도 있겠지만 “부처님” 하고 부르면 그 대답을 받고 정성으로 찾으면 감응을 얻듯이 인간 부처님의 석가모니의 팔상록을 다시 한번 회상하자.
법화경에서 “나는 너희 생명들 속에 불성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이 세상에 왔노라.” 범망경에는 8천 번을, 십지행록에는 5백 생을 이 세상에 오셨으며, 천지신명도 모든 불제자도 부처님을 모시고 같이 오셨다.
오셔도 오심이 없는, 저 밝은 달이 천강을 비추듯이, 저 외로운 해는 푸른 하늘을 떠남이 없듯이, 부처님은 오고 감이 없이 늘 그 하나였건만, 중생의 눈에는 업보에 따라 오시기도 가시기도 했다는 분별이 있는 것이다. 마치 물결과 파도와 흐름이 고임이 아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 물이라는 말도 맞지 않지만, 그걸 떠남도 아닌 것이 바로 그 부처님 자체가 아닌가.
부처님은 사월초파일 정오 12시 무우수 가지를 잡은 마야 부인의 우협에서 탄생하셨다. 보리수 나무아래서 탄생하기 전 태자는 도솔천 호명보살이셨다. 인간세계에 태어난 인연으로 가비라국 정반왕의 태자로 탄생한 그 신분이 여타 성인과는 다르지 않은가. 이렇게 시작되어 점점 자라나 생노병사 윤회를 살펴보신 인간 싯달타가 바로 석가부처님이다.
만성천자의 여망을 실답게 보지 않고 성을 넘어 출가하여 근본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수도승의 길을 결심할 때까지는 온 생명들이 끝없는 생존경쟁을 반복하고 있었고, 이에 싯달타는 허망·부실·갈등이 거듭되는 세상을 개탄한 나머지 끝없는 애정 구렁에서 벗어나 용기 있는 출가를 선언했다. 그로 인해 설산고행 수행자로서 19세에 출가, 12년 수도 후 마음의 번민을 항복받고 모든 종교사상가들의 이념을 조정할 정도로 고도의 성불을 하셨다. 마음을 마음대로 하는 부처님이 되신 날이 섣달초여드레, 30세가 되는 성도일이다. 깨달음을 크게 이룬 부처님은 자기만이 아닌 모든 생명들의 꿈을 깨우기 위하여 49년 설법으로 팔만대장경을 기록으로 전했다. 그리고 몸은 여덟 섬 네 말 진신사리로 화하여 천 탑 만 탑으로 전하고, 마음은 언제 누가 찾더라도 천백억 화신으로 응할 수 있도록 부처님이 되신 것이 석가모니의 여덟 가지 이력서이다.
부처님께서 오신 오늘을 어떤 동서양화가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여 갖 가지 솜씨로 그림을 마음대로 그린다면 그 출생지에 본인은 누구인가 생각해보라.
이러한 것을 법문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인가.
어느 기록, 표시를 사설로 쓰더라도 이와 같은 일상의 구상은 드라마틱한 작품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인간 부처님의 일생, 바로 이를 위하여 부처님은 오셨고, 계시다가 가신 탄생일 하루가 초파일이다. 모든 사람은 죽음의 기념은 제사로 하지만, 삶의 기념일을 축하하는 이는 부처님오신날뿐이 아닌가.
동양의 공자나 노자·서양의 예수나 소크라테스는 철인이요, 성자라 하지만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니고, 가고 싶어 간 것이 아니다. 또 마흐메트교나 힌두교에서는 생사 길을 밝힌 성전은 없다. 생사를 해탈하는 것만이 전지전능 이상 가는 신이 배워야 하는, 통달해야 하는, 뜻대로 해야 하는, 큰 과제가 바로 불교가 말하는 무상정변정각의 뜻이다.
이번에 부처님오신날은 일년 만이지만 얼마나 변하고 달라졌는가! 기아·질병·전쟁이 얼마나 반복되었는가.
세계적인 발전이 전진이냐, 후퇴냐, 암초냐, 답보냐 하는 것을 부처님의 마음으로 조명하여 역사의 길을 터주길 발원한다. 그리고 극치에 달하는 인류의 과학문명이 앞으로 더한 큰일을 발명해 낼 것인지 인간으로는 이상도 이하도 틈이 나지 않을 것인지 한 번 더 조명해 주길 바란다.
부처님 장하십니다. 모든 중생들의 각 가지 소원을 받아주시고, 모든 생명들의 불성을 개발해 주셔서 성불하는 노정 길을 보여주시고 나침반을 전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참선하고 염불하고 또한 진언을 외우고, 경전을 배우고, 기도를 드리고, 좋은 일 많이 하고, 불심전달을 자원하고 이 세상을 극락세계로 천당천국으로 탐·진·치 그대로를 불심으로 돌린다면 더 할 것이 있겠습니까.
부처님이시여!
일편단심으로 다시 한번 뵈옵고자 하오니 저희들 모두에게 성불의 광명을 거듭 주시고 불종자가 줄기로 잎사귀로 꽃으로 결실이 되어 또 뿌리로 돌아가는 한이 되더라도 뿌리와 열매는 앞과 뒤가 없고, 또한 다름이 없는 천지가 같은 뿌리요, 만물이 같은 체질이라는 대명제를 깨쳐서 우리 모두 성불하는 경지에 동참되도록 다시 한번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