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선과 악인악과의 인연법

업보중생은 업력의 굴레 속에서 살아갑니다. 내가 지은 업의 힘인 업력(業力). 내가 과거와 현재에 지은 좋고 나쁜 업의 힘이 행복과 불행, 기쁨과 고난의 삶을 전개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불행하고 고달픈 일이 닥쳐올 때 ‘내가 지은 바이니 기꺼이 받겠다’는 자세로 살 것을 가르칩니다. 내가 지은 바를 기꺼이 받겠다고 할 때, 그 업을 녹일 수 있는 힘이 안에서 샘솟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싫다 싫어’하면서 현실의 고난을 피하려 하거나 짜증을 부리게 되면 더 깊은 업의 결박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곧 다가선 업의 과보를 피하려 하고 받지 않으려 하면 더 큰 불행과 고난이 다가서게 되는 것입니다. ‘어차피 받을 것 기꺼이 받겠다’는 자세로 삶에 임하면 미래가 차츰 밝아지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싫어 저리가’라는 자세로 살아가면 미래가 참으로 암담해집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먼저 인연법에 준하여 ‘나’의 현실을 비춰보시기 바랍니다. 씨앗(因)을 뿌리지 않으면 열매(果)를 거둘 수 없는 법이요, 지금 내가 거둬들이고 있는 열매 (果)는 내가 뿌려 놓은 씨앗의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거울이 온갖 사물을 다 받아들이듯이 지금 ‘나’에게 오는 인연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좋은 인연 그릇된 인연을 다 받아들여야 합니다. 행복이 오면 행복을 받아들이고 불행이 오면 불행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행복은 좋은 것이니까 받아들이고, 불행은 좋지 않은 것이므로 거절해서는 안됩니다. 돈은 좋은 것이므로 받아들이고, 똥은 역겨운 것이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해서는 안됩니다. 씨앗을 뿌리지 않았으면 열매도 없듯이, 내가 원인을 만들지 않았으면 과보는 오라고 해도 나에게 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가 그러한 씨앗을 뿌렸기 때문에 지금 과보가 온 것이므로 피하려 해도 어쩔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받아야 할 것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거울이 마주한 사물을 받아들이듯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결코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됩니다. 받아들이면 업은 녹는 것이요, 받아들이고 나면 그 업이 비게되고 저절로 공(空)이 됩니다.
반대로 내가 원하지 않고 ‘나’에게 맞지 않다고 해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 더 복잡하고 더 어려운 ‘나’의 업을 만들어 계속 힘든 상황 속에서 헤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들어 온 것은 나가게 되어 있고 비워지면 채워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쪽만을 고집합니다. 머리가 가는 곳에 발이 가고 발이 가는 곳에 머리가 가는 것이건만 머리만 생각하고 발은 잊고 사는 듯 합니다. 많은 돈·높은 자리·큰 명예 등 머리만을 좋아 합니다. 욕심 없이 묵묵히 나아가는 발이 되고자 하는 이가 드뭅니다.
그 결과로 오는 삶이 무엇입니까. 치열한 경쟁과 고달픈 현실입니다. 왜?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갑니까? 내가 ‘나’에게 속아 살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인연의 법칙 속에 ‘나’를 맡기고 지혜롭게 살아보세요. 맞지 않은 인연이 찾아오면 참회를 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모든 업의 인(因)인 ‘나’의 마음을 풀어야 합니다. ‘나’의 마음이 얽힐 때 전체가 얽히고 ‘나’의 마음이 풀릴 때 전체가 풀어집니다. 이처럼 운명을 바꾸는 첫 번째 원리는 현재의 업연을 받아들이면서 ‘나’를 바꾸는 것입니다.
3차원과 4차원이 서로 공존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나의 거대한 주체 속에 일부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자신이기 때문에 나로부터 일어나는 온갖 망상과 현혹됨을 물리치기에 스스로의 수행이 필요한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업을 짓기보다 선업을 쌓는 것은 현실에서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나’라는 끈을 놓은 채 삼독에 휩싸여 무명에 갇혀 있다면 이 또한 불행한 삶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본래 청정했습니다. 이러한 본래의 청정한 나를 사회라는 공동체 생활 속에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업의 굴레 속에서 탈피하는 것은 참회와 수행뿐입니다. 그래야만 스스로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결코 남이 만들어 주지도 않고 내 스스로 가꾸어 가야만 하는 소중한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대왕사 주지〉